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스(Gallery DOS)를 찾은 건 8월 4일 오후. 폭염 내리붓는 햇볕에 얼굴과 팔이 익는 듯 뜨거웠다. 지하1층 전시장에 들어서자 더위가 싹 가시고, 사면에 전시된 그림이 눈에 쏙 들어왔다. 얼핏 둘러보아도 분위기가 차분하다. 서양화가 김소정 개인전 Rainbopia展이 열리고 있다.

이 곳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갤리리도스가 운영하는 공모전이 계기였다. 갤러리도스는 1년에 두 번 상반기, 하반기 매번 다른 주제로 기획공모전을 진행하여 신진 작가의 발굴에 힘써왔다.

그 공모전의 주제는 2012년 ‘공감-감각을 공유하다’ ‘드로잉, 그리고 찾다’, 2013년 ‘중독’ ‘Moving, Drawing and Moving’, 2014년 ‘고리-감각과 물질의 경계’ ‘게으른 노동’, 2015년 ‘레알의 기술’ ‘생각도구’ 등이다.

올 하반기에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을 주제로 정수영, 임승택, 서인혜, 백지은, 강경미, 장우진 등 6명 작가를 선정하고 9월 6일까지 각 작가의 개인전을 릴레이 형식으로 선보인다. 신진 작가의 발굴은 갤러리로서 응당 해야 할 분야지만, 그 부담이 적지 않아 쉽게 손댈 수 없다.

전시를 만드는 문화기획자 김미향 대표

“여러 장르의 젊은 작가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려고 합니다.”

갤러리도스의 김미향 대표는 기획전을 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작품에 전념하는 젊은 작가들은 작품 발표를 어떻게 하는지, 전시회는 어떻게 개최하는지 잘 모른다. 대개는 돈도 없다. 그런 작가들을 발굴하여 미술애호가 등 관객과 만나는 접점을 만들어주겠다는 시도다.

“작가와 공존하고 일반인과 공감하려고 합니다. 좋은 전시로 작가가 인정받고 일반인도 감상할 수 있는, 너무 어렵지 않은 전시를 기획하죠.” 이는 갤러리도스의 이름에도 반영되어 있다. 갤러리도스의 DOS는 ‘Doing Space’에서 딴 이니셜로 “누구나 예술을 행할 수 있고 또 향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염두에 둔 이름이다.

이러한 방침 하에 운영되어온 갤러리도스는 매체, 영역과 장르를 아울러 작가가 조형세계를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역량 있는 작가를 소개하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김미향 대표는 전시를 만드는 문화기획자이자 공공미술을 위한 컨설턴트이다. 그 자신이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다. 갤러리도스가 ‘공감, 중독, 고리-물질과 감각의 경계’ 등과 같은 공모전을 매년 두 차례 진행하여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려는 시도를 계속 해오고 있는 것은 그가 예술을 아는 기획자라서 가능했겠다.

갤러리도스는 설립일은 2005년이지만, 애당초 1999년 그래픽디자인회사 NG Design으로 출발했다. 2005년 서울 관훈동에 갤러리도스를 개관하고 2007년 인사동에 운모하 테라스를 열었다. 이는 갤러리와 카페를 겸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당시에는 새로운 시도였다.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공간이었지요. 식사를 하러 왔다가, 차를 마시다 예술작품과 접할 수 있도록 하여 3~4년 운영해본 겁니다.”

이 같은 갤러리 카페들이 여기저기 생기자 김 대표는 제대로 된 전시장을 찾아 인사동에서 현재의 자리로 2011년 이전했다. 인사동은 접근성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이곳 삼청로의 갤러리는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이들이 일부러 많이 찾는다고 한다. 여유롭게 작품을 볼 수 있는 분위기. 전시장에 들어왔을 때 느꼈던 그 분위기를 기대하는 것이겠다.

예술인 발굴과 미술의 활성화 도모를 위한 전시장

갤러리도스의 사업영역은 화랑 운영에서 미술장식품, 미술품임대, 팸플릿디자인, 실내장식디자인, 조형연구, 아트상품, 아트컨설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작품 전시, 판매, 디자인으로 수익구조를 다양화하여 갤러리를 안정적으로 운영한다. 이러한 사업영역이 갤러리도스에서는 기획전, 공모전, 협력작가, 아트페어, 공공미술로 구체화 된다.

갤러리도스는 매년 30명이 넘는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한다. 국내 현대 미술계를 주도하는 작가뿐만 아니라 신진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체계적으로 연구, 분석하여 전시를 기획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과 창의력을 지닌 예술인을 발굴하고, 예술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 대안을 제시하며 미술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2012년 신현중(서울대 조소과 교수) Art Show, 2013년 클라우디아 하트(미국 시카고대학 교수)와 알렉스 리(미국 크락슨대학 교수) 2인전, 2014년 손길프로젝트 ‘낯익지만 낯선 용도’ 등 다수의 기획전을 열어 국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왕성한 기획전시활동을 하고 있다.

협력 작가는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한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의지를 같이할 작가를 선정하여 기획, 전시, 판매 등 체계적인 마케팅과 홍보를 한다. 현재 강은영, 권선영, 최은혜, 정석우, 정유정, 안중경, 현주, Alex. M.Lee 8명의 작가가 갤러리도스와 함께한다. 협력작가는 다른 화랑이 운영하는 전속작가제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갤러리도스의 협력작가는 갤러리와 작가가 동등한 관계, 인간적인 관계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강제성을 두지 않고 작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작가와 동등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협력작가 기간은 2년이고 갱신할 수도 있지요. 협력작가는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갤러리에서 그룹전 등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작가는 혼자서 작품을 하기 때문에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과정이 있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갤러리도스는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여 신진작가의 참신한 작품을 소개한다. 서울에서 2012년 아트아시아, 2013년 미국 시카고의 ‘AXIS 2013’에 참가했다. 2014년에는 서울에서 열린 KIAF2014, 공예트렌드페어2014에도 잇따라 참가했다. 한국의 미술세계를 국내외에 소개함으로써 예술의 다양성을 도모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아트컨설팅은 건물 앞에 설치하는 작품 등 공공미술에 갤러리 도스가 참여하는 분야다. 공공미술을 통해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참신하고 다양한 작품을 제안한다.

김 대표는 오는 12월 온라인스토어를 개설할 예정이다. 인터넷을 통해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까지 이루어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아트스튜디오를 운영할 계획이다. 작업실을 구하지 못해 작품 활동을 중단하는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작품을 구상하고 만드는 작업 공간과, 그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작가가 작품 활동에 전념할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누구나 예술을 행할 수 있고, 또 향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갤러리도스. 이런 갤러리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삶 또한 풍요로워지지 않겠는가. 땀으로 온몸을 적시면서 갤러리도스를 찾아간 보람이 있다.

대동문화 96호 [2016 9,10월호]

정유철 기자  hsp3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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