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당대표로 선출됐다.

대표적인 친박계의 한 사람인 이정현 의원은 9일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호남지역 출신의 대표가 되는 이변을 기록했다.

이날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총선 이후 표류하는 당의 리더가 될 차기 당 대표로 고질적인 계파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이를 해결할 리더로 이정현 의원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지난 7일 선거인단 사전투표에서 특정 당대표 후보의 우세를 점칠 수 없지만 여기에 7.8일 양일간 여론조사와 9일 9,000여명의 대의원이 참여하는 전대 현장투표에서 총 4만4천421표를 득표, 3만1천946표에 그친 대구·경북(TK) 출신의 비박(비박근혜)계 주호영 의원을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이로써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대표에 오른 황우여 전 대표에 이어 4년만에 친박 주류가 당권을 거머쥐면서 4·13 총선 참패로 물러난 김무성 전 대표의 비주류를 교체하게 됐다.

새누리당의 호남출신 첫 당 대표가 된 이 신임 대표는 앞으로 2년 간 새누리당을 이끌게 된다.

또 최고위원에는 이장우, 조원진, 강석호, 최연혜 의원이, 청년최고위원에는 유창수 후보가 선출됐다.

이로써 보수정당이라 할 수 있는 전신인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주자유당 등을 포함해 호남 출신 대표가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기록됐다.

이졍현 의원은 누구인가?

9일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이정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친박(親박근혜)의 핵심 인사로 평가된다. 새누리당 사상 첫 '호남 출신' 당대표로 등극했다.

그는 앞서 합동연설회에서 자신이 당대표가 되면 "해방 이래 최초의 호남 출신 보수정당 당대표가 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정치혁명의 시작이자 새역사"라며 "내년 대선에서 20%의 호남지지율을 이끌어내 정권 재창출의 보증수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5년 전남도지사를 지낸 민정당 구용상 전 의원의 총선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치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측 대선기획단장을 지내며 당내에서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전략기획통으로 불렸다.

하지만 국회의원 배지는 쉽지 않았다. 오랜 당 사무처 당료생활을 거쳐 당의 약세 지역인 호남지역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번번이 지역주의의 벽에 가로막혀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이 대표와 박 대통령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남에 대한 이 대표의 진정성을 인정해 한나라당(옛 새누리당) 대표 시절 박 대통령이 이 대표를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한 것이 인연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2007년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사실상 칩거 생활을 할 때도 대(對)언론 소통을 전담하며 '대변인격'이란 전례 없는 별칭을 얻었다.

17대 총선 당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이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 단 720표(0.65%)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18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광주 서구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39.7%라는 의미 있는 득표율에 만족해야 했다.

이 대표가 광주 서구을에서 낙선한 뒤엔 같은 해 2012년 6월 황우여 대표 체제 출범과 함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발탁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그해 대선에선 새누리당 공보단장을 맡아 박 대통령의 '입'으로 야권 공세를 방어하는 최전선에 섰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시절 비서실 정무팀장에 기용된 점을 두고선 두터운 신뢰를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는 2013년 2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됐고, 같은 해 8월 홍보수석으로 수평 이동하면서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그러나 이듬해 6월 사의를 표명하고 7·30 재보궐선거에서 고향이자 야당세가 강한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해 당선됐다. 26년만에 첫 호남 국회의원의 탄생을 알린 것이다. 단단한 콘트리트 지역구도의 벽을 깨부수는 이변을 연출하며 화려하게 국회로 복귀했었다.

이후 김무성 대표 체제 아래 지명직 최고위원에 올라 박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올해 총선 땐 선거구가 쪼개져 고향인 곡성 대신 순천을 택한 불리한 상황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상대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전남 순천시에서 당선돼 3선 고지에 오른 이 대표는 친박 후보로 당대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출마를 저울질 하던 때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KBS 세월호 보도 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고,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오더 투표' 의혹이 일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하루 전인 8일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누구도 쳐다보지 않던 저를 발탁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한대의 열정으로 봉사할 기회를 주신 박근혜 대통령께도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면서 박심(朴心)을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이 대표를 향해 박 대통령의 '내시'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제가 대통령의 혀, 심지어는 내시로까지 비하를 받는데 바로 그 점이 장점이 될 수 있다"(6월29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며 원만한 당청 관계에 방점을 두는 모습이다.

다만 선거 막판 '오더 투표' 논란이 불거지는 등 계파갈등이 극으로 치달았다는 점에서 당대표가 되면 계파갈등 해소가 큰 숙제로 다가올 전망이다. 

이 대표는 경선에 나서면서 △4년 내내 상시공천제 도입 △슈퍼스타K방식으로 대선후보 결정 △국회 70년 정리 위한 국민위원회 구성 △당정청 관계 개선 등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새누리당을 이끌어가게 된 이 신임 대표는 앞으로도 여소야대 정국에서 집권 후반기를 맞은 박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인 김민경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1958년 (전남 곡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 △한나라당 수석 부대변인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비서실 정무팀장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 △제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보궐선거) △제20대 국회의원

정인서 기자  chkorea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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