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에 폭염주의보가 계속되는 7월 말,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과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에 있는 유적지를 둘러보기 위해 3박4일 여행을 44명이 함께 떠났다. 매년 ‘대동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세계문화탐방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여행이다. 여행을 다녀온 소감으로 주제를 정한다면 “초원과 바위, 그리고 말, 몽골의 과거와 미래 이야기”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몽골여객기가 도착한 울란바토르 외곽의 징기스칸 공항은 소박한 편이었다. 최근 들어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다른 지역에 공항을 건설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항 밖 풍경은 대한민국의 70~80년대를 연상시켰다. 몽골은 1921년 청나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소련의 지원을 많이 받았다.

1990년까지 사회주의 체제를 채택했기에 러시아 키릴문자로 학교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그 때문에 울란바토르 대부분의 간판은 키릴문자로 적혀 있었다. 1991년 몽골의 민주화 이후 국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영어 간판이 상당히 많아졌다고 했다. 울란바토르 시내는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톨강을 경계로 상류층이 사는 자작나무 골짜기 지역, 관청가와 상가 등이 밀집한 중심지역, 그리고 서민들이 사는 외곽지역으로 나누어진다고 했다.

우리들의 일차 목적지인 테를지 국립공원 안에 있는 혹스하트(쌍바위) 캠프로 가기 위해 시내를 벗어나니 게르 촌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가는 중간에 우리의 성황당과 유사한 어워에 들러 주변을 돌면서 돌을 던지고 소원을 빌었다. 테를지 국립공원은 1993년에 지정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헨티산맥 산기슭 울란바토르 북동쪽 80㎞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울란바토르 주민들이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쉬기 위해 자주 찾는다고 했다.

아직은 때가 덜 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수줍게 간직하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시기가 짧은 여름의 한 중간이라 에델바이스를 비롯한 각종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여기저기서 감탄사를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하지만 주된 이동수단이 자동차로 달라지고 주민들 레저에 필요한 고정식 건물이 늘면서 언제 그 모습이 달라질지 몰라 약간은 걱정이 되었다. 우리 일행이 이틀 동안 머문 게르는 몽골 유목민의 주거문화 상징이라고 했다. 게르는 자작나무와 양가죽이 주된 소재라고 했다.

정중앙의 구멍으로 낮에는 채광이 잘 되었고, 밤에는 쏟아져 내리는 별빛까지도 볼 수 있었다. 또한, 한가운데 난로가 놓여 있어 밤에 기온이 내려가면 석탄으로 공기를 따뜻하게 해주었다.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머문 첫날은 승마가 정점을 이루었다. 승마장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서니 빗줄기가 세차게 차창 밖을 두들겼다. 기후변화가 나타나면서 몽골은 비 내리는 횟수와 양이 많아지고 기온이 따뜻해진다고 했다. 그곳에 도착해서 한참을 기다리니 비가 멈춰 차례로 몽고말에 올랐다. 말에 타 사진을 찍어가면서 한시간 동안 초원을 돌아 다녔다. 승마가 초보인지라 달리지 못하고 걸어서 왕복한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승마를 마치고 민간인 소유의 게르에 들어 마유주와 요거트를 시식했다. 캠프에 돌아와서는 몽골의 대표 음식인 허르헉(뜨거운 돌로 익힌 양고기)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둘째 날은 초원, 바위, 그리고 자작나무가 잘 어우러진 장소를 찾아 두 시간 정도 트레킹을 했다. 점심식사 후에는 아리야발 라마사원과 거북바위를 둘러보았다.

아리야발 사원은 승려가 없는 수행도량이라고 했다. 민간인이 수년에 걸쳐 사원을 건립해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울란바토르로 들어오면서 징기스탄 동상과 기념품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몽골은 민주화 이후 국민통합을 위해 제국을 건설한 징기스칸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나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혁명의 영웅’ 수흐바토르 동상이 서 있는 광장의 명칭을 사회주의 세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의 주장대로 징기스칸 동상이 있는 광장으로 바꾸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는 울란바토르의 대표사원인 간등사에 들렀다. 1939년 스님 학살사건 당시에 불 탄 건물이 많아 다시 건립했다고 하는데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이어서 전통민속공연을 관람했다. 마두금(악기) 연주, 흐미(창), 요허어(목소리 반주), 서커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울란바토르 관광 마지막 날 오전에는 이태준열사 기념관에 들렀다. 이분은 일제식민지 시기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해외로 탈출해 몽골 마지막 왕인 복드칸의 주치의를 지냈다고 했다. 그 후로도 몽골 서민들의 병 치료하는 등 의료봉사활동을 했기에 몽골에서 존경받는 한국인이라고 했다.

이어서 울란바토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이승 기념관(Zaisan Memorial)을 방문했다. 러시아의 무명용사를 기념하기 위해 언덕 위에 세운 대형 기념비라고 했다. 다시 울란바토르 남쪽 톨강을 건너니 복드칸(Bogd Khan)의 겨울궁전이 다소곳하게 있었다. 몽골의 마지막 왕이 20년 동안 살던 곳으로, 톨강 강둑에 있던 여름궁전이 사라진 것과 달리 겨울궁전은 박물관이 됐다고 했다.

오후 일정으로 몽골역사박물관에 들렀다. 몽골의 과거와 현재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흉노족의 나라 몽골인은 한민족의 먼 친척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인지 몽골인은 한국에 대해서 친근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현재 한국에는 30,000명 정도의 몽골인이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몽골인은 한국을 ‘무지개의 나라’라는 의미로 ‘솔롱거스(solongos)’라고 부르단다.

그 기원은 원나라 시절에 몽골에 왔던 한국 여인들의 색동저고리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치면서 무지개의 나라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 문화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대동문화 96호 [2016 9,10월호]

김종민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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