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날마다 숨을 쉬고 산다. 숨을 쉰다는 것은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일이다. 숨은 공기라는 색깔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는 무색무취의 투명한 기체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과정이다. 숨을 쉰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평소엔 아무런 생각 없이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인다.

의학적으로 보면 숨은 들이마실 때 횡경막, 갈비사이근 등 10개의 근육을 이용한다. 내쉴 때는 속갈비사이근, 내복사근 등 8개의 근육이 사용된다. 들이마시고 내쉴 때 사용하는 근육 가운데 똑같은 근육이 반복되지 않는다. 인간의 몸은 참 신기하다고 느껴진다.

지난 4월 1일 취임한 박유복 광주디자인센터 원장은 디자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디자인은 공기다”라는 첫마디를 꺼냈다. 공기의 소중함을 이성적으로 알고 있으나 노력하지 않고 얻는 것이기 때문에 깜박깜박 잊고 산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옷을 입고 머리를 빗는 일에서 집안 살림살이의 모든 것과 차를 타고 출근하며 회사에서 사용하는 모든 도구도 숨을 쉬는 일과 마찬가지다. 늘 주변에 있기 때문에 아무런 인지기능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루 일과의 모든 일에는 수많은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다. 선택을 하고 돈이 들어가며 미래를 생각하는 등등의 것들이다. 돈과 생각을 통해 선택하는 이유 중의 중요한 요소를 든다면 디자인을 빼놓을 수 없다. 디자인에 대한 단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디자인을 고려하는 행위를 한다. 역시 신기하다.

디자인은 공기처럼 늘 우리 주변에 머물러 있다. 공기처럼 소중한 본질은 사실 부각되지 않기 때문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관심의 영역 안에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무관심의 선택을 받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처럼 우리는 생활 속에서 디자인을 만나고 산다. 개인 나름의 디자인을 선택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은 전문가 영역으로 생각하고 선을 긋는다. 이러한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광주에서 디자인 산업화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박 원장은 디자인산업 수준을 고려할 때 광주는 5단계 정도만 되어도 참으로 잘하는 정도라고 보았다. 다만 비엔날레의 영향을 받아 광주는 국제적으로 알려졌고 수준 높은 도시로 평가받고 있어서 그러한 기대수준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도시 광주의 비전은 빛에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의 지명은 선조의 지혜라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광산업을 하거나 자동차산업을 지역의 먹거리로 선택한 것은 운명이라고 했다. 내년 디자인비엔날레도 이런 산업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명확한 장단기 발전계획을 마련하고 긴호흡으로 가면서 잔가지들만 전략적으로 바꾸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광주는 누가 시장이 되든 불변하는 문화와 산업의 가치를 빛에서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동안 광주는 계속 새나무만 심거나 기존에 잘 자라고 있는 나무를 여기저기로 옮겨심기를 반복했다고 비유했다. 이런 나무는 잘 자리지 못하거나 죽을 우려가 높다. 자연의 간단한 원리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동문화 94호 [2016 5,6월호]

정인서 기자  chkorea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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