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믄 뭣이 달라지냐고라우? 소리허고 냄새가 달라지제라우? 하늘이 녹아서 시안 내내 사람덜이 해놓은 말덜이 얼어 있다가 봄이 되야불믄 얼음이 녹은 거 맹키로 녹아서 내래온께, 자글자글 하늘이 시끄사끌해져라우. 긍게 하널에서 잡소리가 들려라우! 글고 우리 누나 몸에서라우 잉, 애리허믄서 비리헌 냄새가 아지랑이 맹키로 몽근몽근 나믄 시안이 지난 것이여라우.

글고 요라고 우리 친구덜이 몬야짝에 1학년다가 2학년이 되가꼬 기연시 만난께 봄이여라우. 혼차 있다가 핵교에 온께 경식이, 상민이, 수덕이, 경상이를 만나 논께 을매나 좋은지 몰라라우. 야덜이 인자 2학년 때는 반이 갈라져라우.

근디 어차피 2학년이 세 반밖에 안 됭께 핵교 파허믄 운동장서 꽁도 차고 자롱개도 같이 타고 헐 수 있제라우. 우리덜은 하의도에 산께, 옆동네 애기들도 다 알고 지내는 사이여라우. 사는 디는 다 달라도 놀러가서 물장구질 치넌 바다는 한 가지여라우. 긍게 불알친구제라우. 핵교도 같고, 집도 같은 동네고, 펭야 한 바다에서 개헤엄을 치제라우.

봄이 오믄 모다들 인사럴 허제라우. 인사를 허는 철이 봄이제라우. 우리덜맹키로 나무는 가지가 새로 난께 작년 가지허고 인사를 허고, 깨구락지는 겨울에 땅속에서 합뿍 잘 자다가 어기적어기적 땅 짚은 디서 나와서 새시로 봄 하늘과 인사를 허믄서 부르르~ 몸을 떨고, 매화꽃은 싹이 터서 움찔움찔 어디서 냄시를 킁킁 맡았는지 달라든 새끼 벌하고 인사를 허고, 사람덜도 핵교로 회사로 다른 디로 가서 몰르는 사람덜하고 상견례를 허제라우. 글고 죽을 똥 말 똥 했던 꽃들이랑 버들강아지랑 시안 내~ 죽은 거 맹키로 있다가 거짓말 맹키로 또 살아난께 반가운 맴으로 서로 ‘야 안 죽었냐?’ 인사하지라우. 긍게 봄은 무사히 살아난 것을 서로 축하허고 인사해주는 시절이지라우.

글고 우리덜은 인자 사철로 보믄 봄이제라우. 저그 우리 핵교 뒤를 보시쇼. ‘착허고 귄있고 영리허게 자라라’ 허고 우리 핵교 교장 선상님이 조회 시간에항시 입에 개거품맹키로 달고 다니는 교칙이 안 있소. 글고 거그 뒤짝 우게를 바보시쇼.

쩌그 소나무가 우리 핵교 생긴 날보다 한참 먼첨 생겼느디라우. 저라고 퍼렇게 씽씽허니 얼굴이 피렇게 잘 자라고 안 있소. 시안 내내 핵교에 안 오다가 다시 핵교에 와보믄 저 소나무가 언제라도 저라고 우리 학교 뒷산을 지켜준갑다 허고 생각허믄 맴이 호복허니 좋아라우. 우리 핵교 지킴이여라우. 저 소낭구가 있는 한 우리 학교도 우리덜도 봄이제라우.

요 징헌 놈의 떠꺼머리 우리 동네 친구덜을 보시시오. 씬찬허고 째깐허고 해도 의뭉헌 속은 없어라우. 지그들찌리 서로 밀치고 문대고 몸싸움은 해도 또 금방 항꾼에 놀러댕기고 그라제 잉. 공부는 징허니 못해도 징허게 잘 놀고 묵는 것은 천신을 못 허제라우.

혼차 있다가, 요 친구들만 있으믄 재미나고 힘이 나고 그래라우. 요 친구들 응등허니 웃는 꼴상만 봐도 지그들 먼 생걱허고 있는지도 다 알아라우. 글고 식구덜도 친구덜 집안 식구덜도 다 알고라우.

긍께 봄은 맴을 서로 맴을 아는 사람덜끼리 친구덜끼리 서로 인사헙시다 잉? 안부 인사도 허고, 안 죽고 살아난 것을 통성명도 허고, 어치케라도 올 한해 또 살아봐야 쓰것다 하늘허고 상견례도 허고......, 그러게라우. 봄은 살아 있는 생명 있는 것덜끼리 인사허는 철이여라우. 잘 있었냐고?

(신안 하의중학교, 1990년대 초)

최옥수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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