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옥,세 잎 클로버-행복,41x31cm,종이에 수채,2015

푸릇푸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봄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3월 한 달간 한평 갤러리에서 열린다.

대인예술시장 별장프로젝트사업단은 4일부터 30일까지 한평 갤러리에서 ‘초록지문’을 주제로 두 번째 전시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봄은 노랑에서 시작해 연두를 거쳐 초록으로 나아가는 고된 생명현상이다. 이때 초록은 봄과 생명을 환유한다.

지문은 작가 개인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고유한 무늬이자 작가들이 캠퍼스에 담아낸 봄의 얼굴이며, 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회화적으로 기록한 행장이라 할 수 있다.

전시에는 김수옥, 김은표, 박주영, 백범용, 오경민, 전정연, 정주하 등 7명의 작가가 참여해 자신의 심상에 비춰진 봄의 무늬를 일곱 색깔의 지문으로 보여준다.

김수옥은 클로버를 소재삼아 ‘행복의 봄’을 상기시킨다. 인간은 가끔씩 손에 닿지 않은 행운(네 잎 클로버)을 잡기 위해 현재 누리고 있는 행복(세 잎 클로버)을 짓밟는 우를 범한다. 작가는 지천에 깔린 세 잎 클로버의 끈질긴 생명력에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소구하기를 고대한다.

김은표는 ‘슬픔의 봄’을 탈주한다. 작가에게 모란은 ‘나의 봄’을 완성하는 모티브다. 그때 봄은 예술적 완숙의 경지다. 하지만 봄은 완성과 동시에 극복돼야 할 운명이다. 그래서 모란의 봄은 슬프지만 찬란하다. 작가에게 봄은 아직 미래형으로 모란이 피고지기를 무수히 반복한 후라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박주영은 꽃을 통해 ‘욕망의 봄’을 드러낸다. 작가에게 꽃은 미(美)를 상징하는 대표소재이자 그 유혹적인 색감이야말로 욕망과 생명력의 근원이다. 작가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영속화하기 위해 꽃을 원형의 틀에 넣어 냉각시킨 뒤 박제화 한다. 원형은 순환과 반복의 기제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환기시킨다.

백범용의 나무는 ‘공존의 봄’을 매개한다. 작가에게 나무는 자아의 분신이자 삶을 은유하는 표현매체다. 나무의 다양한 이미지는 상상력과 맞물려 무한변형이 가능하며 자연과 공존을 통해 의식 저편 너머 또 다른 나와 이어진다. 결국 나무는 초자아의 이름으로 작가와 작품세계에 통일된 질서를 부여한다.

오경민이 보여주는 ‘꿰맴’의 형식은 ‘치유의 봄’을 부른다. 마음에 생긴 상처를 한 땀 한 땀 꿰매듯 바느질 형식을 반복한 뒤 회화적 형식으로 마감한 꽃모양에는 보살심이 넘쳐난다. 특히 ‘꽃이 되어 피어나리’ 연작과 ‘관세음보살’ 불화에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에 대한 치유의 노력이 자비심으로 승화되고 있다.

전정연의 흙 작품에서는 ‘고향의 봄’이 자동 연상된다. 계절이 순환해 다시 봄이 오는 모습에서 문득 고향방문을 떠올린 것이리라. 작가는 종이 대신 황토를 바탕으로 항아리, 복조리, 개다리소반, 복주머니 등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제작했다.

정주하는 머리카락을 소재로 ‘소통의 봄’을 부른다. 작가에 따르면 생명의 순환과정에서 머리카락은 생명력과 에너지를 상징한다. 작가는 머리카락과 생명체들을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자연과 소통하고 공존을 도모하면서 인위적인 자연훼손에 대해 경고음을 울린다.

한편, 전시개막 행사는 4일 오후 6시 한평 갤러리 앞에서 진행된다.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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