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아서 어리석은 사람은 대충 책장을 넘기지만, 현명한 사람은 공들여서 읽는다. 그들은 단 한 번 밖에 읽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괴테와 비견되는 독일의 작가 장 파울의 말이다.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역설하고 있다. 컴퓨터 혁명을 가져 온 애플 창업자 빌 게이츠도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교보생명의 창립자인 대산 신용호 선생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명언을 남겼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4명은 책을 읽지 않아

독서하는 습관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책을 통하지 않고서는 현실을 넘어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책에는 선인들의 생각과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광주의 여류작가 오소후 시인은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무엇을 고민해. 책을 읽으면 돼지.”라는 명쾌한 답을 내리기도 했다. 사람들이 알고자하는 모든 지식은 책속에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점점 책과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독서량에 대한 문화관광체육부의 조사를 보면 해마다 하향 곡선이다. 2007년에서 2012년까지 한국인의 평균 독서시간은 평균 26분으로 조사됐다. 성인 연간 독서율도 1994년 86.8%에서 2011년 68.8%로 낮아졌다. 2013년의 연간 독서율도 71.4%, 연간 독서량은 9.2권이며 평일 독서시간은 23.3분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광주와 전남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하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광주의 연간 독서율을 62.4%, 연간독서량은 8.4권, 평일 독서시간은 16.1분이었다. 전남은 더욱 심각하여 연간 독서율이 51.5%, 연간 독서량은 5.2권, 평일 독서시간은 8.8분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광주광역시는 전국 광역시 중에서 최하위, 전남은 지자체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나마도 초등학생의 독서에 희망을 느낀다. 2015년 영어전문 교육기관 윤선생에서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녀들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을 조사했는데 평균 13.9권이었다고 한다. 미취학 아동은 한 달에 16.1권, 저학년은 16.6권이며 고학년은 10.2권이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독서량이 줄어든 것은 학원에 가거나 점점 책이 두꺼워져 독서량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책 읽는 국민은 흥하고 책 안 읽는 국민은 망한다

독서는 한 나라의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은 국민 독서에 힘쓴 결과 20년 만에 국민 1인당 20권의 독서율을 이룩했고, 패망 후 30년 만에 세계 경제대국이 됐다고 한다.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독서량이 세계 192개국 중에서 166위로 조사되었다는 보고는 충격적이다.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11년까지 국가별 출판량을 조사한 결과 중국이 성장률 187.3%로 독보적으로 앞서가고 있으며, 미국이 97.9%, 스페인이 49.7%, 영국이 37.0%로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 1.0%의 성장률을 나타났다. 세계 50대 출판기업을 매출액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한국은 웅진그룹이 29위, 교원이 48위를 마크했다.

대한민국 국회는 ‘책 읽는 나라 만들기’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문화관광체육부도 독서문화 진흥계획(2014~2018)을 내놓고 독서율을 8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도서구입비 세제지원 등 다양한 계획은 내놓았다. 독서문화진흥 유공포상을 도입해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을 비롯하여 장관의 표창 등을 시행하고 있다. 독서문화진흥 및 독서환경 조성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기관을 대상으로 ‘독서문화상’ 추천서를 받기도 했다.

도서관과 친해지기

‘그림책으로 떠나는 다문화기행’

한편에서는 독서인구의 감소를 고령화 등으로 원인을 분석한다. 출판물과 도서관의 증가를 보면 독서인구와 독서량은 감소했지만 진성 독서인구는 증가했다는 평가도 있다.

2015년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와 문화관광체육부는 47개의 신설 공공도서관을 발표하며 전국적으로 총 968개의 공공도서관에 총 9,460만권의 장서가 보유되고 있음을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도 작은 도서관 확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내놓아 재미있는 독서문화에 앞장서고 있다.

광주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 작은도서관은 ‘그림책으로 떠나는 다문화 기행’을 여름방학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바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 4개국(중국, 일본, 베트남, 러시아)의 전통과 문화 알기보기를 통해 각국의 전통의상, 동화읽기, 놀이기구 만들기 등을 체험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처럼 눈으로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소 체험을 통하여 경험하는 독서여행인 것이다.

참여 학생들은 새 친구들과 교류하며 중국의 동화책 ‘모모의 동전’을 읽으며 중국의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입어보고 홍등을 만들어 보았다. 일본의 ‘캔다마’, 베트남의 ‘논라모빌’, 러시아의 ‘가렌더’ 등 짧은 시간에 폭넓은 경험을 쌓은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책을 읽는 공간을 탈피해 재미있는 소통의 공간이 됐다.

다독은 기본, 정독하라

‘빛고을 독서마라톤’ 등 다양한 독서프로그램

광주광역시교육청도 범시민 독서운동 및 책 읽는 공동체문화를 위해 2006년부터 11년째 ‘빛고을 독서마라톤’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빛고을 독서마라톤은 거북이코스(3km~4.999km)에서 월계관 코스(42.175km)까지 총 7개 구간이다. 3,000쪽(3km) 이상을 돌파하면 각 코스에 따른 완주증이 수여된다.

매년 7~8만 명이 참여하여 빛고을 독서마라톤은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고 재미있는 책을 읽는 운동이다. 책을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일기를 쓰듯이 페이지에 따른 감상문을 쓰기 때문에 자신의 독서기록을 학교생활 기록부나 독서이력 데이터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는 여러 시도 및 도서관 등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독서의 모델케이스가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등 대한민국의 모든 도서관은 모두 열린 공간이다. 원하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고, 도서관에는 사철 독서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독서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와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책을 가까이 하려하지 않는다.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은 “독서는 자신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 했다. 마음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은 독서를 통해 마음의 양식을 쌓은 일이다. 예로부터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고 했다. 책은 들고는 못가도 읽으면 읽을수록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사람들이 원하는 상류사회는 독서를 통하지 않고는 다다를 수 없다.

단 한번 밖에 없는 인생에서 얼마나 정성스럽게 책을 읽었는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구절 중에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이란다.”는 말을 생각하게 한다. 책과 보낸 시간은 인생을 풍성하게 보내는 밑거름이라고 하겠다.

가을, 누가 말해도 독서의 계절이다. 평소 원했던 책을 정성들여 한 장씩 읽어보라. 그 속에는 선인들의 지혜의 말씀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독서는 누구와의 경쟁도 비교도 필요 없다. 자신과 나누는 가장 진실한 대화이기 때문이다.

대동문화 96호 [2016 9,10월호]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