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동시대 미술 현장에 ‘매개철학’의 패러다임을 선보여 큰 방향을 일으켰던 2016광주비엔날레가 66일 간의 항해를 마쳤다.

66일간의 대장정 동안 전문가들에게는 각종 호평을 받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도슨트 없이 이해하기 어려워 여전히 '전문가들만을 위한 미술축제다'는 인식은 지울 수 없다는 평가다.

(재)광주비엔날레(대표이사 박양우)는 6일 거시기홀에서 교육계 및 문화계 인사, 후원사 및 자원봉사자, 도슨트, 운영요원, 시민, 재단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폐막식을 개최했다.

파티션 없앤 전시공간 반응은?

이번 비엔날레는 31명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광주 현지에서 광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작품들을 제작하면서 광주의 브랜드를 국제 사회에 알리고 광주만의 특색을 예술에 녹여냈다는 호평이 있었다.

또한 올해 전시 공간은 파티션을 없애 소통하고 열린 공간을 연출하면서 관람객과 작품 간 자유로운 흐름과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평을 들었다.

반면 파티션이 없는 탓인지 몇몇 전시실은 텅빈 공간을 마저 채우지 못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제3전시실은 설치 작품 위주로 전시되어 있는 탓에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공간이 비어있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남대 이은송(23)씨는 “지금까지 비엔날레를 쭉 봤지만 3전시실은 몇 개의 설치 작품 뿐이어서 비어있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며 “작품 설명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쉽게 붙여놓든 지 했으면 좋겠고, 주제의 통일성을 느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외 호평 속 세계 5대 비엔날레 위상 보여

미국의 유명 온라인 매체 아트넷(9월 1일 자)과 영국의 대표적인 예술매체 프리즈 (9월 22일 자) 등 해외의 주요 매체들은 2016광주비엔날레에 대해 상상력을 자극하며 본질과 핵심을 고려하게 만든 기획에 찬사를 보냈으며, 예술의 역할과 비엔날레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 현지 밀착형과 과정 중심의 큐레토리얼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외신의 호평 속에서 해외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주요 기관들의 방문도 두드러져 세계 5대 비엔날레의 위상을 확인케했다. 2016아트리뷰 선정 영향력 있는 미술인 8위에 오른 아담 와인버그 휘트니미술관 관장, 크리스토퍼 류·미아 락스 2017휘트니비엔날레 공동 큐레이터 등을 비롯해 벤 스트라우트 시드니비엔날레 CEO 등이 광주비엔날레를 다녀갔다.

이밖에 LA현대미술관, 오스트리아 응용미술관, UCLA가 운영하는 미술관인 해머 미술관, 일본 후쿠오카 문화재단, 모스크바 비엔날레 등의 주요 문화 기관을 비롯해 대만계 종합금융회사로 2015년 대만 2대 자산그룹으로 꼽힌 푸본그룹이 운영하는 푸본아트재단이 다녀갔다. 또 워싱턴, 시드니, 상해 등 10곳의 재외문화원 등이 광주비엔날레를 찾았다.

이와 함께 2016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들의 국제 미술계 권위의 수상 소식이 연이어 이어졌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이 격년으로 수여하는 휴고보스상의 아니카 이 수상 소식과 독일의 미디어 아트 미술상인 ‘Nam June Paik Award’에 로렌스 아부 함단의 수상 낭보가 들렸다.

월례회 등 현장 중심 작업으로 새로운 패러다임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사회와의 매개성’이라는 기획 취지 아래 지역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시도되면서 시민 사회에 보다 깊숙이 침투하는 계기가 됐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이외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의재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두암 2동 누리봄 커뮤니티센터, 일곡동 한새봉 두레, 서구문화센터 앞 전광판, 에얄 와이즈만의 ‘혁명의 교차로’ 등 9곳이 광주비엔날레 외부 전시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매개철학’을 더욱 구현시켰다.

