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청년미술가들이 바라보는 자신의 사회와 아시아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그들은 작품을 통해, 함께 생활하면서 대화를 통해 교류의 물고를 터나가는 연대에 대한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전시가 있다.

전북도립미술관이 마련한 ‘아시아청년36’이라는 아시아현대미술전은 아시아의 청년, 그들이 바라보는 아시아에 대한 궁금증을 들여다보는 기회이다. 전북에 아시아를 소개하는 최초의 기획전으로 2015년 첫 선을 보인 ‘아시아현대미술전’이 올해는 아시아의 청년을 품은 것이다.

아시아 14개국의 청년미술가 36명이 참여하는 '아시아현대미술전2016'은 9월 2일부터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려 청년, 그들이 바라보는 아시아에 대한 궁금증을 살펴볼 수 있다.

전북도립미술관의 아시아현대미술전은 서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아시아 현대미술의 미래를 점치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국제미술전이다. 아시아 현대미술을 지역으로 집중시키고 전북작가들을 아시아권으로 진출시킨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 전시는 매년 청년, 여성 등 주제를 달리할 예정인 가운데 2회째인 올해는 ‘청년’을 주제로 했다. 지난해 열린 아시아현대미술전은 연령과 성향을 막론한 이들이 오늘날 아시아가 형성되기까지 과정을 보여줬다. 거기에는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측면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아시아 현대미술의 미학적 특징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올해 아시아현대미술전은 '청년'을 겨냥했다. 아시아 청년작가들의 경향을 한 눈에 살핌으로써 가까운 미래의 현대미술을 가늠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정치적 혼란과 개인의 정체성이 복잡하게 얽힌 아시아. 저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지만, 현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면하면서 예술이 지향하는 가치를 전한다. 더러는 어둡고, 아프고, 불안하고, 우울한 상황을 생동감 있는 야성과 변방의 힘으로 표현한다.

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한국 등 14개국에서 주목받는 청년미술가 36명이 이번 미술전에 초대됐다. 이 중 한국인은 15명이고 전북 출신은 6명이다.

청년미술가들은 상처가 많은 민주화, 전 지구적 문제가 된 환경파괴, 차별받은 소수자, 심화하는 빈부 격차, 해법이 보이지 않는 종교 갈등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 이들은 회화, 조각, 설치, 영상, 그래피티, 퍼포먼스 등으로 문제를 심도 있게 조명할 예정이다.

장석원 전북도립미술관장은 "아시아 청년의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청년 미술은 아시아의 얼굴을 가장 역동감 있게 표출하고, 아시아 미술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미술전에는 아시아의 민얼굴이 가감 없이 드러날 예정이다.

역동적이고 열정적이며 참신한, 한마디로 드라마틱한 그들의 느낌 그대로 전시도 5부에 걸쳐 드라마틱하게 구성한다. 여기에는 2,3가구가 한집에서 살 수밖에 없던 시절 아파트를 바리케이드 모양으로 재현한 베트남의 마인 훙 응우옌(Manh Hung Nguyen), 어릴 적 본 군사정변 희생자들의 모습을 스스로에게 덧입힌 미얀마의 응게 레이(Nge Lay)는 ‘죽은 자기의 모습 관찰하기’로 죽음으로 다가설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 준다. 다른 배경 속에서 작가 자신을 죽은 사람으로 설정해서 촬영했다. 반복되는 작업은 죽음에 익숙해지기 위함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100일 동안 북경 거리에서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모아 벽돌을 만든 중국의 넛 브라더(Nut Brother), 인간의 몸을 실사처럼 묘사해 그의 인생과 역사까지 담아내는 인도의 파라그 소나르가레(Parag Sonarghare), 얼굴 하나에 공허한 표정을 그려낸 순간적이고 단편적인 셀카사진을 실존적인 수채화로 구현한 인도의 레슈마 나이르(Reshma Nair)를 만날 수 있다.

노숙자 생활 1년여를 돌이켜 관객에게 국수를 끓여주는 포차에 매진하고 있는 한국의 유목연이 자리한다. 박경종 작가의 가느다란 줄과 막대기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일상의 사물들과 그로부터 비쳐지는 영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끊임없이 도는 자석장치를 도구 삼은 한국의 윤성필과 누에고치 위 단어들을 적은 베트남의 깜 싸인(Cam Xanh), 금속성 가시가 박힌 의자를 흑백으로 그려 누구도 앉을 수 없다고 명명한 말레이시아의 저스틴 림(Justin Lim), 전북도립미술관의 ‘전북청년 2016’에 선정된 4인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번 전시는 보다 실질적인 교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을 찾는다. 결과물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참가자 중 희망하는 이들 20여명을 같은 곳에 머무르게 하면서 워크숍을 비롯한 일정들을 함께 보내도록 한다. 보다 깊이 있고 친밀한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미술가 김기라는 한국사회의 갈등과 대립, 충돌을 다룬 위재량의 시를 힙합 뮤지션과 만든 영상으로 보여준다.

3일부터 5일까지는 전주전통문화관에서 '아시아 청년 국제교류 워크숍'이 개최된다. 아시아 현대미술을 공유하고 그것의 미래를 제시할 워크숍은 9월 3일부터 6일까지 전주전통문화관 다향과 어사화에서 진행되며 발제자로는 3일 장석원(한국) 에 코(미얀마), 4일 시타 막피라(인도네시아) 왕둥(중국), 5일 짠 타인 하(베트남)가 나선다.

장석원 관장은 “아시아 청년 작가들의 실상을 감지할 수 있는 현장감 있는 전시로 가닥을 잡았다”면서 “젊은 아시아의 주역들은 가장 힘 있게, 가식 없이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성을 가리킨다. 아시아권 특유의 풍부하고 드라마틱한 반전 같은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또 장 관장은 “섹션, 주제별로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메시지를 감상할 수 있게 한 눈에 들어오는 전시로 구성했다”며 ““이번 전시가 ‘청년’이라는 범위에서 다양한 주제를 끄집어내 함께 소통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9월 2일 개막해 11월 27일까지 약 3개월 동안 도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정인서 기자  chkorea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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