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 가운데 문화만큼 많이, 다양하게 쓰이는 낱말도 없습니다. 서구 문화, 한국 문화, 정치 문화, 공직 사회 문화, 도시 문화, 농촌 문화, 대학 문화, 청소년 문화, 음식 문화, 자동차 문화, 교통 문화, 주거 문화, 기독교 문화, 불교문화, 고급문화, 저급문화 심지어는 음주 문화, 화장실 문화까지….

이처럼 우리의 삶은 매 순간 어떤 식으로든 문화와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문화는 공기나 물처럼 우리 삶의 생존 조건인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 중요한 문화는 그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존재하게 된 그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문화입니다. 그러한 문화를 어떻게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가 우리의 과제이자 관심사인 것입니다.

서양 언어에서 원래 ‘문화(Kultur, culture)’란 말은 ‘cultura’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또 ‘cultura’는‘colere(경작하다, 가꾸다)’라는 라틴어 동사에 어원을 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 이 말은 주로 ‘땅을 갈아 작물을 재배하고 키우는 일’ 즉 ‘경작, 재배’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그러나 후대에 이르러 이 말의 사용은 정신적 영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예컨대 철학을 ‘cultura animi’라고 하여 ‘정신의 밭을 가는 일’에 비유하였습니다. 후대로 가면서 ‘cultuta’는 점차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의 말로 정착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문화는 인류와 함께 진화해 온 우리의 생존 조건인 것입니다.

문화는 우리의 행복 조건

문화는 인간의 삶에서 물질적 생산을 통한 만족 외에 정신적 활동을 통한 만족을 얻기 위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즉 문화는 단순한 자연 상태가 아니라 자연을 갈고 닦아서 사람에게 유익한 것으로 만드는 행위 및 그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행복도도 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문화를 만들어 내고 가꾸어 나아가는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문화는 인간이 태어나 살아가는 과정에서 ‘학습’을 통하여 후천적으로 얻게 되고 세대를 넘어 전승되는 것입니다. 즉 어느 인류학자의 말처럼 ‘문화란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학습되고, 공유되고, 양식화되어 다음 세대로 전승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문화의 학습 및 전수에도 우리의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문화의 힘은 막강합니다. 그것은 사회적 구속력과 결속력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 사회에서 통용하는 문화는 시회 구성원으로 하여금 그것에서 일탈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묶어두기도 하고 그 반면에 같은 문화 속에 사는 구성원들을 결속시키기도 합니다. 이것이 문화가 그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구실을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사회 구성원이 함께 공감하는 품격 있는 문화가 있는 나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계속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문화는 우리의 경제적 자산

문화는 우리의 행복 조건으로서 개인적으로 즐기고 삶의 여유를 주는 것을 넘어 경제적 부를 창출하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문화가 산업이 된 지 오래입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나 지역이 문화 개발과 발전을 통해, 또 그것이 관광 산업과 연결되면서 부를 창출하는 예가 무수히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스페인 빌바오시의 구겐하임 미술관입니다. 쇠락한 공업 도시를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로서 유치한 미술관이 활기찬 도시로 만들어 세계인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문화가 풍성한 나라의 상품들은 그것이 가진 가치 이상의 대접을 받기 마련입니다. 수년 전 이란에서 방영된 우리 드라마 대장금 등의 인기 덕분에 우리나라의 자동차, 가전제품의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 그 예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문화를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이유입니다.

우리의 고장 호남, 문화의 보고

모든 문화는 각기 고유한 것이며 나름의 역사적 전개 과정과 구조적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합니다. 이른바 문화상대주의 이론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나라 특히 호남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유형, 무형의 문화를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먼저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에게는 범상하게 보일지라도 외부인에게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문화는 가꾸고 키워 발전시키고 이를 전파 계승시켜 나가는 노력이 없이는 그저 생존 조건에 머물고 말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여 문화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상생활과 지역 속에서 문화가 일상화 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스토리를 간직한 관광 문화 공간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문화인들이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관련 산업을 진흥시키고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치 있는 문화를 전수하고 계승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러한 노력은 어느 개인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중앙 정부, 지방 정부, 관련 민간단체와 시민들의 단합된 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이끌어내는 선도적 역할을 하는 문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창립 20주년을 맞는 (사)대동문화재단과 재단 발간의 ‘대동문화’가 이러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대동문화 88호 [2015 5,6월호]

김황식 광주하계U대회 공동위원장․전 국무총리  webmaster@chkorea.news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