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와 화방이 즐비한 ‘예술의거리’를 따라 걸어 간 곳에 한 초등학교가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면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광주 시내 한 복판에 위치한 중앙초등학교. 중앙초등학교 담벼락에 피어난 푸릇푸릇한 넝쿨이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이 학교는 한 눈에 봐도 요즘 학교와 다른 분위기가 바로 느껴진다.

교문에서부터 70~80년대 학교를 찾은 느낌이 딱 든다. 달리기라도 하면 금방 흙먼지가 날릴 것 같은 정겨운 운동장과 낮은 구령대가 반가웠다.

광주중앙초등학교는 1907년에 출발해 110년에 이른 굵직한 역사와 함께 해온 학교다. 많은 사람들은 이 정도면 문화재로 등록되었을 것이라고 대부분 생각한다. 세월이 야속하게도 오래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해온 건물이지만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았다.

육안으로 봐도 우여곡절 역사가 깊은 건물인 중앙초는 왜 문화재 지정이 안됐을까?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광주서석초등학교, 수창초등학교는 모두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재 본래 정문 바뀌어 이용되고 있어

중앙초의 외관은 붉은색 벽돌로 지은 학교 건물, 아직도 슬레이트 지붕 건물이 대부분이다. 학교건물이 슬레이트 지붕이라니. 슬레이트 지붕 정비사업을 하고 있는 마당에 슬레이트가 남아있는 건물은 드물다.

그만큼 학교가 겪어온 오래된 세월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슬레이트 지붕에는 뾰족한 삼각 창문이 났다. 본관 건물은 슬레이트 지붕을 미관상 하얀색으로 칠한 상태다.

제봉로 쪽으로 난 철제로 된 본 정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낡고 녹슨 철제 정문만이 오래된 중앙초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바닥에는 철제문을 열고 닫았던 흔적이 남아있다.

현재 중앙초는 예술의거리 방향으로 난 문이 정문으로 이용되고 있다. 3년 전부터 학교 내부 협의를 통해 바뀌었다. 아무래도 통학로의 안정성 때문인 듯싶다.

옛 정문과 본관 건물 사이에는 원형의 연못이 그대로 남아있다. 학교의 본관 건물 바로 앞에 만들어진 연못이 이색적이다. 현재의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낯선 풍경이다.

당시 일본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학교들의 전형적인 특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교문을 들어서면 바로 운동장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화원과 연못 등 정원이 펼쳐진 것이다.

중앙초는 초창기 개교 당시 일본인이 광주공립심상고등소학교로 개교했다. 일본인을 위한 교육기관이었다. 중앙초 누리집에는 1933년 본관을 건축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1945년(11월20일) 해방 이후에는 중앙공립국민학교로 이름을 변경해 한국인을 위한 교육 시설이 됐다.

해방 이후 중앙초등학교는 광주미술계에서 전시장소로 활발하게 사용됐다. 1945년 중앙초등학교 강당에서 동·서양화 합동미술전이 광주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1947년에는 조선미술동맹(부위원장 오지호)의 광주지부전이 열렸고, 1949년에는 전국최초 전국학생미술공모전이 일본대학 동창회 주최로 열리기도 했다.

2000년 초반에는 중앙초를 광주현대미술관 건립부지로 점찍었으나 동문들의 반대와 근대문화유산 보존 가치가 높아 원점으로 돌아갔다.

건축물 자체 문화재 가치 충분히 있어

1948년 광주계림공립국민학교는 교사를 마련하지 못해 중앙초에 더부살이로 수업을 같이 했다. 당시 교문 기둥 양쪽에는 두 개의 다른 학교명이 적힌 현판이 걸린 적도 있다.

중앙초에서 보관하고 있는 일본인에 의해 작성된 연혁지를 살펴봤다. 당시 600분의 1로 축적해놓은 학교 평면도도 있었다. 아직까지 한 번도 외부에서 번역 조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한편 ‘향토독본’이란 자료에서는 1907년 일본인이 세운 소학교에서 출발해 1914년 궁동으로 이전, 1929년 목조건물을 벽돌 건물로 신축했다고 밝히고 있다. 학교 명칭도 1941년 광주 중앙국민학교로 개칭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중앙초 누리집에는 1933년 본관을 건축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광주시 측은 “학교의 경우는 벽돌건물이 가능성이 높고, 대부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지만, 벽돌건물이기 때문에 보수, 수리하기가 힘들고, 별도 허가절차도 있다”며 “등록문화재는 문화재청에서 하는 것이고, 시에서는 아직까지 특별하게 추진해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본관 건물 건립 시기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인 듯싶다.

중앙초 김미옥 교감은 “예전에 역사학자가 찾아와서 중앙초는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학교 구석구석을 기록해 갔었다”며 “학교에는 오래된 연혁지는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번역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분명한 것은 중앙초는 역사·문화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지만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수많은 미등록문화재가 전문성을 지닌 주기적인 관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대동문화 95호 [2016 7,8월호]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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