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궁동 예술의 거리는 어쩌면 광주의 자존심과도 같은 곳일 것이다. 문화 광주, 예향 광주의 모든 예술품이 모여들고 팔려나가는 곳이지 않는가. 그래서 이런 예술의 거리를 광주의 문화 거점으로 재구축하려는 노력이 많았지만 그 역시 일회적인 이벤트로 끝나버리곤 했다. 단기간의 지역상권 살리기란 애당초 무리였다는 생각조차 들 정도였다. 그만큼 예술의 거리는 오랜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2015년, (사)한국학호남진흥원이 앞장서 ‘예술의 거리 활성화 사업단’을 출범해 ‘나비야 궁동 가자’(감독 정형균)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궁동에 모여든 나비들의 백병전

정형균 감독과 스탭들이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에 축제에 가까운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강행군 중의 강행군이었다. 땅바닥을 기며 작품을 설치하고, 길바닥에 앉아 북치며 노래하고, 각자의 재능에 맞는 것들로 공연을 기획하고, 손수 만든 공예품들을 선보였다.

동부경찰서 앞에서 대인시장으로 이어진 구간의 거리가 ‘광주 예술의 거리’다. 아시아문화전당이 지척에 있고 대인시장이 또 지척에 있다. 금남로와 충장로가 바로 옆이다. 장동과 동명동 또한 걸어서 10분도 채 안 걸린다. 황금과도 같은 위치와 정말 황금덩어리 같은 문화예술품이 가득한 보물창고이다.

서울에 인사동 거리가 있다면 광주에는 예술의 거리가 있다. 일본이며 미국, 프랑스 등 각 나라의 각각의 도시에는 상징적인 약속의 장소가 있게 마련이다. 볼거리와 먹거리, 각종 문화 공연과 풍성한 인정이 있는 거리다. 문화는 어울림이다. 함께 즐기는 것이다. 그렇게 광주의 명품거리 ‘예술의 거리’는 광주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나비야 궁동가자’ 프로그램 돌아보기

2015년 3월 27일부터 11월 6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펼쳐지는 ‘나비야 궁동 가자’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원래 계획은 연중 총 18회를 기획했지만 호응도가 좋아지자 총 횟수를 늘려 진행하고 있다. 이 작품들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가 ‘궁동유람’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은 예술의 거리 곳곳에 숨겨진 보물지도를 들고 스탬프랠리를 펼치는 내용이다. 25개의 보물 중에서 10개만 찾아도 예술 쿠폰(4천원)을 받는다.

‘예술의 거리 아트스쿨’도 최상의 강사와의 만남이 준비되어 있다. 미술, 음악, 공예 등 예술의 거리 장인들이 직접 시민들에게 교육한다. 선착순이며 수강료는 무료지만 재료비는 실비 부담이다. ‘궁동에 온 인문학’도 관심 폭발이다. 곽노현(전 서울시교육감), 김명곤(전 문화체육부장관), 박재희(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등의 명사들이 다녀갔다.

‘인물 재현 퍼포먼스’ 코너는 지역의 명사들이 석고마임으로 부활하여 시대를 넘나드는 소통을 펼친다. 김덕령 장군, 허백련, 정율성 등의 인물이 재현된다. 또한 ‘궁동에 온 예술가 공연’은 버스킹, 마임 퍼포먼스, 조각 퍼포먼스 등의 프로그램이 대기하고 있다. ‘광주 예술창작 퍼포먼스’도 궁동표 포퍼먼스로 탄생했다. 한춤, 서예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퍼포먼스가 예술의 거리를 찾은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또한 ‘예가주인 거리 화가전’에서는 트릭아트의 벽화, 틈새 벽화 등이 기존의 벽화와 다른 웃음을 준다. ‘예술인 궁동 가는 날’로 소통의 자리를 만든다. 그리고 ‘궁동 예술 상점’, ‘예술거리 체험’, ‘궁동 아트페어’ 등 네트워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소통으로 활기찬 거리 만들어지길

예술의 거리에서 만난 박은영(문학메카 낭송 포럼 회장) 씨는 “저희 낭송포럼도 기회가 되면 함께 참여하고 싶고, 또 10월에 제1회 아시안 포엠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기에 젊은 광장, 예술의 거리에서 이슈를 만들어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수인 무용가는 “지금 공연하는 박재영(기아자동차) 씨는 판소리도 민요도 아니고 품바에 가까운 남도소리입니다. 다양한 실험 무대도 되고 관객들의 평가를 받고 있는데, 예술의 거리이기에 가능한 공연들입니다.”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장인에게 배운다’ 코너에서 통기타와 보컬을 지도하고 있는 이용호(이용호의 음악스케치 대표) 교수는 “공연 횟수가 주효했던 것 같다. 일반사람들이 잘 몰랐는데 지속적으로 개최하니까 호응도가 높아졌다. 단기간의 효과보다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꾸준하게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의견을 피력했다.

내가 보고 내가 느낀 감동이 우리의 감동이 되면 예술의 거리는 꽃밭이 되고 훨훨 아름다운 나비들로 물결치게 될 것이다. 예술의 거리가 생의 기쁨으로 차오르게 될 것이다. “예술의 거리는 나의 놀이터다!” 힘차게 외치고 싶다.

대동문화 89호 [2015 7,8월호]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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