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현재 고도의 경제성장과 대도시 집중화가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지방도시와 농촌 사회에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고령화가 더해지면서 사회가 급속도로 침체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는 ‘개발보다는 관리’라는 페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하였고, 관련 학자들도 그 필요성에 주목하고 여러 방면으로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주목받고 있는 도시재생은 산업구조의 변화, 대도시로의 인구이동, 도시확장에 따른 신도시 건설 등으로 인해 쇠퇴하고 있는 전통 도심에 재활 가능한 기능을 부여하고 창출할 수 있는 활로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도시재생은 전통 도시에 물리, 환경, 경제, 생활, 문화 등의 콘텐츠를 새롭게 부여하거나 잠재된 문화콘텐츠를 발굴하여 이를 도시기능에 접목함으로서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일종의 도시재개발사업이지만, 기존의 건설형 재개발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사업은 건설형 재개발의 페러다임에 갇혀있고, 정책수립과 결정, 그리고 추진과정이 관 주도의 정책 대응으로 꾸려진 까닭에 지역전통과 사회문화적 환경 등을 고려하지 못한 사례가 대다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외형상 문화콘텐츠라는 옷을 입혔지만 그 지역에만 존재하는 고유 색깔을 가진 이미지와 콘텐츠를 이끌어내지 못하여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러한 비판에 따라 최근 들어서는 정부 또는 지자체 중심의 하향식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사회나 공동체의 주민참여, 즉 지역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바탕으로 한 상향식 정책이 추진되기도 하지만 아직 걸음마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역 전통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에는 대상지의 공간성뿐만 아니라 그곳에 축적되어 온 문화자원의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콘텐츠화하여 도시재생과 엮어주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첫째로 지역의 문화자원을 문화콘텐츠로 엮어 도시재생이라는 축에 얹어 주고 둘째로 지역의 문화콘텐츠가 도시이미지로 확산되어 발전할 수 있게 하며 셋째로 이렇게 형성된 도시이미지가 지역 경제의 주요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문화자원은 지역공동체의 삶․문화․정체성과 밀접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도시재생 과정에 주민참여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렇게 문화자원의 콘텐츠화, 그리고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는 이웃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은 이미 1970년대부터 지방도시를 시작으로 구도심 침체현상이 시작되었고 1990년대에는 큰 사회문제로 대두 되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1998년에 마치츠쿠리법(마을만들기법)을 제정하여 구도심의 활성화를 위한 재생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1998년 초, 도시계획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다음 세대에 이어지는 창조적인 시도에 도전하는 도시는 어디인가?’ 라는 질문에 시가현 나가하마시가 1위에, 그리고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가 2위에 선정되었다. 이 두 곳 모두 지역주민 주체의 마을만들기 선진사례로 꼽힌 곳이다.

그 중 나가하마시의 경우, 1960년대 이후 도시 중심가에 백화점, 대형점포 등이 밀집되고 또 유동인구가 많아 도시경제의 중핵지로 부상하였으나, 1970년대 이후 정주인구가 교외로 빠져나가고 더욱이 중심가는 주차장과 도로 등 교통인프라가 부족하여 그 역할을 상실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더불어 대규모 소매점포법이 시행되면서 시가지의 대형점포가 교외로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도심의 침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상인과 소비자, 행정이 힘을 합쳐 상업활동조정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중심시가지 재생을 위한 마을만들기 논의를 시작하였다.

이같은 지역 위원회 활동결과, 지역경제를 이끌기 위한 정밀기계공장, 쇼핑주차장, 호텔 등 산업․상업시설의 건립도 이루어졌지만, 가장 큰 역점사업은 거리정비, 매력있는 가게를 통한 상업관광, 민간교류사절단을 통한 마을만들기 이미지 확산이었다.

