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못(Mot)이 3집 <재의 기술>을 들고 돌아왔다. 2집 <이상한 계절> 이후 약 8년 만의 컴백이다. 공백기가 길었다. 그 동안 기타리스트 지이의 탈퇴소식이 들렸다. 못은 이제 해체한 거라는 루머도 돌았다.

그때마다 이이언은 언젠가 다시 활동할 거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2015년 가을, 싱글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안에서’를 선보였다. 한 편의 예고편 같았다. 못이 돌아온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4집은 몇 년이 걸릴까. 이제는 그런 우스갯소리도 할 수 있다.

먼저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이이언이 솔로앨범으로 활동을 할 당시, 세션으로 함께했던 조남열(Drums), 이하윤(Piano, Synthesizer), 송인섭(Bass), 유웅렬(Guitar)이 합류했다. 5인조 풀밴드 체제로 새롭게 재정비된 것.

못의 멤버가 되어달라. 제안했던 이이언도 제안을 받은 멤버들도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이하윤은 이를테면 정규직 전환 제의를 받은 느낌었다고. 그도 그럴 것이 못은 데뷔하자마자 1집 <비선형Non-Liner>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 수상,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2000년대 100대 명반에 연이어 선정되었다. 음악적 색깔이 확고했고, 그를 지지하는 팬층도 두터웠다.

이이언의 솔로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기억한다. 지금의 멤버들이 세션으로 함께 했을 때다. 이이언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보였다. 세션들은 철저하게 계산된 박자를 정확하게 지켜가며 연주했다. 일렉트로닉한 사운드가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재현되는 압도적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5인조 체제로 변한 뒤 못의 공연은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솔로앨범 공연에서 느꼈던 지휘자나 연주자로서의 경계가 거의 지워져 구분이 무의미했다. 이이언의 목소리조차 하나의 악기처럼 여겨졌다. 매 공연마다 즉흥적인 연주가 가미되는 ‘Mixolydian weather’가 연주될 때면 이이언은 관객석에 앉은 청중과 비슷한 자세로 연주를 감상한다. 새롭게 못의 멤버가 된 이들이 세션이라는 제한적인 역할에만 그쳤던 적이라곤 없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8월 말까지 사람들은 3집 <재의 기술>에 수록된 곡들을 리더인 이이언이 모두 작사·작곡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멤버별로 한곡 이상 작사·작곡을 맡았다는 사실이 8월 26일 진행된 공연에서 밝혀졌다. 8월이 끝나갈 때까지 아무도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멤버들이 작사·작곡한 곡명이 밝혀질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멤버의 변화는 있었지만 못의 정체성은 변함없었다.

못(Mot)의 공연이 부산 오즈홀에서 11월19일~20일 양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안에서’를 들으며 부산으로 향해보는 것은 어떨까. 비선형의 세계, 이상한 계절을 지나 당신이 도착한 공간에 재의 기술로 차분하게 벼려낸 노래가 흐를지도 모른다.

못(Mot)

못(Mot)은 연못의 못을 뜻한다. 로고도 연못 지(池)의 삼수변과 알파벳 Z를 합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이언 (Vocal), 조남열 (Drums), 이하윤 (Piano, Synthesizer), 송인섭 (Bass), 유웅렬 (Guitar)로 구성된 5인조 락밴드. 정규앨범으로는 1집<비선형((Non-Linear)>, 2집<이상한 계절>, 3집<재의 기술>이 있다.

Today’s Playlist

1. 잠들어 걷다

2. 이상한 계절

3. Perfect Dream

4. Pick me

5. 날개

6. 지난 일요일을 위한 발라드

7. 헛되었어

8.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대동문화 97호 [2016 11,12월호]

박선진 기자  b0612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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