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그 문짝에 개레가꼬 잘 안보이제마는 우리 집구석 1번 타자가 순심이 저 년이어라우. 첫찌구라우. 둘찌하고 세찌는 성식이허고 성잰디 요 두 놈은 아직에 나가갔고 하루 내내 안 들어오요에야.

막둥이가 앵겨 있고 뭔 허들 않든 얌생이 짓을 헌다고 쩌그 손을 흔드는 냥반이 순심이 엄니겄지라우 잉? 되야지같이 살이 뒤룩뒤룩 쪄갔고 밥맛이제라우 잉. 근디 심은 쎄라우. 긍게 밭에서 쩌 순심이 엄니가 남덜 두 목은 허제. 긍게 내가 살제. 글 안흐믄 저 쌍판때기 보기 거시기해서 안 보요. 나가…. 나가 그래도 촌구석이제만은 옛날 한 핸썸했소 잉. 아짐씨덜이 많이 따랐다 그 말이여. 어이 거시 기자 냥반 요 말은 쓰덜 말어 잉?

막둥이를 젤로 챙기는 쩌그 달려가는 놈이 형심이고 다섯찌는 순심이가 엎고 있는 윤심이가 여섯찌. 막둥이는 아까 나가 말했지라우 잉. 인자 돌이 막 지났는디 동네 이름 져줄 어르신덜이 없응께 아적 이름이 없구만이라우. 나가 대강 지어불라요.

읍에 나간디 뭔 자롱개냐고라우? 우리 성식이가 초등핵교 1학년을 이번에 안 들어가요. 긍게 인자부터 지그 동생 성재허고 들일에 손을 잔 넣줘야제라우. 인자 야들이 들일을 어엿허니 헐 나이가 안 되얐는가요? 그랑께 야들이 쓸 낫 두 자루 허고, 호맹이 세 개 허고 사갔고 올라고 장에 출타를 허는 중이제라우. 애기 광목 귀저기허고 순심이 엄니 몸뻬 한 벌 허고 5일장에 가서 살라고 나가요.

나사 장에 가믄 뻔허니 막걸리를 나수 걸치고 온께, 저라고 눈웃음을 침시롱 순심이 엄니가 손을 안 흔드요. 자롱개를 타고 가믄 술을 적게 묵을갑시 자롱개를 타고 가람시롱. 일찍 오라는 잔머리겄지라우 잉.

인자 나가 장에 가믄 읍내 나가가꼬 정다방 마담 순창떡이나 미쓰 강허고 노닥거리는 꼴딱서니가 보기 싫다. 보고 잡지 않다. 요란 꽁수인 것이제라우. 근다고 나가 안 가가디…?

나는 그라고 생각허요. 그래도 우리 순심이 엄니가 저라고 새끼들을 쑥쑥 나서 건사를 해준께 든든허고만이라우. 애기들이 삐약삐약 헐 띠는 심 들제마는 우리 성식이허고 성재를 잔 보시쇼. 농사일을 헐 맨큼 심이 팔뚝에 들었는가요.

긍게 나는 쪽수가 심이라고 생각허요. 뭔 말이냐? 우리 동네가 딴 동네보다 대촌이라서 사람들도 아랫동네 가서 큰소리를 안 치요 잉. 우리 동네가 그 동네보다 사람 쪽수가 많은께 그라지라우.

우리 전라도가 홀대 받는 거이 쪽수가 적은께 안 그요. 긍게 우리덜이 홀대를 안 받을라믄 쪽수가 많아야 써. 그래야 든든헌 빽이 있응께 큰소리를 칠 수 있다는 말이제. 쪽수가 많으믄 도와줄 사람이 있어도 십시일반 쪼끔만 모아도 그 사람 살게 헐 수가 있제라우.

쪽수가 심이고 사람이 많아야 거서 인물도 나고 힘도 나고 그래라우. 근디 먹잘 것이 없응께 요새 새파란 젊은 것들이 겔혼도 안 허고 애기도 안 나고 안 그라요. 긍게 점점 더 못살고 심도 없고 선거구도 줄고 안 그요. 우리 심을 내서 언넝언넝 애기를 납시다. 긍게 나도 언넝 장에 갔다 와서 순심이 엄니를 품어봐야 것구마요. 이삐지는 안지마넌 눈을 꽉 감고 얼굴은 안 봄시롱, 품어야봐야 것구만요. 쪽수가 힘이 된께….

1980년대 중반 전남 승주 어느 마을에서

대동문화 93호 [2016 3,4월호]

최옥수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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