1년 6개월 간의 과정 중심의 지역 협업 및 교육 프로젝트인 ‘월례회’(Monthly Gathering), ‘인프라스쿨’(Infra-school), ‘2016 광주비엔날레 포럼’(2016 Gwangju Biennale Forum) 등의 프로그램을 꾸준히 가동하면서 여느 행사보다 시민들에게 풍성한 즐길거리와 함께 소통의 장이 됐다는 평가다.

이러한 과정과 광주 현장 중심의 작업을 통해 방법론으로 구현된 전시는 예술의 본질에 입각해 스펙터클한 현대미술에 대한 제동으로 전시 자체의 ‘무게’를 빼고 파티션을 없애 비움과 사색의 공간 형성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언론을 비롯해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또한 네이버 예매 시스템 도입 및 셔틀버스 운영 등으로 접근성을 향상시켰으며, 청소년 교육자료 및 온라인 카드뉴스, 음성 해설 파일, 도슨트 정기투어(오전 10시~오후 4시 30분 총 11차례), 전시 소개 인포스크린 배치, 학교 단체 관람 대상 사전 강의 등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를 개발하는 등 관람객 서비스와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대중들에게 가장 큰 관심 받았던 녹두서점

2016광주비엔날레는 ‘사회와의 매개성’(媒介性·Mediation) 철학에 입각한 만큼 지역 사회와의 다양한 만남을 시도했다는 의미가 있다.

광주의 정체성과 역사에 주목한 작품들도 대거 제작되면서 해외 매체에 소개되면서 ‘광주정신’을 세계 미술계에 발신했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이는 ‘녹두서점’은 그동안 비엔날레에서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힘들었던 예술작품보다 훨씬 친근한 소재다.

관람객들은 실제 서점을 방문한 듯 녹두서점을 차분히 하나하나 살펴보고, 관심을 보였다.

영국의 유력지인 가디언에서 발행하는 일간지 Observer(9월 8일 자)에서는 도라 가르시아(Dora Garcia)의 신작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의 작품에 대해 광주에서 일어난 정치적인 사건으로 인해 산산조각난 장소와 사람들은 절대로 잊으면 안 되고 그들의 아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광주비엔날레를 찾은 한 시민은 “5.18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예술작품에서 만난 녹두서점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녹두서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며 “실제 서점에 온 것처럼 비치된 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밖에 제 3전시실의 빅 반 데 폴의 ‘직선은 어떤 느낌일까’ 작품은 오월 어머니집 회원들과 함께 휴식과 치유의 공간으로 활용, 심리치료, 미술치료, 요가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확연하게 달라졌던 전시 공간 구성 효과는?

이번 제 11회 광주비엔날레에서 가장 확연하게 이전과 다름을 느낄 수 있었던 전시공간은 제 2전시실 전체를 영상과 미디어아트로 전시한 점이다.

2전시실 전체는 깜깜한 어둠 속에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그동안 비엔날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으며, 어두운 공간안에서 관람객들의 집중도를 높였다.

그러나 일부 관람객들은 전시를 관람하며 걷기에 불편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걷다가 자칫 넘어질까라는 염려도 있어 쉽게 걷지 못했던 공간이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2전시실을 지나가던 한 시민은 “2전시실에 들어와서 깜짝 놀랬다. 너무 깜깜해서 괜히 불안한 마음에 빨리 나왔다”며 “관람 동선이라도 잘 보일 수 있게 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실 후반으로 갈수록 주제와 관련해 뚜렷한 인상을 심어주는 작품이 없어 갈수록 밋밋하다는 평가도 검토해야할 부분이다.

비엔날레 기간 동안 만나 인터뷰했던 시민 대부분은 “도슨트의 설명을 듣지 않으면 따로 관람객 스스로가 느끼면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재)광주비엔날레는 제 12회 2018광주비엔날레를 준비하기 위해 최근 제12회 광주비엔날레 방향설정을 위한 준비포럼을 개최했으며, 조만간 TFT를 꾸려서 행사 방향, 차기 감독 선정, 재정 운영 등에 대해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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