숭례문을 국보 1호에서 해지하고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을 국보 1호로 지정하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광장에서 ‘훈민정음 국보 1호 지정을 위한 청원운동 추진위’가 발족됐다. 대한제국 국새, 조선왕조실록 등 굵직굵직한 문화재 환수운동을 이끌며 주목을 끌고 있는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스님과 김상철 우리문화지킴이 명예회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등 7명이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후원은 한글과 컴퓨터와 대동문화재단이다. 이날 추진위는 ‘10만인 청원운동’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숭례문은 일제강점기였던 1934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국보 1호로 지정됐다. 석굴암, 첨성대 등 다른 많은 문화재를 놔둔 채 숭례문을 국보 1호로 정한 이유는 임진왜란 당시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숭례문을 통해 한양으로 입성한 것을 기념 삼아 지정했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이와 관련, 김영삼 정부 당시인 1996년 해지 논의가 있었고, 2005년에는 감사원에서 ‘국보 1호 해지를 권고’ 했으나 문화재위원회가 사회적 혼란을 이유로 부결시켰다. 2008년 1월에는 국보에 붙은 일련번호를 모두 없애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숭례문 화재로 문화재청장이 물러나면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이후 숭례문은 가까스로 복구됐지만 또다시 단청 탈락으로 부실 복구 시비가 일며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더 이상 품격과 감동을 주지 못하는 국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숭례문을 국보 1호에서 해지하고 훈민정음을 지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훈민정음>은 조선 세종 28년(1446)에 창제된 훈민정음을 왕의 명령으로 정인지 등 집현전 학사들이 중심이 돼 만든 해설서.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않으니…”라고 시작하는 <훈민정음예의본>과 글자를 지은 뜻과 사용법 등을 풀이한 <훈민정음해례본>으로 목판본 2권 2책이며, 목판본은 서울시 성북구 간송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2년 12월 20일에 국보 제70호로 지정했으며,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됐다. 훈민정음 국보 1호 지정을 위한 출발점은 10만인 청원운동이다.

청원운동에 참여한 누리꾼들은 ‘귀한 일을 하시는 분들게 감사와 응원을 드립니다’ ‘한글이 좋아요. 자랑스러운 우리의 한글’ ‘세계 최고의 언어 훈민정음, 당연히 국보 1호가 되어야 한다’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웁시다’ 등의 다양한 의견을 함께 올리고 있다.

혜문 스님은 “2015년은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자, 감사원이 숭례문 국보 1호 해지를 권고한지 10년이 되는 해”라며 “이제는 조선총독이 지정한 국보 1호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 지정한 국보 1호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글은 우리 민족이 창조해낸 위대한 문자이며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의 힘을 상징한다.”면서 “우리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진정한 내 마음 속 국보 1호 훈민정음이 우리 국보 1호”라고 강조했다. 그는 발대식에 앞서 학계, 종교계, 언론계 인사와 일반 시민 등이 참여하는 100인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되돌려준 대한제국 국새 등 인장 9점과 2006년 일본 도쿄대 소장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2010년 궁내청 조선의궤 환수, 2014년 도쿄국립박물관 조선대원수 투구 확인·공개, 대한제국 지폐 호조태환권 인쇄원판 환수 등 숱한 ‘문화재 제자리 찾기’ 성과를 냈다. 그가 국보 1호를 훈민정음으로 바꾸는 일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청원운동은 1월 11일까지 진행한 뒤 , 광복 70주년 사업으로 국보 1호를 변경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신을 문화재청에 공식 접수할 예정이다.

10만인 청원운동은 대동문화재단 홈페이지(www.daedongc.com)를 비롯 주요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우리문화지킴이(www.woomunji.com), 문화재제자리찾기 홈페이지(www.caro.or.kr) 등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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