이 활동의 토대에는 지역공동체와 지방문화론이 있었다. 그 일환으로 지역의 중요문화재인 나가하마성을 재건하고 지역의 전통축제를 활성화하는 등 지역문화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기획하여 전통문화와 지역재생에 대한 지역민의 인식을 증대시켰고 이는 결국 나가하마시에 방문객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듯 방문객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체류시간이 짧아 지역경제를 유발하는 효과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방문객을 중심시가지를 비롯한 도시 곳곳으로 유입시켜 유람하며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수립한 것이 박물관 도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 박물관 도시구축을 위해서 그들은 두가지 비전을 제시하였는데, ‘1. 시민들이 길러 온 문화의 축적과 전통적인 도시의 분위기를 현대생활에 활용하고, 마을 전체를 박물관처럼 매력있는 일과 물건이 있는 개성있고 아름답고 나가하마다운 모습을 살려서 아름답게 사는 것 2. 나가하마의 역사, 전통, 열정, 지혜를 배워 미래로 이어가는 마을만들기’였다.

그 과정은 ‘독자적인 박물관 만들기’, ‘구시가지의 재생’, ‘도시경관 어메니티 만들기’, ‘개성있는 이벤트 창출’ ‘표창이벤트’ 등 동산 ․ 부동산의 문화자원을 문화콘텐츠로 적극 활용하고 재생시켜 방문객으로 하여금 도심을 다니며 문화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었다.

나아가 나가하마 21시민회의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주)쿠로가베를 설립하여 유리공예산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서 재생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게 하였다. 우선 전통상가가 밀집한 북극가도를 유리가도로 계획하고, 이와 관련된 소산업을 전통상가에 도입하였다. 그리고 국내외 교류, 전시, 판매, 체험, 강좌를 실시하고 관련 업종의 활성화를 위해 식당과 카페 등을 연계시켜 상생하는 방안을 추진하였다. 또한 각 거리에 남아 있는 전통 건축물을 상업․산업공간으로 활용함으로서 현대의 대형매장과는 다른 매력을 풍기는 독자적인 지역 산업으로 육성하였다.

비록 유리공예가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전통산업인가 하는 점에는 의구심이 있지만, 전통건축물과 종래의 상점가 등 현존하는 사회문화자원을 적절히 활용하여 유리공예와 결합시킴으로서 성공적인 운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

한편 1999년에는 중심시가지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마을만들기 2단계 계획을 추진하게 된다. 이 사업은 (주)쿠로가베를 중심으로 한 유리공예산업을 재차 문화콘텐츠로 활용하여 상업관광을 육성하고, 이전 단계에 미진하였던 기존 상가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였다.

그리고 2009년부터는 기존 건축물을 리뉴얼하여 체험형 숙박시설과 지역특산품을 취급하는 점포로 정비하였고 더불어 다양한 체험공간을 마련하여 방문객의 체류와 소비를 유도함으로서 경제효과를 도모하였다.

이렇게 나가하마시의 도시재생사업은 전통문화와 도시경관, 전통건축 등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하면서도 새로이 유리공예산업 등 문화예술 콘텐츠를 적극 도입하여 쇠퇴하던 구도심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그 근간에는 주민중심의 프로그램을 통한 참여유도와 각종 문화행사에 도입된 역사문화자원의 콘텐츠가 있었다.

이렇듯 일본의 도시재생은 우리에게 몇가지 시사점을 부여해 주고 있다. 첫째는 각종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의 문화적 수준향상을 도모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담보로하는 것이었다. 둘째로 도시재생을 위한 유․무형의 규범이 형성되었는데, 그 바탕에 주민 스스로가 마을공동체의 상생발전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주민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형성하는 계기도 되었다. 셋째로 비록 새로이 도입된 유리공예의 문화예술적 상징과 나가하마의 전통적인 사회․문화경관을 접목한 문화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나가하마시를 색깔있는 도시로 만들었고, 이를 도시이미지화 하여 지역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이를 통해 쇠퇴하던 구도시는 문화도시로 재생되었고 이를 통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대동문화 87호 [2015 3,4월호]

이정호 동신대학교 공연전시기획학과  webmaster@chkorea.news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