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60년 가까이 낚시를 레저로 즐기고 있고, 법조계에서는 낚시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낚시에 관련된 정보, 일화도 많이 알고 있어 그사이 조선일보 월간낚시(석천의 비밀낚시터탐방) · 광주일보 월간예향(석천의 낚시수상록) · (주)강마을 월간붕어낚시21(석천의 풍류낚시기행) 도서출판 모노 · 월간낚시(김변:金辯의 담백한 조담:釣談) 대동문화(태공한담) 등에 낚시관련 수필을 10년 이상 집필한 바 있다.

그런데 4월 26일(화) 오후 광주광역시 남구 승천보(昇村洑)길 승촌보 인근 영산강 본류에서 낚시 초보생이 3, 4시간 사이에 토종붕어 월척(越尺) 7마리를 낚아내는 놀라운 장면을 5미터 정도 떨어진 옆자리에서 지켜본 사실이 있다. 그것은 필자의 기나긴 낚시여정에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행운의 주인공은 광주 유수의 시민단체인 광주한가람의 박형규(朴炯珪) 증경회장이다. 광주한가람은 약 20년 전에 발족되었는데 광주고룡정보학교(소년원)를 비롯, 소화자매원, 계산원 등 불구폐질자수용시설 등을 돕고 있으며 고룡학교에는 법사랑위원의 선동산과 함께 한가람동산이 조경되어 있다. 박 회장은 수년전 영식의 사업실패로 좌절과 실의에 빠져 있었는데 그때 필자가 권유하여 낚시를 시작하게 된 초보자이다.

그날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끼어있고 바람도 약간 불어 시원한 날씨였다. 파랑(波浪)이 다소 일었으나 파고(波高)는 찌의 식별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그날 오후 2시경에 승촌보에서 상류 쪽으로 자동차로 약 5분 거리 강변에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폈다.

원래 대낮에는 물고기의 입질이 뜸한 것이고 그날따라 구름 위를 날고 있는 군용기의 굉음이 수시로 정적을 깨뜨리고 있었는데, 박 회장이 선정한 자리에서는 끊임없이 입질이 있었다. 수심은 1.5m정도이고 주변에 갈대와 수초가 알맞게 있는 곳이다.

붕어를 낚을 때마다 박 회장은 활처럼 굽은 낚싯대를 양손으로 붙들어 안고 뒷걸음질을 치면서 안간힘을 썼다. 옆자리에 있는 필자는 얼른 다가가 뜰채로 떠주는 도움을 줬는데, 60년 낚시도사가 졸지에 초보자의 도우미가 되어버린 것이다.

박 회장은 5시반경까지의 사이에 잔챙이 붕어나 잡어 한 마리 없이 거물토종붕어를 무려 7마리나 낚아냈다. 당시 자(尺)를 지참하지 않아 현장에서 붕어의 크기를 재볼 수는 없었으나 육안으로 하나같이 월척이 분명하였다. 그때 박 회장이 쓴 미끼는 자신이 직접 배합한 글루텐이다. 필자의 자리에서는 글루텐을 쓰면 입질이 없고, 지렁이를 쓰면 대형 부르길스가 성화를 댔다. 박 회장이 낚은 붕어는 하나같이 살이 허벌나게 쪄서 양손으로도 감싸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날씨가 더욱 흐려지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아서 서둘러 낚시를 끝마치기로 하였다. 현장에서 자동차까지 상당한 거리가 있어 꾸물대다가는 비에 젖을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낚시를 거두려는데 공교롭게도 박 회장이 주로 쓰던 세 칸 낚싯대가 돌연 물속으로 빨려들어 가버렸다. 박 회장이 어떻게 손을 써볼 겨를도 없이 영산강 한가운데 쪽으로 끌려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끝마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박 회장은 자신이 낚시를 시작한 이래 최초로 경험한 행운의 조과(釣果)를 부인에게 자랑한듯하고 부인은 초파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살생하면 벌 받는다고 즉석에서 방생하도록 윽박질렀던 듯싶다. 광주성산교회(서대인 목사, 이정재 수석장로·광주한가람 회장)의 신자인 박 회장과 달리 부인은 독실한 불교신자이다.

