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중(1963), 춘향 열녀문, 선철 용접, 43×33×163cm

모처럼만의 조각전이다. 광주지역 근대미술의 조각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리이다. 광주비엔날레 창설에도 큰 도움을 주었던 작고한 조각가 김영중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광주시립미술관은 독자적인 조형 양식으로 한국 현대조각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故김영중 작가의 작품 80여점을 5일부터 5월 1일까지 전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전남 장성출신으로 광주지역 미술계와 지속적인 관계를 이루었던 작가의 생애와 예술을 통해 호남 화단의 조각사를 볼 수 있는 기회이다. 현대화와 전통 사의의 갈등을 체험했던 김영중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함으로써 한국미술사 속의 조각사의 계보를 살필 수 있는 기회이다.

작가는 자신의 조각세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다양한 조형양식을 섭렵하고 몸소 체험하면서 나만의 개성을 찾기 위해 설사 시대감각에 역행을 하고 감상자가 공감을 하지 않는 경우일지라도 홀로 서야 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작업을 해왔다.”

즉 작가는 조각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통해 이전에 없는 난해한 개념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모더니즘 조각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작가는 순수조각을 작가의 독자적 주제선택의 자유에 바탕으로 한 미학 의식 이념에 의해 제작된 작품으로 설명한다.

또한 조각의 발상지가 서구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표현의 정신과 양식, 방법론 등에서 얼마든지 한국성의 발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영중(1982), 희망, 높이 16.5m 청동높이 550cm, 청동, 화강석, 대리석

김영중(金泳仲, 1926-2005)은 한국전쟁의 경험을 비정형의 용접조각을 통한 물질감과 형상으로 시대상을 보여주었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조형작품으로 담아낸 것이다. 또한, 그의 작품은 구상적 인체조각에 충실하면서도 선과 면을 강조한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생전에 공원이나 대형건물 등에 공공미술 작품을 다수 제작해서 그의 작품은 다소 익숙하다. 공동체의 유대감을 표현하는 가족과 비상하는 이미지, 희망을 상징하는 소재를 공공미술로 즐겨 제작했다.

이들 공공미술 작품은 구상의 형상을 입체적으로 단순화시키는 작가만의 독특한 조형세계 안에서 그의 예술세계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이번 전시는 김영중의 작품세계는 물론 그가 제작한 조형작품의 한국 미술사적 가치와 의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김영중은 체계화되지 못했던 한국문화예술의 현실 속에서 문화예술정책과 미술행정 분야에 선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는 현재 ‘문화예술진흥법’의 원안인 ‘한국미술진흥법(1969)’과 ‘미술관 및 박물관진흥법’의 원안인 ‘미술관법(1989)’, 미술의 공공성을 위해 ‘미술장식품법(1997)’, ‘한국미술저작권법’ 등을 건의하고 입법 추진을 위해 노력하는 등 여러 법안과 제도를 만드는 데 주력하였다.

한국 최초의 조각공원인 ‘목포 유달산조각공원(1982)’와 ‘제주조각공원(1986)’을 개원하는 데 공헌했다. ‘연희조형관(1986)’을 사재로 건립하여 후학들을 위한 미술자료실 및 전시관을 운영하였다.

그는 전통 문화예술의 기반을 갖춘 광주를 문화예술 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해 ‘광주비엔날레(1995)’ 창설 등에 이바지하는 등 광주전남 미술계와 지속적인 영향 관계가 있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여러 행적을 남긴 그의 삶이 광주전남 미술사 특히 호남 화단의 조각사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살펴볼 기회가 될 것이다.

정인서 기자  chkorea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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