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 편집국 부장

요즘 하루하루가 시끄럽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비선실세를 통해 저지른 고구마줄기 같은 비리가 넝쿨째 걷혀 올라왔다. 장본인은 결국 국가적 망신인 탄핵정국에 대하여 반성은커녕 국민 앞에 보란 듯이 변호사를 선임하고 헌재에 맞서 법적인 투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정세에 대해 이젠 중 고등학생들 까지도 방관하지 않고 있다.

1929년 10월 30일 나주에서 비롯된 고등학생들의 다툼이 발단이 되어 학생 항일운동으로 발전된 광주학생독립운동이라는 역사에서도 나타나듯이 민족의 자존감은 늘 어린 학생들의 깨어있는 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고등학생들의 국가적 저항에 대한 설 자리는 없어졌다. 학력이 고도화되면서 일반 국민들의 의식도 높아졌다. 고등학생들의 몫을 일반 시민들이 하는 것이다. 굳이 고등학생들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높아진 국민 의식만큼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적 수준도 높아졌을까?

광복 후 대한민국 정부가 성립되고 국가가 운영되자마자 전쟁의 비극을 치렀다. 휴전 후 여러 계층의 국민들은 경제적인 고통에 시달리다 보니 저학력의 동일성이 두드러졌고 고등 보통학교의 학생정도가 고학력층으로 분류되었다. 비록 그들은 어린 학생들이었지만 시국을 향해 단체행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들의 의식이 투철한 국가관과 민족정신으로 아니었을까?

30년 전만 해도 국회의원이나 정부요직의 인물로 최고의 학벌을 지녔거나 야무지게 목소리가 큰 사람이 후보 1순위였다. 그것은 국가를 이끌 그들에게 기대하는 국민의 가장 순수한 맘이었다. 늘 그들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는 기대감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권과 금권이 난립하던 당시의 선거는 온통 부정부패로 멍들었고 그들을 향해 돌멩이를 던진 사람들은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들로 변해 있었다. 정권 연장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국가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개인의 야욕이 강한 내면이었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다.’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돈과 배경이 있어야 한다.’ 당시의 목소리들이다.

요즘의 정치는 달라졌다. 정치가 과학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선거도 과학적으로 치러야 승리한다. 여론조사에 따른 철저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고 네거티브(negative)와 포지티브(positive) 두 가지를 모두 두둑하게 준비해야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예전의 선거판도는 이젠 통하지 않는다는 걸 그들은 잘 안다.

선거에서부터 의정운영까지 성숙한 정치 마당에 구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권력을 이용한 비리를 일삼는 자들은 무슨 베짱일까. 그들은 국민을 모독하고 업신여기는 파렴치 범죄자들이다. 그래서 성난 민심의 틈에 잠잠하던 중 고등학생들이 나선 것이다.

청문회장에서 질의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청와대의 전 주역들, 그들은 질문을 던지는 국회의원에게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답변하는 것임을 깨우치고 알아야 한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자신들의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대의 조상으로 남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하고 고개 숙여 반성해야 한다. 그들이 만든 부끄러운 역사가 숨겨지리라 믿는 건 큰 착각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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