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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되옵니다
문틈 시인 | 승인 2016.10.30 10:02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민심이 흉흉하다. 국정을 흐트러뜨리고 국민의 자긍심을 훼손한 국정 농단의 ‘무당정치’ 사태에 국민은 할 말을 잃고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정치권에선 이 사태에 대한 수습책으로 거국내각을 제시하고 있는 모양이다. 거국내각은 대통령을 그 자리에 앉혀놓고 여야가 내각을 구성하여 국정을 이끌어가자는 것인데, 민심과는 동떨어진 정략적인 방안이다.

군사독재 아래서 부정, 부패, 독재에 대항하려는 투쟁적인 방안으로 야권에서 지난 시기 몇 차례 거국내각을 요구한 바는 있었지만 실제로 역대 정부에서 거국 내각이 실현된 예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거국 내각은 한 마디로 2018년 2월 임기 말까지 현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지금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더 이상 국정을 운영할 명분이나 권위가 실추된 상태나 다름없게 되어버렸다. 식물대통령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일각이 여삼추 같은 때에 앞으로 1년 4개월을 현행 대통령 체제로 가자는 말은 민심과는 동떨어진 수습책이다. 대통령의 권위와 신임이 실추된 마당에 어떻게 대통령 자리를 지키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잘 수긍이 안 간다.

야당은 일이 이렇게 되어 차기 대선에서 “입만 벌리고 있으면 익은 감이 입 안으로 떨어지게 돼 있는데 무엇 때문에 박대통령을 하야시켜 정국을 복잡하게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계산인 듯하다. 이것은 국가와 국민과 역사를 안중에 두지 않은 오직 대권에만 관심을 둔 꼼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에게는 국정 파행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되기까지 아무런 정치적 책임이 없다는 것일까.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국정 파트너인 야당에게는 정녕 국민에게 사과할 건더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수권정당이라는 야당도 사죄해야 마땅하다. 국정위기의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고 오직 대권에만 관심을 둔 채 ‘감 떨어지를 기다리는’ 야당의 행태는 썩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국민에게 실망을 줄 뿐이다.

국가 기밀문서가 청와대 밖으로 나가 한 아녀자의 손에서 가필되고, 국정의 요소요소에 아녀자가 개입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청와대의 참모진들은 전혀 몰랐을까.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청와대 일급 참모들은 왜 박 대통령에게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하고 말하지 못했을까.

정말 영혼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조선왕조 시대에도 임금이 까다로운 사관을 피하느라 다른 장소로 가서 신료들과 국정 논의를 할 때도 사관이 좇아가 일일이 기록했다고 한다. 그렇게 쓰여진 것이 조선왕조실록이다. 일개 사관도 임금의 법도에 어긋난 행동을 눈감아주지 않고 사관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했던 것이다.

‘무당정치’의 의혹이 폭로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박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른바 정치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 청와대 참모진들, 장차관들도 예외일 수 없다.

대통령의 일탈을 보고도 누구 하나 법도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청와대 참모들조차도 꿀먹은 벙어리처럼 대통령이 하라는 대로만 한다면 대관절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은 누가 막을 수 있는 것일까.

민심을 측량해보건대 차제에 대통령중심제에 대한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 대통령이 슈퍼맨이 아닐진대, 지금처럼 대통령 말 한 마디로 국가 경영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위태롭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성난 민심을 달래고 국정을 바로잡아 나라를 정상화시키는 일이다. 여기에 국민적 지혜와 에너지를 모을 때다. ‘만일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아무 데에도 쓸데없어 밖에 내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라고 성서는 말하고 있다. 이번 국정 농단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국정책임자로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정치권은 정략적이고 당파적인 시각으로 이해득실을 따져 이 문제를 풀어갈 것이 아니라 국가의 위신을 회복하고, 국민의 자긍심을 살리는 방향에서 해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는 흔들리고, 소득격차는 더 벌어지고, 취업률은 낮아지고, 교육은 사교육에 짓눌리고 있는 등 산적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이참에 국정 농단의 사태를 국가를 개혁할 호기로 삼는 것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아닐까싶다.

나라에 빨간 경고들이 켜진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국가가 당면한 전방위적 위기를 직시하고 이 문제들을 혁명적인 자세로 풀어가야 한다. 개혁적 조치들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4.19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 하고, 허정 과도정부가 들어서 한 달 반 동안 선거일정을 준비해 곧바로 다음 선거를 실시한 사례가 있다. 내년까지 우리는 두 달이 남았다. 아무도 답을 내놓지 않으니 국민이 나서 ‘아니 되옵니다’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오직 내년 12월의 대선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것 같아 적이 실망스럽다.

여기서 머뭇거리다가 하늘이 내려준 기회를 차버리고 말 것인가?

문틈 시인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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