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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산 무등산이 내려다보고 있는 자리, 광주 정신이 깃들어 있는 그 자리에 광주의 새로운 랜드 마크가 들어선다. 올 9월에 개관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바로 그것이다. 정치사회적인 면에서나 문화적인 면에서 소외당하던 변방의 작은 도시 광주가 아시아 문화의 교두보로서 자리를 잡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양산하고 유통시키는 플랫폼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대붕역풍비大鵬逆風飛, 생어역수영生魚逆水泳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산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

백범 김구 선생과 고 노무현 대통령이 평소 좌우명으로 삼았던 글귀라고 한다. 첫머리에 나오는 대붕(大鵬)은 큰 날개를 갖고 구만리 창공을 나는 거대한 상상 속의 새로 중국 고전 <장자>의 ‘소요유(逍遙遊)’ 편에 등장한다. 대붕은 원래 북쪽의 깊고 어두운 바다에 사는 곤이라는 물고기였는데 하늘을 날기를 꿈꿨던 이 물고기가 결국 큰 날개를 갖은 새가 되어 구만리 창공에 올라 남쪽 바다로 날아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한계를 벗어던지라는 장자의 상징적인 메시지일 것이다.

곤이라는 물고기가 대붕이 되기 위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되기까지 착공 과정부터 시작하여 많은 갈등이 있었고 그 갈등에서 비롯된 많은 우여곡절들을 겪었다. 또한 향후 전당이 가져올 성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의견이 팽배한 상황이며 지역을 넘어 전국 문화계까지 그 논란이 확장되고 있는 뜨거운 감자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개관으로 광주라는 도시는 어

두운 바다 속 물고기가 구만리 창공을 날 수 있는 거대한 날개를 달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변방의 작은 지방 도시가 아시아의 문화중심으로 우뚝 설 기회가 오다니 이 어찌 대단한 일이지 않겠는가?

전당에 들어설 건축물은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미래지향적이고 현대적인 건축물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 정서상 심리적인 거리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며 그 상징적 의미나 예술적 가치를 폄하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퐁피두센터를 보자.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한 외관과 함께 이 두 건물은 파리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광주의 랜드 마크는 그동안 줄곧 무등산이 차지하고 있었다. 전당이 들어서는 자리는 바로 그 무등산이 슬쩍 내려다보고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만약 지금의 건축물이 아닌 화려한 고층 빌딩이 들어섰다면 한없이 인자한 어머니를 우리는 잃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역사적인 현장에 상징적인 의미를 잘 담은 건축물이 등장하였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 가치는 더욱 빛이 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준비하고 열광하며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시간들뿐이다. 그렇다면 각자의 영역에서 고군분투, 자력갱생하고 있는 민간단체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LTE 시대인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우리는 조금 다른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바야흐로 지구촌은 세계(Global)라는 개념과 지역(LOcal)이라는 개념이 융·복합된 글로컬(Glocal/Glocalization) 시대에 진입하였다고 할 수 있다.

문화수도 광주를 광주가 브랜딩하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글로컬 개념은 ‘지역의 세계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각 지자체 등의 지역 축제나 도시 브랜딩, 장소 마케팅 등과 결합하며 지역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문제와 연결된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닌데 한류 열풍으로 관광 산업이 부각되면서 지역의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 역시 아시아문화전당 개관과 더불어 국제 행사인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및 창의 도시 지정 등을 통해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는 ‘민주·인권·평화’ 도시라는 자부심과 함께 문화도시로서의 대단위 명제를 안고 있는 도시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국제 행사인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하여 ‘광주 세계 김치문화 축제’, ‘추억의 7080 충장로 축제’ 등이 광주를 대표하는 축제 콘텐츠이며 ‘광주 세계 아리랑 축전’, ‘광주 월드뮤직 페스티벌’, ‘정율성 축제’, ‘빛고을 합창 페스티벌’, ‘전국 오월 창작 가요제’, ‘임방울 국악제’ 등은 광주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방만한 운영과 관 주도형 행사로 전락하면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였으나 우리만의 자족적인 잔치로 끝나곤 했던 경험이 많다. 어디 축제뿐이겠는가?

광주문화재단 출범 이후 제작된 ‘자스민 광주’ 시리즈나 광주 브랜드 공연 축제 페스티벌 ‘오! 광주’ 등은 5월 광주정신을 현대적으로, 문화예술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실험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 이러한 공연 콘텐츠가 지역을 브랜딩하는 데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에 대한 평가는 모호하다.

그동안에 누적된 경험으로 미루어 관이 주도하는 문화 콘텐츠들은 본질적인 한계를 갖고 있음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광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들 중 무겁지 않은 관광 공연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을 하나의 방법으로 제안해 본다.

예술 창작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민간 조직은 섬세하고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펼쳐나가는 특성이 있는데 이러한 특성을 행정 조직의 탄탄한 행정으로 뒷받침해 준다면 그 결과는 사뭇 주목할 만한 가치를 얻게 될 것이다. 그동안 관 주도형의 문화 콘텐츠들은 화려함에 치우쳐 유명 예술가나 명성 높은 작품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는데 이것은 바람 불면 허물어지는 모래성과 같은 것이다.

광주만의 관광 공연 브랜드는 있는가?

지역적 특성을 살린 창작물들을 꾸준히 생산해 내고 지속가능한 풍토를 생산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그 중심에 민간 예술단체들의 열정과 노력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례로 전북 브랜드 공연 ‘춘향’은 예산 약 16억을 투입하여 2015년 한 해 동안 상설 공연을 진행하면서 초기의 관람객 유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유료 관객 점유율 6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공연예술가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노후된 시설과 신설 공연장의 개관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전북 문화예술회관도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예는 비단 전주뿐만이 아니다 정동극장이 진행했던 경주 브랜드 공연 ‘미소’, SR 그룹의 제주 상설 공연 ‘아리랑 파티’, ㈜ 해라의 새만금 상설 공연 ‘아리울 스토리’, 서울 및 제주 상설 공연 ‘판타스틱’ 등의 사례는 관광 인구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충분하였다. 모두 민간 조직이 주도한 관광 공연 콘텐츠들이다.

나비는 아무 때나 막무가내로 날지 않는다.

나비가 날기 위해서는 몸이 뜨거워져야 한다.

30도 이상 체온을 유지해야 비상이 가능하다

30도는 대상에 대한 사랑의 온도다

모든 비상하는 자는 다른 무엇을 사랑하는 자이다.

가슴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리 큰 날개를 가졌다 해도

흙바닥을 벌벌 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주 문화 비상의 온도는?

소설가 전경린이 쓴 ‘나비’의 한 구절이다.

자유분방하게 마음껏 날아다니는 나비이지만 그 사소한 행위로 보이는 날개 짓에 뜨거운 열정과 사랑의 온도가 스며들어 있음을 전경린은 이야기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개관을 목전에 둔 우리는 광주의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때문에 전경린의 나비가 알려준 비상의 방법처럼 우리에게 맞는 적정 온도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비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창공은 늘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