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짧은 한 곡이라도 그 시간만큼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꾀꼬리 같은 소리를 내는 은빛 악기 플루트(flute)가 인생의 전부인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플루트의 매력은 맑은 새소리 같아 많은 사람들이 듣기 좋아한다는 점이다.

입을 다물어 호흡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 중에 단연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난다. 높은 음역으로 소리를 내면 맑게 갠 푸른 하늘처럼 화창하고 푸르른 음색을 뽐낸다. 크리스털 같이 느껴지는 맑은 소리는 순수함 그 자체로 들린다.

반대로 낮은 음역에서 연주할 때는 마치 색소폰과 같은 풍부하고 농익은 소리가 난다. 상당히 풍만한 소리를 내면서 나른함이 밀려온다. 플루트는 이런 팜므파탈 같은 관능미를 가진 악기다.

여성스러운 악기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호흡이 많이 필요해 플루티스트 중에는 남자도 적지 않다. 일반인들도 한 번쯤 배워보고 싶은 악기 중에 ‘플루트’를 손꼽아 말한다.

플루트 인생, 영원한 지지자는 바로 부모님!

지난 6월 1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플루티스트 안명주의 독주회, 이날 자리를 가득 메운 청중들은 플루트의 매력에 빠졌다. 플루티스트 안명주는 KBS교향악단 수석주자로 코리아 플루트 솔로이스츠의 리더, 앙상블 디버스, 세종목관 5중주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흠을 잡지 못할 실력을 갖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하다. 그녀는 16살의 어린 나이에 플루트를 시작했다. 서울예술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뉴욕이란 낯선 땅을 밟아 유학생활을 했다. 어린 나이부터 오로지 플루트를 배우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타지에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을 때에는 부모님의 무한한 지지로 버틸 수 있었다. 부모님은 가장 큰 팬이자 독설평론가였다. 부모님은 항상 칭찬보다는 아낌없는 평가로 안명주에게 거름을 주었다.

물론 플루트가 마냥 좋을 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쉬는 시간은 거의 없이 연습과 수업이라는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안명주는 음악을 들으며 잠시 쉬는 시간이 유일한 낙이었다.

음악으로 받은 스트레스조차 음악으로 풀었던 만큼 열정적이었다. 뉴욕 유학생활을 통해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나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새로운 시도로 발전이 끊이지 않는 연주자

그녀는 수많은 연주를 했지만,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연주가 있다. 줄리아드 대학교 3학년 당시 작곡과 학생에게 앙상블 연주를 의뢰받았다.

그 친구는 나무로 된 하와이 전통 피리와 악보를 보내왔다. 안명주는 플루트도 아닌 생소한 악기를 나름대로 익숙해지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

다음날 작곡가로부터 멍해지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하와이 전통피리는 입이 아니라 ‘코’로 부는 악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 누군가 코로 수없이 불었던 악기를 입으로 불면서 연습한 것이다. 안명주에게 웃지 못할 새롭고 재미있었던 연주로 남았다.

플루트는 우리나라 전통 목관악기 대금과 매우 닮았다. 플루트와 대금 둘 다 가로로 부는 악기이며, 주법 또한 비슷한 점이 많다.

안명주는 박사과정 중에 국악을 공부하기도 했다. 플루트 덕분에 대금의 몇 개의 산조를 두 달 만에 마스터할 수 있었다. 서양악기 전공자이지만 뼈 속까지 한국인이 갖는 기본 정서는 무시할 수 없었다.

안명주는 “제 연주를 듣고 청중들의 리액션을 느끼며 진심이 통하고, 마음이 하나가 되는 연주는 여운이 오래 남는다.”라며 “나이랑 상관없이 조그마한 것이라도 새로운 시도와 발전이 끊이지 않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어렸을 때는 플루트의 역동적이고, 화려한 멋을 쫓았다면 지금은 이 악기의 소박하고 순수한 멋에 매료되었다.”라고 활짝 웃는다.

26세 어린 나이 KBS 교학악단 수석주자 발탁

중학생 시절 안명주는 경향신문 1989년 5월 27일자에 소개된 적도 있을 만큼 소질이 남달랐다. 당시 열린 경향이화콩쿠르에서 당시 심사를 맡았던 정창용 서울대 강사는 심사평에서 “중학교 안명주 양은 소리, 테크닉, 표현 모두 좋았다. 기량이 좋고, 나무랄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서 그녀는 플루트 부문 1등을 했다. 이에 앞서 1988년 조선콩쿠르에서 입선한 바 있다.

한편 안명주는 예원학교 졸업한 이후 서울예고 재학 중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코헨 장학금을 받으며 조기졸업 프로그램으로 학사, 석사학위를 마쳤다.

그 후 스토니 브룩 뉴욕 주립대학교에서 전액 장학금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줄리아드 협주곡 콩쿠르, 뉴욕 청소년 심포니 협주고 콩쿠르, 로렌스 뷰리가드 콩쿠르 등 다수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하는 기염을 뽐냈다.

안명주는 플루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6세의 어린나이에 KBS교향악단의 수석주자로 발탁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앳된 얼굴의 소유자이지만 이미 중견 연주자로 지칭되어야 할 만큼 실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10대 플루티스트(2006년, 2007년)에 선정됐으며, 뉴욕 링컨센터, 뉴욕 데뷔 독주회(카네기홀), 엘리스 툴리 홀, 예술의 전당 11시 콘서트, 교향악축제 참여 등 국내외로 다수의 연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현재는 KBS교향악단 수석으로, 버카트 플루트 아티스트, 서울대, 한국예종, 한양대, 예원 선화예중에 출강하고 있다.

대동문화 95호 [2016 7,8월호]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