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천만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가 나타났다. 7월 20일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다. 주인공으로 배우 공유, 마동석, 정유미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대한민국에는 긴급재난 경보령이 선포된다. 좀비 바이러스가 감염된 사람이 KTX에 올라타면서 부산행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이들에게 감염되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배우 마동석의 매력에 더 큰 호응

영화는 극한 상황에 내몰려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몸을 바쳐 싸우는 이들이 대조되면서 긴박하게 진행된다.

그 속에서 마동석(상화 역)의 역할이 영화의 맛을 한껏 살렸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외모의 마동석은 아내 정유미(성경 역)에게는 애교 섞인 말투와 행동을 하면서 ‘마요미(마동석+귀요미)’의 매력을 어필했다.

공유(석우 역)는 직장생활에 바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을 담담하게 소화해냈다. 초반에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딸에게 “지금 같은 때엔 자기 자신이 제일 우선이야”라는 대사로 이기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비춘 듯 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함께한 사람들을 살리려는 인간성이 진하게 표현됐다.

과연 한국에서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가 천만을 찍을 수 있을까? 상상도 못한 일이다. 개봉 전 외국영화에서 자주 보던 소재인 ‘좀비’가 한국판으로 바뀌면 어떠한 효과를 낼까 궁금증과 함께 내심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좀비가 미친 듯이 날뛰며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모습은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낯선 장면들이었다. 달리는 기차 안이라는 배경의 몰입도는 꽤나 상당했다. 기차 안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영화 ‘설국열차와’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고 본다.

영화 부산행 프리퀄, ‘서울행’까지 개봉

영화 ‘도가니’ 이후 별다른 활약이 없던 공유는 이 영화로 ‘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비슷한 시기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등도 개봉했지만, 좀비영화 ‘부산행’이 천만 관객으로 먼저 대박을 쳤다. 사람들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영화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떻게 좀비 바이러스를 지닌 사람이 KTX에 올라탔을까? ‘부산행’의 하루 전을 배경으로 한 후속편 ‘서울역’에도 관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기도 했다. ‘서울역’은 애니메이션 영화로 ‘부산행’ 초반에 잠깐 출연했던 배우 심은경과 류승룡, 이준이 목소리 출연을 한다.

여름철 개봉, 천만 관객 노린다

‘부산행’의 천만관객, 비결은 무엇일까. 이게 왜 천만 관객 동원 영화인가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분명한 것은 한국영화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개봉시기를 잘 탔다고 볼 수 있다. 역대 천만관객 영화들은 여름철에 주로 나왔다.

역대 천만관객이 넘는 영화 암살(2015.7.22), 배테랑(2015.8.5), 명량(2014.7.30), 도둑들(2012.7.25), 해운대(2009.7.22), 괴물(2006.7.27) 등의 개봉 날짜만 살펴봐도 뙤약볕의 한 여름에 개봉한 영화들이다.

찜통더위도 한몫을 했다. 직장인들의 휴가철과 학생들의 방학이 겹치면서 사람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콘 바람이 빵빵한 영화관을 찾았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룬 사람들이 극장을 찾아 불야성을 이루기도 했다.

영화는 여름이 성수기다.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여름철에 줄줄이 개봉하는 영화를 쫓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더위를 식힌다. 돌아오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또 어떤 영화가 흥행몰이를 할지 궁금하다.

대동문화 96호 [2016 9,10월호]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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