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로 있당께.

광주에 펭귄마을이 있다는 소문이 전국적으로 나서, 워따메 광주답사 일번지가 양림동이라면 양림답사 1번지가 펭귄마을이라는디, 소문난 곳은 모두 사연이 있는 법, 뭣땀시 펭귄마을이라요.

양림동 펭귄마을에 대한 유래는 두가지 설이 있다. 한 가지는 100년 전 선교사가 들어올 당시에 거위와 펭귄을 가져왔는디 그때 양림동 천변에 펭귄을 키웠더란 전설같은 이야기. 또 한 가지는 교통사고를 당한 어르신의 걸음걸이가 뒤뚱거려 흡사 펭귄의 걸음처럼 보여서 별명처럼 부르다가 펭귄골몰이 됐다는 이야기다. 어찌됐든 21세기 대한민국하고도 광주 양림동의 펭귄마을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마을이 되어 하루에도 수백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양림동의 명소가 되었다.

양림동의 펭귄마을의 촌장 김동균 씨는 자칭타칭 설치예술가. 그의 손에서는 산업폐기물, 생활쓰레기가 모두 예술장식품이 된다. 실제로 펭귄이야 있던 말던 펭귄마을에서 가장 눈요기가 되는 것을 손바닥만 한 펭귄텃밭과 펭귄골목이다.

원래는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나던 공터를 청소하고 관리하면서 천부적인 예술의 끼가 발동한 것인디. 정말 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다. 눈으로 보고 직접 느껴볼 수밖에. 버려진 인형과 추억을 자극하는 7080, 아니 5060의 장식품들이 빼곡하게 정렬되어 일사불란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기가 막힌 조화로다. 여기가 금강산도 아니고 이것저것 보다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간다. 펭귄사진관에서 추억의 사진도 찍고, 담벼락에 예술처럼 써놓은 낙서도 읽고, 펭귄마을 옥상에 걸린 손광은 시인의 시도 읽는다. 그야말로 예술마을이다.

술은 취하지 않는다

다만 몸이 흔들릴 뿐…

손광은 시

사람이 모이면 길이 생기고 길이 생기면 더욱 사람이 모인다. 지금 양림동이 그렇다. 100여 년 전 양림동에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둥지를 틀면서 서양문물의 통로가 된 양림동. 최초의 현대식 건물이 생기고, 병원과 학교가 생기고 지금 광주의 문화원형들의 생겼다. 양림동에 온 선교사들은 대부분 한국식 이름으로 개명하고 양림동 언덕에 묻혔으니 그것도 참 특별한 경우다. 죽기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봤지만 눈앞에서 그들의 무덤을 본다는 것은 참 감회가 새롭다. 고맙고 감사한 사람들, 일제강점기와 독립만세운동,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등 근대화의 격변기를 우리와 함께 달려온 사람들이 아닌가.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양림동은 광주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 시내에서 10여분이면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아버지의 품 같은 곳, 어머니가 두 팔을 벌리고 맞아 줄 것 같은 양림동의 고샅길에는 추억이 가득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70%가 아파트 문화를 선호한다는데, 이런 금쪽같은 보물단지 마을이 광주의 한가운데 존재한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최흥종 목사가 개종하기 전에는 힘깨나 썼다는 양림오거리에 서면 왼쪽은 최승효, 이장우 가옥이고 한희원 미술관이 있다. 오른쪽은 양림교회가는 길, 오웬기념각과 기독교병원(옛 제중병원)을 지나면 수피아여고다. 양림동을 한바퀴 돌면 조선말기에서 근대화 과정,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이 한 두릅의 굴비처럼 일목요연하게 보인다.

어디 이뿐인가. 다형 김현승과 봄비의 이수복 시인이 있었고, 손광은 시인을 비롯하여 문순태 소설가도 이곳에서 징소리를 썼다고 한다. 한국드라마 시청률을 사로잡았던 조소혜 작가도 이곳 출신이고, 음악에는 정율성, 정추, 정근 등이 있고, 미술에는 고 이강하 화백을 비롯하여 미디어아티스트로 최인준 작가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활동무대다.

“양림 100년의 문을 열다”

펭귄마을에서 열린 시화전 시낭송회

잠시 이야기가 양림동의 자랑으로 흘렀다. 아무튼 펭귄마을은 지금 양림동에서 가장 핫플레이스가 됐다. 오죽하면 펭귄마을 퍼포먼스(여럿이서 펭귄처럼 걷기)가 생겼을까. 정말 사람사는 재미가 물씬 풍기는 골목이다. 이곳은 또 다양한 문화예술가들의 활동무대가 되고 있다. 최근 문화재청 사업으로 ‘양림 100년의 문을 열다’란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양림동의 요소요소가 개방되어 문화예술활동이 펼쳐졌다.

펭귄마을에서는 ‘양림시화전과 시낭송음악회’가 열렸다. 박애정 낭송가를 비롯하여 시낭송과 골목노래자랑이 열렸고, ‘아시아 40개국 시화전’과 양림사직 14개 시비시화와 광주권 40개 시비시화전이 열려 마치 가을 운동회에 만국기가 펄럭이는 축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요즘은 스토리텔링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재미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여기서 절대적인 것은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소재가 최상의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이다. 양림동 펭귄마을의 이야기, 누구나 한번쯤 방문해보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다. 그리고 위로를 받는다.

일상에 지친 피로를 풀며, 나보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모두 똑 같은 공간에서 똑 같은 밥상에서 하루 세끼를 먹으며 살아간다는. 서로 사랑하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라도 펭귄골목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함께 어울려 아무 것이라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거리 공연장이 양림동 펭귄마을이다.

대동문화 91호 [2015 11,12월호]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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