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자석이 우리 집에서 식구덜허고 5년 넘게 지냈지라우. 새끼소는 아니고, 중치소지라우. 긍게 한 식구(食口)제라우. 한 식군디 요놈을 팔라고 헌께 을매나 속이 안 찢어지요? 새복에 요놈을 끌고 20리를 걸어서 안 왔소. 긍디 요놈 꼴도 비주고 항꾼에 일도 다니고 헌 우리 막내놈이, 그 잠 많은 놈이 새복에 깨갔고 요놈 폴지 말라고 안 눈물바람을 험시로 내 바지가랭이를 안 잡소. 띠 놓고 올라고 무진 고생했소야.

다 요 사단이 상식이 우리 큰놈이 맹근 거이요. 요놈이 읍는 살림에 읍내에다 옷가게를 내갔고 장사를 허다가 안 망해부렀소. 뭔 장사든지 부지런해야 쓴디, 장사가 잘 된 듯 헌다 싶으믄 친구덜허고 술 묵고 장사를 등한시 안 해부요. 장사라는 것은 무슨 일이 있든지간에 가게문을 열어야 쓴디 가끔 가다가 가게를 안 열어분께 손님들이 믿고 오겄소. 글다가 빚만 져분디다가 지금 며누라를 만나갔고 갤혼도 안 허고 저라고 살다가 애기를 안 났당가요. 그대도 나로 봐서 맏손주인디 요놈들이 영광 시장통에 쪼그만 가게를 내서 포목장사를 헌다고 졸라싼께 내가 요 소를 폴아서 자금을 마련을 헐라고 허요. 나가 자식 뒷바라지 허다가 허리가 녹소, 녹아.

그래도 어찔 것이요. 자식덜이 뭣을 헌다고 저라고 몸부림을 헌께 해줘야제. 내가 중핵교밖에 못 보낸 죄를 지금 닦을라고 이라고 고생한갑소. 시골에서야 소가 젤로 현금박치기 헐 재산이제라우. 우시장은 새복에 시작해갔고 금방 끝나부러. 긍게 일찍 나서야 써. 요놈은 지 임자가 곧 나타날 것인게 임자를 만나믄 어디로든지 가겄제. 새로 만남 임자가 잘 키와야 쓸 것인지. 어찔란가 모르겄소.

요놈도 한참을 우리 식구들허고 산께, 누가 지헌테 잘해주는지, 소밥을 잘 주는지 잘 알고 표정이 달라지지라우. 큰놈이 요놈헌테 가믄 푸우푸우하고 고개를 젖고, 막내놈이 다가가믄 고개를 끄덕끄덕 풍경을 흔듬시롱 좋아허제라우. 내가 오늘 요놈을 끌고 나오니라고 소 움막에 갔더니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뒷걸음질을 칩디다. 소도 눈물을 흘리요, 잉.

우시장에서는 소 반, 사람 반이지라우. 옛날에는 우시장에서 돈 뜯기고 돌라치고 하는 사건들이 많았지라우. 글고 한 골목 지나 도박판이 있기도 했지라우. 젤로 존 것은 소 팔고 돈 받아서 막걸리 한잔에 국밥 한 그릇 허고 집으로 가는 것이제라우. 나도 그래야 쓰겄소. 요 돈은 우리 소 판 중헌 돈이고, 우리 상식이놈 장사 밑천인께. 꽉 꼼쳐갔고 집으로 가야제라우. 어찌겄소. 살 목숨이 많고 살아야할 목숨이 많소. 왜 이라고 사는 것이 되요? 그래도 말이요. 사는 것이 폭폭해도 꿈을 갖고 살아야제라우. 안 그요?

<1975년 무렵 전남 영광 우시장>

대동문화 98호 [2017 1,2월호]

최옥수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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