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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의 역사(驛舍), 그 자리를 지키다극락강역, 오래된 간이역, 대합실에 옛 풍경 그대로
김다이 기자 | 승인 2016.10.24 16:41

점점 커져가는 도시에서 오래된 건물과 작은 건물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기억들이 사라져 가는 느낌이다. 급속한 경제 개발에 눌려 쉽게 부수고 없애는 흔적들이다.

광주 도심 속에 아주 작은 간이역이 남아 있다면 어떨까. 시골에도 없을 법한 낡은 기차역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바로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동의 극락강역이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진짜로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리고, 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생긴지 90년이 훌쩍 넘은 극락강역의 시간은 그대로 멈춘 듯한 풍경으로 채워진다.

슬레이트 지붕 건물로 여전히 이용아직도 슬레이트 지붕을 그대로 둔 기차역이 얼마나 될까? 오랜 시간을 겪어온 기차역답게 극락강역의 지붕은 여전히 슬레이트 지붕으로 덮여있다. 발길을 옮겨 기차역 안으로 들어가 보자.

기차를 기다리는 대합실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긴 의자만 있다. 요즘 대합실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기차역 밖으로 나와 왼편에는 별도로 화장실이 있고, 극락강역과 똑같은 외관을 하고 있다.

부근에는 2개의 시멘트 공장과 큰 병원이 들어섰다. 시멘트 공장이 있는 탓에 화물열차가 다니는 곳인가 생각이 들지만, 이래봬도 하루에 8편의 무궁화 열차가 정차하는 곳이다. 목포에서 서대전, 용산까지 오가는 기차가 다니고 있다.

지금이야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역주변이 도심으로 둘러싸여있지만, 역이 생긴 초창기 때까지만 해도 허허벌판에 보따리 하나씩 손에 들고 기차를 기다렸을 터다.

극락강역 승무원은 “하루에 보통 열 대명 정도가 역에서 내리고 탄다.”며 “오래된 역인만큼 보수할 곳도 많지만, 옛 모습 그대로 둔 것이 이 역의 재미일 수도 있겠다.”고 설명한다.

광주역으로 KTX가 들어갈 때 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KTX끼리 비껴가는 장면을 볼 수 있는 역이기도 했다. 현재는 호남 고속철도 개통, 광주역으로 가는 KTX운행 중지로 그 장면은 볼 수 없다. 한 때는 역 구내에 시멘트 사일로가 있어 양회화물을 취급하기도 했다.

재건한 역사도 50년이 훌쩍 넘어

외관만 봐도 정말 오래된 극락강역은 얼마나 됐을까? 이 역은 극락강 하류에 1922년 설치됐다. 그러나 꽤나 낡은 현재의 건물은 1922년에 지어진 것은 아니다.

1950년 7월 8일 6.25전쟁으로 본래 역은 소실되었다. 이후 1959년 1월 지금의 건물을 신축해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 역은 재건한 역사지만 이제 60년 가까운 나이가 되고 있다.

초창기 극락강역은 1922년 7월 1일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해서 1938년 10월 1일 보통역으로 승격했다.

극락강은 담양 용천산 용연에서 발원하여 광주를 지나 나주의 영산강과 만난다는 영산강의 지류다. 본래 극락강의 옛 이름은 담양의 원율천과 광주의 칠천(漆川)으로 각기 불렸다. 일제강점기 이후 ‘극락강’으로 통합됐다고 한다.

조선 중기 중앙정계에서 활동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김언거(1503~1584)가 풍영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당대의 유명한 학자인 이황과 기대승, 김인후 등과 무등산의 위용과 극락강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고 한다.

당시 이 주변에는 극락암(암자), 극락원(출장 다니는 관리의 숙소), 극락시(지금의 시장)가 강변에 있었다.

한편 1922년 극락강역이 설치되면서 극락강변에서 재배된 쥐꼬리 무가 극락강역을 통해 서울로 운송되었고, ‘극락강 무’ 맛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는 말도 있다.

철거 위기 없도록 문화재로써 보존 필요

오랜 역사를 지닌 극락강역은 안타깝게도 문화재로 지정된 상태가 아니다. 한국철도공사 지정 준철도문화재로만 등록되어 있다. 향후 역사적, 기술적, 교육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것 중에서 한국철도공사가 지정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1930년부터 이용이 잦았던 남광주역은 폐역이 되고, 역사 속에 영영 사라져버렸다. 광주로 들어서는 첫 번째 역인 임곡역 역시 1914년 1월 무배치 간이역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1925년 10월 보통역으로 승격됐다. 하지만 옛 역사는 찾아 볼 수 없고, 1987년에 준공한 역사만 남은 채 폐선이 됐다.

승객이 줄어들고, 더 이상 운송수단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기차역은 문을 닫고 만다.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경북 포항역사의 경우 실제 해방 직전 1945년 건축된 근대문화유산 조사목록에 포함되고, 준철도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으나, 결국 철거됐다.

옛 것이라고 무조건 부수고 없애버릴 것이 아니라 소중히 가꾸고, 보존·관리한다면 그 가치는 매길 수 없이 높아진다. 지금이라도 남아있는 오래된 간이역을 찾아 문화재로 지정해 홀대 받지 않도록 관리하고, 보존할 필요성이 시급하다.

대동문화 96호 [2016 9,10월호]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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