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발한 꽃과 사람들로 꽉 찬 거리의 향연이 절정에 다다를 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적한 곳에서 아무 생각 않고 쉬고 싶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장소, 기왕이면 산책도 하면서 자연을 향유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하는 생각만 하며 인터넷서핑을 탐색하던 중 ‘평촌마을’을 접할 수 있었다.

‘바람도 구름도 쉬어가는 평화로운 명품마을’이라는 슬로건이 눈에 들어왔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바로 차 시동을 켰다. 광주역에서 출발해 30분쯤 달렸을 때 마을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싱그러운 꽃향기와 구수한 흙내임이 코를 자극했다.

평촌마을은 무등산 북쪽 자락 동림, 담안, 우성, 닭뫼 4개의 마을이 모인 한적한 농촌마을이다. 평촌은 ‘반디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마을 하천인 증암천(甑岩川)에 요즘은 보기 힘든 반딧불이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푸르른 산과 맑은 하천의 이미지 그대로 마을은 꽤 조용하면서 그리운 시골 향기로 가득했다.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설레는 기분에 마음은 이미 한껏 취했다.

눈으로 즐기는 마을

마을 입구에서 맞이하는 ‘반디민박(평촌마을회관)’은 주민들을 위한 쉼터이자, 여행객들을 위한 민박시설이다. 2층짜리 숙박시설이 작아보여도 나름 호텔 못지않은 여행에 필요한 모든 물품들이 구비되어 있다. 1층은 최대 20명까지 이용가능한 단체실, 2층은 방이 총 3개, 각 방에 3-4명이 숙박할 수 있다.

반디민박 옆쪽으로 시선을 돌려 벽화를 잠시 감상했다. 두 갈래 양쪽에 낮은 담벼락과 건물 한쪽 벽에 벽화가 길게 그려졌다. 왼편에는 무등산이 자랑하는 주상절리와 마을의 정자가, 오른편에는 생태지역에만 서식하는 귀여운 수달 여러 마리가 앙증맞은 표정을 짓고 있다. 나도 모르게 호들갑을 떨며 사진을 찍었다. 귀여운 수달을 좇아 길을 걷다보니 파란지붕에 살고 있는 백구가 반갑게 맞이했다.

발로 즐기는 마을

평촌마을에는 ‘무돌길’이 있다. 무등산이 옛날에는 ‘무돌뫼’라고 불렸다고 하니, 아마도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그 이름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 했다. 험난한 산악길이 아니기에 비싼 장비도 필요 없다. 가벼운 옷차림과 편안한 신발이면 준비 끝. 들꽃 하나, 풀 한포기, 평범하지 않았다.

흔한 산책길 같지만 여러 번 걸을 때마다 시시각각 다양한 표정을 갖고 있었다. 느릿느릿 맑은 공기를 즐기며 걷다 보니 어느새 몸과 마음이 상쾌해짐을 느꼈다.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걷는 ‘에코트레킹‘ 체험도 있다.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에코트레킹은 1~2시간 소요되며 체험비가 50,000원(단체)이다. 사전예약제이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음 기회에 신청해보기로 했다.

입으로 즐기는 마을

슬슬 정오를 넘기자 본능처럼 배가 고파졌다. 마침 어디선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무돌길 입구 쪽으로 길을 돌려 백구가 있는 곳을 지나치니 ‘무돌길쉼터’가 보였다. 도로 길 바로 옆에 위치한 쉼터에서 삼삼오오 마을 주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쉼터는 식당을 겸하는 곳이다. 직접 재배한 콩으로 만든 두부가 들어간 두부 들기름 지짐과 닭백숙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 남은 밥이 없었고 더욱이 예약을 해야 했음을 몰랐던 터라 사전조사를 미리 하지 않은 자신을 탓해야 했다.

결국 음식 냄새만 맡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후문(물론 맘씨 좋은 주인아주머니가 같이 밥을 먹자고 했으나 초면에 겸상할 정도로 뻔뻔하지 못했다). 가게 벽면에 한켠에는 ‘무등골 우렁이쌀’, 고사리류의 산나물, 돼지감자, 포도, 무등산수박, 참기름 등 천연 특산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쉼터에서 운영하는 먹거리 체험이 2가지 있다. ‘두부 들기름 지짐’은 가마솥 뚜껑 위에 들기름을 뿌려 두부를 구워먹을 수 있다. 직접 재배한 유기농 콩이라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체험비: 10,000원, 사전예약). ‘두부과자 만들기’는 반죽부터 굽는 과정까지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체험비: 7,000원, 사전예약).

마음으로 즐기는 마을

무돌길쉼터 건너편에 작은 하천이 있다. ‘증암천’. 무등산에서 시작해 영산강으로 이어지는 이 하천은 광주광역시 북쪽에서 흐른다. 청정지역답게 9월이 되면 반딧불이가 나타나는 몇 안 되는 장소이다. 겨우 내 얼어 있던 개울을 녹이고 봄을 맞이하고 더운 여름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증암천 옆에는 한 웨딩업체가 사진촬영을 위해 만든 포토존이 있다. 오래되어 언제 운행되었는지 알 수 없는 버스와 외국물을 먹은 기차역과 철길, 이탈리아에서 물 건너 온 자동차 한 대가 다소 어색한 포즈로 어우러져 있었다.

SNS에 자랑할 사진을 업로드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찍기를. 따로 저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아기자기한 벽화와 재롱을 떠는 백구, 오랜 세월을 지나온 정자나무와 함께 셀카를 찍어보자.

* 무등산 평촌마을 누리집 www.bandivill.net

대동문화 94호 [2016 5,6월호]

박소연 기자  webmaster@chkorea.news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