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면 먼저 베이징이 떠오른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베이징의 가을 하늘은 한국의 가을하늘처럼 청명했다. 언제부터인가 베이징의 하늘은 1년 내내 자금성 지붕처럼 누런 빛깔이다.

간혹 맑은 하늘이 보인다면 필시 바람이 부는 날이다. 이제 베이징 하늘이 맑다는 것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가 되었다.

베이징 여행에 바람이 분다는 것은 예쁜 사진을 얻을 수 있지만 여행하기에는 오히려 최악이다. 건조하고 마른 바람이 종일 불어 숙소에 돌아오면 온몸이 미라가 된 기분이다.

베이징의 겨울은 매섭기만 하고 여름은 심하게 덥다. 심지어 봄․가을을 짧다. 한마디로 대륙성 기후이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지만 교통체증이 심하고 스모그 현상이 짙어 여행하기 녹록치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여행에는 큰 감동이 있다. 끝도 보이지 않는 자금성 안의 태화전을 보는 순간 웅장함에 얼음이 된다. 경복궁으로 따지면 근정전이다. 태화전 뒤로는 아무런 건물도 보이지 않아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늘의 아들, 황제가 사는 건물답게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잠시 600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 수 만 명의 사람들이 황제의 집을 지었을 당시를 상상해 본다. 분주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수 만 명의 인부들이 그려진다. 그렇게 금빛 지붕과 붉은색 기둥, 하얀 바닥이 15년 동안 서서히 채워졌다.

서태후의 수렴청정 여름별장

자금성의 웅장함에 크게 놀랐다면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화원으로 가보자. 이화원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서태후의 여름별장으로 알려져 있는 이화원은 원래 금조의 행궁이었던 곳이다. 1764년 청의 건륭제가 재공사를 통해 <청의원>이라는 별궁을 만들었었다. 2차 아편전쟁으로 파괴된 궁을 1888년 서태후가 재건하며 이화원이라 이름했다.

서태후라 함은 서쪽에 사는 태후라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청나라 함풍제의 후궁이자 동치제의 생모인 자희왕태후를 말한다. 청나라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두 번의 수렴청정을 거처 청나라를 몰락하게 했던 장본인이라 할 수 있다. 냉혹한 정치를 하며 화려한 삶을 살았던 서태후는 일 년 중 절반 이상을 이곳 이화원에서 보냈다.

이화원에 올적에는 배를 타고 곤명호를 통해 들어왔다. 330km2의 곤명호는 인공호수이다. 곤명호의 완성은 그야말로 인해전술이었다. 호수를 파고 남은 토사를 쌓아 만들어진 것이 바로 만수산(해발 60m)이다.

서태후가 늘 말한 “백성은 물과 같고 정치는 물 위에서 항해하는 배와 같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녀는 절대 뒤집어지지 않는 돌로 만든 배를 만들어 곤명호 한 켠에 두었다. 단단한 용배에서 그녀의 야욕이 그대로 느껴진다.

베이징은 오래된 이야기만 있는 곳이 아니다. 국제도시에 걸맞게 현대적인 도심의 모습도 갖추고 있다. 서울의 테헤란로와 같은 장안로에는 40km 사이에 화려한 빌딩이 빼곡하고 그 안에는 다국적 기업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간간히 익숙한 국내기업의 간판도 보인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생겨난 따산쯔의 798거리도 볼만한 곳이다. 이곳은 원래 구소련의 지원을 받아 무기를 생산하던 공장지대였다. 그러나 무기 공장이 하나 둘씩 철수하면서 거리는 텅 비게 되었다.

마침 저렴한 임대료를 찾던 예술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2001년 중국 최고의 미술대학인 중앙미술학원이 부근으로 옮겨오면서 798 거리는 200여개의 갤러리와 상가들이 활기를 띄게 되었다. 오늘에는 중국 미술시장의 핵심이다.

중국, 이제 세계의 중심 부상

여행자가 여행을 하며 가지는 궁금증은 비슷하다. 여행지의 전통적인 모습, 현대적인 모습 등을 보았다면 다음에는 무엇이 궁금할까? 바로 야경이다. 하루가 노곤하지만 낮과 밤은 분명 다른 매력이 있기에 어디든 가고 싶어진다.

베이징을 대표하는 야경은 많이 있지만 왕푸징 거리로 가보았다. 왕푸징 거리는 물이 귀하던 시절 왕족과 귀족이 모여 살며 쓰던 우물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서울의 명동과 비슷한 거리로 변하였다. 화려한 쇼핑몰과 먹거리가 가득한 곳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도 뉴스에 연일 중국의 소식이 나온다. 위엔화, 시진핑, 미국과의 관계 등등이다. 中國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현대 세상의 중심에 있다. 누가 중국을 ‘만만디’라고 하였는가, 중국은 어제와 오늘이 다른 곳이다.

하지만 자금성과 이화원, 만리장성 등은 변함없이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베이징은 무안공항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화요일, 금요일) 운행하는 직항편을 이용하여 손쉽게 갈 수 있다.

대동문화 94호 [2016 5,6월호]

김근하 기자  paranbaji@nate.com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