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 밝았다.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지방정부도 올해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지역살림 규모를 정해 사업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지자체든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 지자체의 살림살이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빚이 얼마나 있고 공무원 월급은 무엇으로 주는지 관심 갖지 않은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91년 9월 이맘때, 필자는 ‘광주·전남 재정자립도 최하위’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1991년 전국 지방예산 합동분석결과, 광주시 재정자립도는 전국 직할시 평균보다 낮았다. 전남도 역시 1991년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였다.

20년 후 2011년 9월, 필자는 똑같은 제목의 칼럼을 쓰고 있다. 2011년 본예산 기준, 광주 재정자립도는 42%, 전남 재정자립도는 13.5%로 광주는 광역시 중 꼴등, 전남도는 도 중에서 가장 낮았다. 광주 경우 광산구를 제외한 4개 구는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할 수 없다. 전남도 22개 시·군 중 나주시, 신안·진도·완도·장성·영광·함평·무안·해남·강진·장흥·보성·고흥·구례·곡성·담양군이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했다.

지역민의 생존권과도 맞물려

20년 전 거덜 난 광주·전남 곳간은 채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방자치 한지 20년이 지났지만 그 어떤 지자체장도 해당 지역을 ‘잘사는 곳’으로 바꿔놓지 못한 채 빚에서 빚을 내 연명을 했던 것이다. 우리는 참 가난한 지역에 살고 있다.

물론 지방재정난이 지방정부 탓만은 아니다. 지방재정자립도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한 금액에 지자체 예산규모로 나눈 비율을 나타내기 때문에 국세와 지방세 세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원 배분을 둘러싼 권력관계 측면에서 지금같은 세수구조가 쉽게 달라지기 어렵고, 특히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세를 대폭 지방세로 돌리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이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더군다나 지방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재정난에 처한 지자체의 복지 수준 및 삶의 질은 더욱 악화되는 반면 재정상태가 양호한 지자체는 그 반대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지역민의 생존권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 곳간 빈 것 생각 않고 ‘지역 살림꾼’이라고 선전하면서 자신들의 살림살이 가계부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있는 지자체장을 뽑게 되면 그 지역의 사태는 심각해진다. 문제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곳간이 빈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오로지 중앙정부에 손만 벌리고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중앙 세수의 지방세수 전환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들의 빈 곳간을 채우도록 하는 것만이 현재로선 유일한 해법이다.

주민소환제로 끌어내리고 파산제를 제도화

‘지방 정부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자 최근 행정안전부는 지방재정위기 사전 경보시스템 구축, 청사 신축 원칙적 금지, 지방채 발행의 엄격한 관리 등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먼저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자치를 가능케 하는 보다 근본적인 지방재정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지방자치와 지역발전이 국가발전과 경쟁력의 초석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재정분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지방의 조세수입 비율은 약 8:2, 지출 규모 비율은 약 4:6이다. 이처럼 지방지출의 절대액이 중앙의 통제 하에 집행되는 구조에서는, 수반되는 자체 부담, 예산과정의 적극적인 통제 곤란, 지역주민 보다 중앙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지방자치가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이런 지방재정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지방자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순 없다. 빈 곳간에 쥐가 들락거리지 않도록 지방의회, 주민이 주어진 예산이라도 철저히 감시, 자치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지방부도’가 날 수도 있다. 재정운영 공시를 제도화해야 하며 주민참여 예산제도를 실질적 운영해야 한다. 주민의 예산과정 참여를 확대하고 비리와 전횡을 일삼고 재정파탄 책임이 있는 단체장은 주민소환제로 끌어내리고 파산제를 제도화하여 끝까지 책임 묻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만능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광주·전남은 더욱 지자체장의 책임 있는 재정운영, 주민과 의회의 높은 자치의식이 요구된다. 빈 곳간을 지자체장이나 주민이나 솔직하게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

글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주필겸 이사 nam48@kjdaily.com 삽화 박태후 한국화가

대동문화 68호 [2012년 1.2월호]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주필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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