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라는 것이 긍께 사람 살어가는 모냥새허고 똑같어. 술이 그러잖여. 잘 마시믄 약이고, 잘 못마시믄 독이 되제. 착헌 일 허믄 그 사람 앞길에 약이 되고 나쁜 일 허믄 독이 되는 것허고 똑같어.

긍게 잘 조절을 해야 써. 뭐시든지 넘치믄 못써. 쪼끔 더 벌자, 쪼끔 더 해보자, 쪼끔 더 해 묵자 그라제. 국회의원덜도 사장님도 임금님도 욕심은 똑같어. 항상 더 가질라고 그라제. 사람 욕심이 근다 말이요. 근디 술도 쪼끔만 욕심을 줄애갔고 넘치덜 않게 살아야 써.

우리 집 뽀짝 옆집 고창떡 큰아들놈이 국민핵교만 졸업해갔고 시골 삼시롱 지그 엄니를 봉양을 안 했소. 근디 말이요. 시골에 산께 누가 신부로 올라고 허간디. 애기 딸린 물짠 년이고, 따른 나라 년이고 뭐시고 시집을 올라고 허들 안 혀. 긍게 창수 요 자식이 독수공방만 허고 맨날 죽어라고 농사 일만 헝께 뭔 낙이 있가디. 긍께 아침부터 술, 낮밥도 술, 저녁에는 본격적으로다가 술. 주구장창 꼽뿌로 쐬주를 들이 붓었제. 딜이 붓어.

이라고 산께 어찌 겄어. 10년 넘게 이라는디 아무리 지가 철근 몸뚱이라고 해도 축이 나고 술에 녹제 녹아. 글다가 간암이 딱 걸려부러갔고, 옴싹달싹을 못했제. 의사가 잉, 인자 술 한 빵울이라도 묵으믄 디진께 그란 줄 아시오, 그라고 시아시를 준께 한동안 술을 딱 끊습디다. 그라고 한 칠팔 년 살다가 지도 답답헌가 어찐가.

에라 모르겄다, 술이나 묵고 디져불자 그랬는가 삼 년 동안 술만 먹다가 마흔 여섯에 진짜로 디져부렀어. 긍게 고창떡은 그거이 한이 맺혀갔고, 내가 자식 새끼 갤혼도 못 시켜 죽인 년이다 허먼서 그라고 또 술을 먹고 울다가 허다가 또 저 세상 떠났제. 긍게 술은 말이여, 좋을 때 묵어야 쓰는 것이여. 맴이 슬플 때 묵으면 독이 되제.

여그 해남이 예직에는 해진이라고 했네 잉. 알제멘. 여그는 배가 들러 가는 곳인게 흥청망청했제. 글고 바다서 나는 물산허고, 땅이 널찌락 헌께 또 당 물산이 많은께 지나가는 개새끼도 돈을 물고 다녔제.

여그 나랏님한티 세 바치는 창이 있었고 긍게 을매나 포구가 크고 사람더리 풍족했겄어. 여그서 이순신 장군님이 나래를 지킨 것은 알겄제 잉. 해남허고 우리 전라도 사램들이 숭악헌 왜적놈덜을 이순신 장군허고 막았제 잉. 울둘목에서 잉. 그랑께 요그 사람덜이 용감허고 풍류도 잽힐 줄 알고 시도 허고 그라제.

그런 디라서 술이 없겄어? 흥청거리고 망청거리고 허는디서 술이 있겄제? 오래된 술허고 젊은 여자가 있으믄 시간 때우기 딱이제. 긍게 요 법성주가 맹글어졌제.

요 법성주가 토종주여. 꼬두밥이라고 멥쌀을 아조 되직허게 물을 쪼금만 넣고 안쳐서 지은 밥허고 효모를 섞어. 글고 뜨듯허게 방에 불을 때서 항아리에 담아 삭혀. 글고 나서 다시 꼬두밥 넣고 물 붓어서 발효를 또 시켜. 사흘 정도 지나믄 속에서 뽀오옥 ~ 뽁! 허고 술 익어 가는 소리가 나.

글믄 요 좆대가리를 달고 있는 소줏고리를 솥 위에다 앉혀갔고 앞술을 끓이믄 되야 요 좆대가리로 술이 나와. 45도가 넘은께 많이 마시는 거이 좋덜 안혀. 근디 법성주가 맛이 보들허고 허벌라게 묵어제껴도 뒷날 개안혀. 화끈헌디 뒷끝은 없어. 술도 그 땅에 사는 사람덜 성질을 닮소 잉.

죽은 죽어도 못 먹고 밥은 바빠서 못 먹으니 술 생각이 간절허제라우? 요 술 한잔 허시고 목을 잔 축이시쇼. 나도 시집 와서 요 술 맹그는 일 배운제가 어제같은 디 인자 나도 술지게미처럼 머리가 허옇게 서리가 내려부렀소. 자식 새끼들 키운 재미는 있제마는 청춘이 백발이 될 때까장 쎄 빠지게 일만 허다가 늙어부렀소.

아차 허믄 늙어지고 아차 허믄 문지방 바깥이 북망산천이요. 제삿밥 진수성찬으로 차레 묵으믄 뭣헐 거이요. 살아 생전의 술 한 잔만 못허요. 긍게 요 술 한 잔 잡숫고 흥 부리믄서 친구덜허고 얼싸덜싸 정 나눔서 즐겁게 사시시오. 여그 한 잔 더 잡수시오.(1990년대 초 해남 진양조 명인과)

대동문화 94호 [2016 5,6월호]

최옥수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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