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오른 참게와 석양빛에 반사된 섬진강 모래만큼이나 반짝이는 은어가 눈에 아른거려 빈둥대던 휴일의 행위를 멈추고 채비 없이 무조건 화개장터로 달렸다.

장날은 아니었지만 동서를 가로지르며 장터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왠지 거벼워 보인다. 화개장터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에 위치한 곳이다. 섬진강변을 따라 경남 하동군과 전남 구례군을 이어주는 화개장터는 해방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 중 하나로 전국의 어느 시장보다 많은 사람이 붐볐던 곳이다.

지리산 화전민들은 고사리, 더덕, 감자 등을 가지고 와서 팔았고, 전라도 구례, 경상도 함양 등 내륙지방 사람들은 쌀보리를 가져와 팔았다. 전국을 떠돌던 보부상들도 이 장을 놓칠세라 생활용품을 가지고 왔으며, 또한 여수, 광양, 남해, 삼천포, 충무, 거제 등지의 사람들은 뱃길을 이용하여 미역, 청각, 고등어 등 수산물을 가득 싣고 와 이 장터에서 팔았다. 그 뿐 아니다. 산세가 깊은 지리산이 인접한 이유에서인지 약초상점이 슬슬 자리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장터를 완전히 장악하였다.

눈에 선하던 참게와 은어는 다음으로 미루고 약초상점들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특별하게 찾는 것은 없지만 만추의 대지에서 풍부한 영양분을 품고 있을 녀석들을 만난다는 건 분명 설렘이다.

상점마다 별로 심하지 않은 호객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약초를 구할 목적보다는 즐비한 약초상점들의 볼거리가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어느 지점에 도달하자 눈에 확 들어오는 약초가 보였다. 돼지감자였다.

‘천연 인슐린’ 돼지감자의 인기비결

이웃의 한 주민이 당뇨로 고생을 한다기에 지천에 널린 돼지감자를 캐다 준 적이 있다.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캘 수 있는 비교적 구하기 쉬운 돼지감자인데 그 이웃은 마치 귀한 약재를 겨우 구했다는 듯 고맙다며 연거푸 인사를 해대는 통에 민망하기까지 한 적이 있다.

돼지감자는 국화과의 식물로 꽃이 피면 해바라기를 연상할 만큼 노란 꽃이 핀다. 약용으로는 주로 뿌리를 쓰는데 고구마처럼 덩이가 져 있다. 모양도 고르지 않고 그 형태가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뚱딴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생으로 먹으면 아주 달거나 독특한 맛은 없지만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우유와 함께 섞어 갈아먹거나 꿀에 재어두었다가 숙성이 되면 먹어도 된다. 또 장조림으로 만들면 우엉처럼 아삭하면서 짭조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장 편하게 먹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썰어 말렸다가 물을 끓여먹는 것이다.

효능을 살펴보면 식이섬유가 다른 뿌리식물들의 비해 많이 들어있어 쉽게 포만감을 주고 체내에 지방을 분해하는 효능을 갖고 있다.

말린 것을 차로 끓여먹거나 가루를 내어서 선식으로 우유와 함께 타서 먹으면 다이어트효능이 있다. 섬유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우유와 함께 갈아서 아침, 저녁으로 마시면 변비에 좋다.

'이눌린' 이라는 천연인슐린물질이 일반 감자에 비하여 75배 이상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혈색소 수치를 낮춰준다. 따라서 인슐린 수치를 유지하게 만들어 당뇨에 효과가 있다.

말린 돼지감자는 분말을 내거나 환 형태로 가공을 하면 먹기도 편하고 휴대하고 다니기도 좋다. 생수에 타서 마시기만 하여도 다이어트, 변비, 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산

야초 동의보감. 아카데미 북]

다른 나무에 붙어서 기생하는 식물 ‘겨우살이’

장터의 은어튀김이 구미를 당긴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은어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 그 길이만도 20센티는 거뜬히 넘겠다. 노란 튀김옷이 제법 맛있게 보여 몇 개를 샀다. 함께 한 일행에게 건네고 팔각정 쪽으로 들어갔다. 안쪽도 마찬가지로 약초상점이 즐비했다.

한 상점의 진열대위에 놓인 비닐포장의 마르지 않은 나뭇잎 순이 보였다. 다가가 보니 다른 나무에 기생하여 사는 ‘겨우살이’였다. 겨우살이는 기생해 살아가는 습성에서 붙여진 것으로 동청(凍靑) 또는 기생목이라고도 부른다. 다른 나무에 기생해서 자라며 스스로 광합성을 하기도 해서 반 기생식물이다. 세계적으로 1400여 종류로 알려져 있다.

겨우살이의 효능을 보면 항암작용, 관절염치료, 지혈작용, 당뇨, 이뇨, 잇몸염증, 고혈압 등의 치료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실전 약초재배] 당뇨가 있거나 이미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겨우살이가 혈당수치를 내려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 꾸준히 섭취하면 당뇨병 치료나 예방에 도움이 되고 결핵성 당뇨병에도 좋다고 한다. 고혈압으로 생길 수 있는 두통이나 현기증을 없애주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항암효과가 뛰어나 암 환자에게도 도움을 주며, 신장과 폐가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암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나 신장과 폐가 안 좋은 사람들도 꾸준히 섭취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이상 산야초 동의보감. 아카데미 북]

먹는 방법으로는 차로 끓여 쉽고 간단하게 먹는 법으로 평상시에 물대신 섭취하면 된다. 독성이 없는 약재로 거의 모든 체질에 맞는 약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밤나무나 버드나무에 기생한 겨우살이의 경우에는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간의 복용도 좋지 않다고 한다.

한국인의 산에서 자라 한국인의 체질에 맞는 우리약초

하동의 화개장터는 인근에 쌍계사를 품고 있는 지리산이 있다. 지리산 인근의 약초거리는 화개장터만이 아니다. 경남 산청은 조선시대 명의 허준이 내의원 어의로 활약하기 전 의원으로서 약진하던 곳이다. 산청 역시 지리산을 품은 곳이다. 산세가 깊은 지리산의 약초는 예나 지금이나 그 약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요즘은 워낙 약초재배를 많이 하는 터라 연구도 많이 하여 약효의 수준을 끌어올린다지만 어디 자연산 약초의 약효만 하랴.

화개도 지척이 지리산이다. 더군다나 사통발달 교통이 좋아 여기저기서 사람이 몰려드는 시장으로서는 최적이다. 따라서 재배한 약초는 물론 자연산 약초도 여기저기 널려있다. 자연산 산마, 천문동, 맥문동, 영지버섯, 구기자, 마가목, 삼지구엽초, 단풍마 등등 아주 특별한 약재를 제외하곤 없는 것이 없다.

민간에서 병을 얻기 전 예방책으로 산야초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화개장터로 달려야 한다. 주변의 산세에 영험한 효능을 지닌 우리 산의 우리 약초가 우리의 체질에 가장 잘 맞는다고 확신한다.

대동문화 97호 [2016 11,12월호]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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