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은 지난 2012년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평화롭기만 하던 도원마을이 무등산 국립공원에 포함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마을에서는 “국립공원이 되면 마을은 망한다.”는 말이 돌았다. 무등산이 국립공원이 되자 도원마을은 자연경관지구로 공원법에 따라 제한을 받게 된 것이다.

이때 송문재(74, 도원명품마을 운영위원장) 씨가 명품마을에 도전장을 냈고, 전국에서 2개 마을을 선정하는 명품마을 사업에 3개의 마을이 최종 경합을 벌였다. 여수의 동고지 마을, 소백산의 달밭골 마을, 그리고 무등산의 도원 마을이었다. 명품마을은 마을지구와 경관지구, 보존지구 등의 조건이 있는데 도원마을은 보존지구에 속한다. 송 위원장은 서울로 마을 설명회를 떠나기 전 마을주민에게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심사위원에게 “선정이 되지 않으면 돌아오지 말라고 하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결과 3개 마을이 모두 선정되어 16억의 사업비를 나눠받게 되었고 5억의 사업비로 도원 명품마을 사업을 하게 되었다.

송문재 씨는 광주에서 장불재를 넘어 규봉에서 바라본 이서의 뜰, 그 잊을 수 없는 풍경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평생을 교직에 있다가 해직교사 1호가 되고 지금은 귀촌 8년차로 도원마을을 무릉도원으로 만들어가는 꿈에 부풀어 있다. 배우지 못하여 소외 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 일제강점기와 좌우익 싸움에 피똥 싸고 박정희 시대에는 억압받았던 사람들, 이제 그 사람들과 막걸리 한 잔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꿈이다. 자신에게 딱 맞는 무릉도원을 찾은 것이다.

송 위원장의 최대 화두는 상생이다. 인간과 자연의 상생, 무조건 보존만이 아닌 활용, 탐방객과 자연과의 조화가 이뤄질 때 국립공원의 제 역할이 이뤄진다는 신념이다. 따라서 도원 명품마을의 캐치프레이즈는 1. 산을 좋아하는 등산객의 마을, 2. 무돌길을 찾는 산책 마을, 3. 광주에서 무등산을 넘어 적벽으로 가는 비단길의 쉼터마을, 4. 문화가 좋아서 오는 자연 탐방과 소통의 마을, 5. 봇도랑이 있는 캠핑과 휴양의 마을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도원 명품마을 방문자 센터(코디네이터 황수정)를 지었다. 도원마을의 자랑은 무등산 등반의 최적지이며 최단 시간에 정상에 다다를 수 있는 완만한 길이다. 청정한 자연과 아름다움이야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명품마을 사업단은 개울 정비를 비롯하여 오토캠핑장, 2차선 도로와 5천 평의 주차장 건설의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다. 황수정 씨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터무니를 가꿔가겠다.”며 “방문자에게는 자연발생적 콘텐츠로 향락이 아닌 명상과 인문학적 휴양을 통한 진정한 쉼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또한 지역특산품과 간단한 요깃거리 등을 제공함으로써 방문객에는 양질의 서비스, 주민에게는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겠다고 한다. 증심사와 원효사 쪽에서의 무등산 등반은 이미 포화 상태로 산을 파괴할 뿐더러 등반객들의 피로도를 가중시켜 스트레스가 쌓인다. 반면 무등산 뒤쪽, 즉 도원마을 방문자 센터가 제2의 무등산 등반 거점으로 활성화되면 무등산의 등반객이 분산되어 쾌적한 산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룩 발효 빵집 ‘누룩꽃이 피다’

김삿갓도 여러 차례 다녀갔다는 화순 적벽, 지난 2014년 부분 개방을 시작하며 화순군에서 셔틀버스를 운행을 시작하였다. 이후 전국에서 적벽 투어 열풍이 불어 이름 없던 시골마을 화순 이서가 떠올랐다. 화순 이서에는 야사리 은행나무(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제303호)가 유명하다. 수령 1천년에 이르는 신령스런 나무로 이 지역 사람들은 신목으로 여겨 매년 정월 대보름에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또 야사리 느티나무(전라남도 기념물 제235호)도 할머니 당산나무와 할아버지 당산나무로 당제를 모시고 있는 연리목이다.

화순 적벽으로 가는 버스승차장 앞. 누룩 발효 빵집을 운영하는 조유성(45), 이미경(44)씨도 12년 차 귀농인이다. 순천이 고향이면서 이젠 이서사람이 되어 누룩빵집의 사장님이 되었다. 홍대 상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도 잠시 해보았으나 결국은 귀농귀촌을 하였다. 그는 하루에 220개의 누룩 발효빵을 만든다. 발효시간 20시간, 일주일에 6일, 1개당 1,500원이다. 누룩 발효빵을 만들기 3년, 자신감도 붙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먹게 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220개의 빵이 대부분 그날 소비가 된다. 주말이면 적벽을 보러온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두시경이면 모두 동이 난다.