그러나 박 회장의 조과는 영산강의 하나의 대물 기록이 될 수도 있을듯하여 계척도 해보지 않고 현장에서 방생해버리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박 회장과 합의하여 붕어들을 영산강보다 더 맑은 물에 이주시키기로 하고 살림통에 살려서 빗속을 달려 무등파크호텔로 직행하였다. 그곳에서 계척을 한 다음 호텔 부지 내에 있는 저류지(貯留池)에 방생하면 일석이조가 될 수 있을 듯해서이다.

그 저류지는 무등산 밑자락에 있고 항시 맑고 깨끗한 물로 가득 차있다. 저류지 위쪽에는 동원사라는 아담한 절이 있어 4월 하순경부터 부처님 오신날을 봉축하는 연등이 호텔에서 절까지 수많이 걸려 있고 초파일 무렵에는 물고기나 자라를 방생하는 신도도 더러 있다고 듣고 있다.

필자가 이글을 써서 박 회장의 조과를 후일의 증거로 남기고자하는 이유는, (인공낚시터가 아닌) 영산강 본류에서 짧은 시간에 월척으로만 7마리가 낚였다는 것은 박 회장에게 커다란 행운일 뿐만 아니라 낚시계의 신기록이 될듯하고 영산강이 그만큼 정화되었다는 증좌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위 조과는 ‘(사)영산강 섬진강살리기운동본부’ 윤귀환 이사장(광주한가람 고문)에게 큰 보람을 안겨 줄 수 있고, 이를 깨끗한 물에 방생한다면 박 회장 자신에게도 큰 선행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척에서 지켜본 필자에게 다행한 일이며 무등파크호텔 인수 후 매년 적자(赤子)에 허덕이고 있는 김상조 회장에게도 선연(善緣)이 될 수 있을 법한 일이다. 무등파크 현관 처마 밑에서 김상조 회장이 잣대로 붕어를 한 마리씩 계척하였는데 그동안에도 붕어들이 하나같이 튀어 오르고 뒹굴어 한데 모아 놓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계척결과는 33cm 4마리, 34cm 2마리, 35cm 1마리였다.

서양에서는 ‘럭키 세븐(Lucky Seven)’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야구에서 9회중 7회째를 의미하며 득점을 기대할 수 있는 행운의 회로 본다. 그것이 오늘날은 여러 나라에서 행운의 숫자로 널리 알려 져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이 여덟 번째 낚을 뻔한 붕어(?)가 낚싯대를 끌고 가 버린 것은 아마도 7마리로 끝마치라는 신불(神佛)의 계시인지도 모를 일이다.

도박(賭博)에서는 물론 운동경기나 낚시에서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통용한다. 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있지 않지만, 운이 70%, 기술이 30%라는 뜻이며 노력보다 운수가 더 크다는 의미도 함축되어 있다. 공직인사의 경우, 승진과 주요보직에 기용되는데 있어서는 본인의 각고면려(刻苦勉勵)외에 관운이 따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박 회장의 월척기록은 운칠기삼이든, 운삼기칠이든, 행운이 있었기 때문인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평생 낚시를 다녀도 월척을 못 낚아본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계척 중에도 비가 점차 거세지고 있어 붕어를 대충 배열해놓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자마자 저류지로 올라가 박 회장이 7마리를 모두 직접 방생하였다. 박 회장은 다음날 위 저류지를 다시 찾아 방생한 붕어가 무사한지를 확인하였다는데 한 마리도 죽어서 떠 있는 것이 없어 안심했다고 한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낚은 행운의 월척붕어를 맑은 저류지에 방생한 선행이 관련 당사자는 물론 대동문화의 임직원 운영위원 및 애독자 여러분에게도 선연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싶다.

대동문화 95호 [2016 7,8월호]

김양균 수필가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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