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에도 눈이 촉촉해진다. 담양에서 공연할 때 만난 104세의 할머니, 따뜻하게 사시라고 보일러기름을 꽉꽉 채워드렸는데 지금은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 손을 잡았던 느낌만이 따뜻하게 남았다. 콧날이 찡하다.

김효중 단장이 사랑실은 노래봉사단으로 공연을 시작한지도 어언 24년, 1993년 9월 15일은 자신의 생일보다 더욱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같은 방향을 보는 사람들 90명이 뭉쳤다. 국내 최초로 노래봉사단을 발족하고, 매월 1회 어려운 이웃을 찾아 노래봉사를 하자고 뜻을 모았다. 지금이야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일이었다.

첫 공연으로 귀일 민들레집을 찾았다. 그리고 지난 2016년 9월 9일 제500회 공연으로 귀일 민들레집을 찾아 추석명절 특집공연을 열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감개무량하고 눈물이 났다.

김 단장의 사진첩에는 세월만큼 사연이 쌓였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으랴. 사진마다 떠오르는 이름, 그날의 사연, 함께 동분서주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봉사는 덧셈 노래는 나눗셈

마르지 않는 노래 재능의 샘터

김효중 단장은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엄한 계모슬하에서 성장했다. 슬픔과 아픔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을 극복한 것은 노래하고픈 의지였다. 그의 핏속에서 용솟음치는 노랫소리, 심장의 박동이 김 단장을 오늘로 이끌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을 하지 못했다. 소꼴이나 뜯어야 했으니 그의 심사가 얼마나 아팠으랴. 그러던 어느 날 김 단장은 무작정 광주로 나왔다. 그리고 미래를 향해 질주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에서는 공학을 전공하고 평생직장인 KT에 입사했다.

노래에 대한 꿈을 절대로 잊지 않았다. 오히려 힘이 들수록 위안을 주던 노래,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음악이었다. 김 단장은 여러 가요제에서 입상을 했다. 드디어 1992년 광주 MBC노래마당에서는 대상을 받았다. 꿈에 그리던 가수의 꿈을 이뤘다. 그리고 MBC노래마당 심사위원으로 5년간 함께 하면서 수상자들과 ‘사랑실을 노래봉사단’을 창단하게 됐다.

봉사는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여럿이 어울림의 봉사가 아름답다. 90여명의 봉사단이 각자의 재능으로 귀일원, 갱생원, 자매원, 복지시설 등을 돌면 4시간씩 노래를 했다. 노래와 춤, 캉캉춤, 각설이, 코러스 등 흥겨운 프로그램들이 추가됐다.

어려움에 지쳐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김단장은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어머니 얼굴도 모르던 시절, 담장 밑에서 하염없이 흥얼거리던 노랫소리가 폐부를 뚫고 들어온다. ‘이젠 눈물이 아니다. 활짝 핀 나팔꽃처럼 웃으리라. 웃음만이 눈물을 이길 수 있다.’ 김 단장은 자신이 가야할 숙명의 길을 보았다. 심장의 박동이 기쁨으로 뛰었다.

노래봉사의 작은 거인

눈물과 웃음으로 쌓은 500층의 작은 탑

사랑실은 봉사단 24년. 500회 공연. 너무나 뿌듯하고 오달지다. 그야말로 작은 탑을 쌓은 느낌이다. 이름을 걸고 생애를 걸고 달려온 봉사마당, 봉사에 있어 김효중 단장의 철학은 간결하고 명료하다. 그에게 있어서 봉사는 길이요 사명이다. 가야 하는 길, 넘어야 할 길, <막는 것 산이거든 무느곤 못가랴>는 말처럼.

당연한 말이지만 봉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쪼개는 일이다. 내 가진 것을 아끼고 무슨 봉사가 되겠는가. 그런 점에서 김효중 단장은 와이프에게 참으로 미안하다. 단 한번도 월급통장을 줘본 적이 없기에. 자신의 일보다 남의 일에 앞장서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또 얼마나 안타까운 시간이 흘렀을까. 그러나 꾸준한 김 단장의 봉사 앞에 모든 것은 하나가 됐다. ‘지성이면 감천’ 결국에는 아내도 남편의 손을 잡아 줬다. 어려운 고비도 많았지만 김효중 단장은 봉사의 ‘작은 거인’이란 칭호를 얻었다. 고마운 말이다.

2015년부터 봉사에 변화가 생겼다. 정년 퇴직을 하면서 봉사단을 꾸리기가 힘들어졌다. 사무실을 운영하기도 벅차서 축소했다. 운영비조차도 아껴 오히려 봉사활동에 더 치중했다. 노래봉사단이라고 춤과 노래, 코러스 등 재능봉사만으로는 부족했다. 그야말로 봉사는 덧셈의 법칙이다. 작년에 했던 공연, 선물보다 하나라도 더 많으면 많았지 빼려야 뺄 수 없는 상황이 늘 발생했다.

봉사시간은 점차로 줄어들었다. 4시간에서 2시간으로 절반이 줄었다. 장시간의 프로그램보다 짧은 시간을 원했다. 점차 사람들의 마음이 바빠졌다. 그러다가 최근 2년 전부터는 2시간도 길다. 1시간 10분으로 또 단축됐다. 그야말로 엑기스 공연만을 진행하게 됐다. 선물의 양도 늘고 내용물도 다양해 졌다. 김효중 단장이 발품을 팔아 후원을 받은 품목이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해질 때, 물건도 생명을 얻는 느낌을 받는다.

이름도 빛도 없이 봉사하는 사람들

물심양면의 봉사, 500회 추석특집으로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이란 주제로 귀일민들레의 집을 찾았을 때다. 그때 새삼 고마웠던 일은 함께 하는 봉사단원들이다. 오랜 시간을 희로애락하고 있는 봉사단 식구들. 형제자매가 된 이카루스 안무단, 이코러스합창단, 채나리, 최진필, 장혜진, 강성래, 성민하, 김은정, 지수, 이애자 가수 등.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최고’란 말처럼 가진 것 없어도 천부적인 재능, 끼하나로 똘똘 뭉쳐서 간다. 그리고 ‘사랑실은 노래봉사단’을 믿고 이것저것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야말로 숨은 봉사자들이다.

이 세상에 학사는 많다. 학사 위에 석사, 석사 위에 박사, 박사 위에 밥사, 밥사 위에 봉사라는 농담이 있다. 혼자서는 외로운 길, 노래와 춤, 재능을 바치는 ‘사랑실은 노래봉사단’의 수레바퀴는 오늘도 굴러가고 있다.

대동문화 97호 [2016 11,12월호]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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