그는 빵을 만드는 재료를 되도록이면 마을에서 자급자족하고자 한다. 마을 아이들이 직접 키운 유정란을 시중가보다 비싸게 구입을 하고, 마을의 할머니들이 수확한 팥 등을 화순장 상인들보다 조금 더 주고 사들인다. 팥을 살 때도 팥 크기와 색깔, 품질에 관계없이 무게로만 가격을 책정한단다. 이른바 그가 말하는 ‘무등경제’다. 시장논리가 아닌 인간의 논리에 의해 마을경제가 돌아가고 마을자립에 기반한 마을공동체! 그가 꿈꾸는 공동체다.

누룩은 삼국시대부터 술을 만들어 온 효모로 누룩 발효빵은 누룩곰팡이가 탄수화물을 먹고 효모를 만드는 것에 착안한 최초의 누룩 발효빵이다. 모든 곡식, 즉 분말이 되는 모든 곡물에 효모를 넣어서 누룩을 만들 수 있기에 발효기술만 배우면 된다. 1인 체인도 가능한 상품으로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하여 좋은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태풍에 닭장을 날려먹고 매일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던 초보 귀농인 조유성 씨는 많은 언론방송에 소개되며 이젠 시골 마을의 아이디어뱅크가 됐다. 그가 개발한 효모발효 누룩꽃빵 기술을 진정으로 귀농을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전수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누룩빵은 피의 순환을 돕고, 전립선과 디스크 등 잔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 누룩 발효를 하면서 직접 누룩발효액을 마시면서 실험을 했는데, 그 비밀은 누룩발효액이 공기 중에 퍼지면서 호흡을 통해 면역력을 높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누룩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누룩발효액, 누룩 발효주스 등 누룩은 내 몸을 살리는 균 건강법이다.

시무지기 폭포수 아래, 송계선원

시무지기 폭포를 들어보았는가. 무등산에 비가 오면 용틀임처럼 장관을 이루는 무등산 너머의 동쪽 사면. 천지인을 생각하는 부부(민웅기, 황수정)가 힘을 모아 송계선원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노자, 장자, 중용 등을 공부하고 있다. 송계는 삼국시대 향토사에 송계선원이 있었다는 설을 따라 그 이름을 계승하는 의미로 붙였다. 송계선원 수련장 내부의 왼쪽과 오른쪽에는 붓글씨로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와 장자에 나오는 ‘승물이유심(乘物而遊心)’을 걸었다. 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하지 않는 것이 없다>와, <사물의 움직임에 마음을 풀어놓다>는 뜻으로 민 원장이 가슴에 새긴 문구이기도 하다.

송계선원의 원장인 민웅기 씨는 해남 출신으로 화순 모후산에서 20여년 귀농귀촌 생활을 했다. 95년 무렵부터 수련 기행을 하다 8년 전부터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도원마을의 송문재 씨와 누룩빵집의 조유성씨 또 전교조 출신의 교사 몇 분과 직장인들, 개인사업을 하시는 분들까지 다양한 이력을 가진 무등산인문학당의 학동들이다. 매주 월요일 저녁 7시에 삼삼오오 모여 진리를 탐구하고 토론을 하며 이서라는 작은 마을에서 우주를 품고 있다. 1년여에 걸쳐 <장자>를 강독하고 지금은 ‘중용 한글 독해’를 탐구하고 있다.

민 원장이 태극권을 배운 것은 12년 전, 아미산과 서안의 종남산 등에서 동굴수련을 하면서 배웠다. 태극권은 슬로우 문화와 잘 맞는다. 동양의 움직이는 선문화(동선 動禪)로 끊김 없는 수련법은 하체의 기운을 키우고, 자연과의 상생(양생 養生)의 생명을 길러준다. 가장 자연적인 것이 모든 것의 원형이며, 단순 소박함을 추구한다는 송계선원 사람들.

저녁 5시 무렵이 되자 송계선원 뜰에 아이들이 모였다. 주로 인문학 교실에 오는 부모님을 따라온 아이들이 민원장과 함께 태극권을 선보였다. 일사불란한 태극권 시연을 보면서 중국에서 아침마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태극권이 생각났다. 귀농한 사람들의 자녀가 학원이나 교육과 멀어지며 다양한 교육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막고, 산속에서도 충분한 놀거리가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말이 필요 없는 호연지기”라는 민 원장의 설명이다.

광주에서 무등산 증심사로 장불재를 넘으면 도원마을이다. 이서의 야사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그늘에서 쉬고 화순 적벽으로 가는 비단길. 길가에 흐르는 시냇물과 풀꽃도 반갑다. 태어난 고향을 달라도 화순 이서에 둥지를 틀고 인생 2막을 꽃피우는 사람들. 서로 이름도 모르던 시골마을에서 자연 발효된 누룩 꽃빵이 피듯이 1천 5백년 이서문화가 피고 있다.

대동문화 91호 [2015 11, 12월호]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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