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컨셉은 사람을 중시하고 소중하게 하며 자연을 잘 가꾸고 역사를 문화자원으로 삼아 창조적인 도시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자연, 역사, 창조의 도시 방향이 도시비전의 바탕이 되었으면 합니다.”

올해 광주 도시디자인자문관으로 위촉된 쿠니요시 요코하마시립대 교수는 광주는 변화과정에 있고 비엔날레라는 특별한 이벤트를 중심으로 문화도시의 변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쿠니요시 자문관은 제2회 광주비엔날레(1997) 때 광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광주에서 특별한 이미지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예술의 거리 정도만 인상적이었지만 지금까지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광주시청사 주변으로 많은 도시변화가 이루어졌다. 광주에는 예술가들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있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광주의 도시환경과 조화된 작품활동이 펼쳐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광주시의 문화담당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인사이동이 잡아 문화정책의 지속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문화는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가능한 오래 근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면서 “요코하마의 경우 비교적 오래 근무하도록 하는 인사경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장기근속, 전문가로 만들어야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그는 모든 행정에서 일하기보다 보다 전문적인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고 성공하기 원했다는 것이다. 도시디자인과 관련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지원해주었고 행정적으로 인정받아 도시디자인실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디자인실에서만 40년을 근무했다고 한다.

쿠니요시 자문관은 자신처럼 오래도록 근무한 직원은 없지만 15년 정도 근무한 사람도 있고 5년 근무하다가 다른 유사한 부서에서 일하다 다시 돌아와 5년 정도를 근무하는 직원들이 있다며 광주의 인사정책과 다른 모습이라는 점을 알려주었다.

그런가하면 반드시 공무원시험을 통해 직원을 채용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건축설계나 민간기업의 전문분야에서 일한 경력자를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도시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관민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좋은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 원도심 지역에 전남도청이 이전한 후 아시아문화전당(ACC)이 개관했다. 주변상권도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하지만 부동산 시세만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면 젊은 예술가들이 활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사레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부동산 소유자와 이용자의 권한 관계이다. 한국에서는 이용자의 권한이 매우 약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더 연구해야 할 것이다. 예술촌에 입주하는 작가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다른 장소로 옮긴다면 원래 의도했던 도시발전과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도시디자인이 광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쿠니요시 자문관은 광주는 무등산과 광주천이 공간심볼이라는 점에서 이를 통해 도시 정체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비엔날레와 ACC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광주 아파트, “디자인감각 없다“ 지적

그는 도시디자인이라는 것은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도시정체성을 발현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전문가가 어떤 대안으로 내놓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시민들의 여러 의견을 듣고 공유하고 공감할 때 도시의 정체성을 이루는 기반이 된다고 했다. 요코하마의 경우는 시민들이 알기 쉬운 도시디자인을 알려주고 바다를 주제로 한 디자인을 많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광주는 아파트 비율이 75% 정도에 달한다. 획일화된 도시구조를 문화도시로 바꾸는 방향에 대해 물었다. 쿠니요시 자문관은 광주지역 아파트는 색깔이 단순하고 디자인 감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신축이나 재건축 때 지역 예술가들의 도움을 받아 광주성을 살리는 경관디자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요코하마뿐만 아니라 일본의 다시 도시들도 60년대부터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만들면서 오늘날에는 노후화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고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 문제도 함께 드러나기 때문에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광주는 문화와 첨단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의 시너지 효과가 바람직하다. 쿠니요시 자문관은 요코하마의 스마트일루미네이션축제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빛축제와 비슷하다. 그는 광주에서 광산업을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광기술기업과 예술가들이 협업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러한 디자인을 여러 기업에서 시연하는 노력들이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광주를 찾고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민 협업 체계의 도시비전과 다자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쿠니요시 자문관은 도시비전을 만들어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하는 질 높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자기가 제안한 연구를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주민에게 설명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내놓고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엔날레 등 세계적 이벤트 즐기는 축제로

유럽이나 미국에도 많은 훌륭한 사례가 있다. 그런 것을 공부하는 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광주다운 비전이 무엇이 있을까를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경우에는 주민들이 자기 돈을 들여서 전문가를 초청해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주민들의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노력도 요구된다.

행정만이 아니라 주민들도 돈을 들여 마을의 디자인을 고려해야 모습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의 높은 디자인 제안, 주민들의 제안이 합쳐진다면 광주 정체성의 첫걸음이 된다는 이야기다.

광주시는 2000년부터 빛과 생명이라는 도시비전이 있으나 역대 시장이 활용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용역보고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이러한 비전을 잘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물었다. 그는 도시디자인은 20~30년 걸리는 것이므로 시장이 바꾸어야 할 것이 있고 전략적으로 지속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분야가 있다. 이를 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엔날레 등 세계적인 이벤트가 있지만 광주 도시디자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세계 사람들과 함께 예술가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즐길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잘 연동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엔날레가 한 장소뿐만이 아니라 여러 장소에서 시민들과 함께 비엔날레가 이루어진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광주시민에게 한 말씀 부탁했다.

“광주시민 모두가 예술가가 되고 문화적인 삶을 느끼는 전문가가 되면 좋겠다. 시민들이 예술가가 되어 시민들 작품발표회를 해야 한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작품을 언제든 내놓을 수 있는 자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동문화 94호 [2016 5,6월호]

정인서 기자  chkorea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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