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국민들에게 정부의 무능함을 느끼게 했던 초유의 사건 세월호 침몰이 있었다. 그리고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앞두고 이를 풍자한 ‘세월오월’ 작품이 보이지 않은 거대한 정치적 외압으로 인해 어처구니없이 무산되는 일이 펼쳐졌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 14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 전시와 관련해 당시 김종 문체부 제2차관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다”며 “그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림 전시불가

최근 국정농단 최순실 사태가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이면서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도와 앞장섰다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영향력이 있었다고 윤장현 시장이 입을 연 것.

홍성담 화백은 지난 2014년 작품 의뢰를 받고, 현재 시대문제로 가장 뜨거운 ‘세월호 사고’에 대한 내용과 광주정신을 작품에 담아 걸개그림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작품 속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허수아비로 표현되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그의 부친 박정희 대통령이 조종하는 모습을 담았다. 또 침몰한 세월호는 주먹밥을 나눠줬던 5.18당시 어머니와 시민군 등 광주정신을 가진 시민들이 들어 올린 모습으로 표현됐다.

사전검열로 작품 수정요구를 받았던 ‘세월오월’은 허수아비로 표현된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계급장을 닭과 일본군으로 바꿔 출품됐다.

이를 두고 참여했던 작가들과 작업장을 찾은 시민들은 오히려 “훨씬 더 실감난다, 제대로 더 꼬집은 내용들이 실린 것 같다”는 반응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광주시가 특별전 개막 이틀전인 출품작 ‘전시불가(유보)’ 입장을 밝히면서 정치적 외압과 ‘검열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당선된 윤장현 광주시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세월오월 문화적 탄압, 거대 기록으로 남아

당시 윤 시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지난 2004년 8월 7일 중국출장 중에 한발 물러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광주시는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작품 전시여부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전문가들이 판단할 문제다”고 결정권을 떠넘기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후 홍 화백은 작품 자진철회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특별전으로 걸릴 예정이었던 ‘세월오월’은 전시 되지 못한 채 진도 팽목항, 뉴욕, 독일, 대만 등 해외에서 전시될 수 있었다.

시민사회단체, 문화예술계의 거센 반발 이외에도 이용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황영성 광주시립미술관장이 사퇴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홍성담 화백은 “세월오월 문화적 탄압사건은 거대 기록이 되어버렸고, 어물쩡하게 사과해서는 차후 이 문제를 도저히 해결 할 수 없다”며 “시장이 공세적으로 크게 결단을 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홍 화백은 “광주시민들과 이 그림에 참여했던 60여명의 작가들을 불러서 쓰린 가슴을 다독여 주고, 중앙 정부의 외압에 의해서 광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선언도 해주셔야 한다”며 “그래야 광주시의 자존심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홍성담, 윤장현 시장 뒤에 숨은 비엔날레 사무국 비판

그는 현재 언론에서 윤장현 시장에게 화살이 꽂힌 부분에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현재 비엔날레 재단 사무국 사람들은 마치 자신들은 잘못이 없는 마냥 윤장현 시장 뒤에 숨어있다”며 “어떤 상층부로 외압을 받아서 화가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전시를 못하도록 했는지 재단이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비엔날레 사무국 직원이 몇 월 며칠에 어떤 커피숍에서 국정원 직원을 만났는지 메모까지 다 있다”며 “재단이 그 부분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으면 내가 그 메모를 까발릴 것이다. 윤장현 시장은 4년 재임이 끝나면 물러나는 사람이다. 하지만 비엔날레 재단 사람들은 영원히 자신의 밥그릇이라고 생각하고 갑질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한민국 민심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세월오월’ 작품의 사건검열에 대한 법적 대응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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