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KTX)가 지난 4월 2일부터 운행에 들어가 호남과 수도권간의 반나절 생활권 시대가 시작됐다.

호남고속철도 개통이 불러온 속도혁명은 호남과 수도권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문화 관광부문의 경우 수도권 등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경제효과로 이어지게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 <대동문화>는 지난 85호(2014년 11․12월) 기획특집 ‘속도혁명(KTX)이 문화를 만났을 때’에서 문화 관광부문의 과제와 대책 등을 조명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지역의 득과 실, 다면적 검토가 필요하다

‘속도혁명, 문화를 바꾸다’(김형중 조선대 교수․문학평론가)

근대 문명은 일상 모든 분야의 속도를 어마어마하게 가속시켰고, 인간의 지각은 그 속도를 따라 잡아야 했다. 달라진 지각은 당연히 달라진 예술을 낳는다.

그러나 속도는 예술 작품으로부터 ‘아우라 Aura’를 앗아간다. 작품들은 이제 제작과 거의 동시에 아주 빠른 속도로 복제되기 때문에, 원본과 사본의 구별 같은 것은 무의미해진다.

하우크의 ‘상품미학’이란 말처럼 상품이 미학화하고, 미학은 상품화한다. 그리고는 전파를 타고, 광케이블을 타고, 혹은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아주 ‘민주적’으로 세계 곳곳에 동시적으로 유통된다. 예술과 상품과 민주주의는 이런 식으로 ‘속도’에 의해 매개된다.

그런데 KTX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와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대체로 그럴 것이다. 그나마 남아 있을지도 모를(남아 있는 것이 좋은 것인지는 일단 제쳐두더라도) 소위 ‘지역사회’의 정서 같은 것은 더욱 더 희미해질 것이고, 이 빠른 속도에 적응하느라 지각과 사고와 욕망이 분주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종종 ‘지역 예술계’라고 표현하곤 하는 어떤 자족적(방어적) 공동체는 빠른 속도로 그 존립 기반을 상실해 가게 될 것이다.

그런 식의 변화에 대한 가치 평가는 둘로 갈릴 수 있을 듯한데, 첫째는 ‘한탄’이고 둘째는 ‘편입’이다. 한 편에서는 지난날의 순수하고 여유롭던 공동체를 그리워하며 세태를 조소할 것이고, 한 편에서는 속도를 기회삼아 ‘거대 문화도시 서울/고사 직전의 지역문화’라는 한국 특유의 기괴한 이분법을 극복(실은 편입일 테지만)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두 경우 모두 양날의 칼을 쥔 형국이다.

첫째로, 실은 오래 전부터 ‘지역성’이라고 하는 것이 어쩌면 상상의 산물이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둘째로, KTX가 가져다 줄 속도의 혜택이 설사 ‘중앙/지역’의 이분법 해소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그 도움이 실로 예술을 위한 것인지 국가의 예술 정책, 혹은 문화 자본의 유통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따져 볼 일이다.

기차는 예술가들만 타는 것이 아니고, 시민들의 ‘편의’가 국가 정책의 대세를 정한다고 하니, ‘광주-대전’ 간 KTX는 이제 곧 확대 개통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광주의 예술계에, 그리고 한국의 예술계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다면적인 자성과 주의가 요구된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유인력 강한 상품 개발 우선돼야

‘속도혁명, 관광을 바꾸다’(박종찬 광주대 교수)

KTX개통은 단순히 빠른 교통수단의 확보로 인한 생활의 편리성이 제고된다는 차원을 넘어 문화, 관광은 물론이고 지역사회 전반에 지각변동이라 부를 만큼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변화는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할 것이다.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광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할 것인가이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오고 싶은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이는 문화와 관광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광주가 KTX와 연계해서 내세울 수 있는 관광상품으로는 아시아문화전당, 각종 문화공연, 비엔날레, 축제, 음식, 주변 전남지역과 연계한 골프투어 등을 들 수 있다. 문화공연상품은 서울이 더 강세가 있고 비엔날레와 축제의 경우 기간이 짧아 연중 상품으로는 무리가 있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음식투어와 골프투어에 집중하고, 중기적으로는 아시아문화전당, 비엔날레, 축제,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몇 가지 유인력 강한 상품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광주가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여 성공적인 발전모델을 구상함에 있어 문화가 앞서고 관광이 그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이라는 구도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정작 광주는 문화에는 많은 투자를 하지만 관광은 언제나 뒷전에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관광은 투자없이 친절하기만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과 아이디어와 프로그램 등 소프트한 부분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관광은 아이디어로 승부내는 것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가장 지속적인 노력과 가장 많은 투자비가 요구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광주의 성공적인 미래는 문화산업이 완전하게 자리잡아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장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그 기간동안 관광으로 공백을 메워주는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새로운 호텔 건립뿐 아니라 기존 호텔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지산유원지와 우치공원에 생명을 불어넣고 중외공원을 문화테마파크로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미식투어 상품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이를 위한 실질적인 조직을 구성해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동문화 88호 [2015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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