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지 전경

문화라는 낱말은 너무 남용되어 그 본뜻을 이해하기 힘들어졌다. 한글학회가 펴낸 <우리말 큰사전>의 설명을 보면 ①‘학문에 나아가서 사람이 깨어 밝게됨’이라 설명하고 ③항목 설명에는 ʻ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이상을 실현하려는 인간 활동의 과정 또는 성과ʼ라고 전제한 뒤 ʻ특히 예술‧도덕‧종교 제도 따위 사람의 내면적 정신 활동의 소산ʼ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문화는 인간 생활의 지혜의 총화

한국말 가운데 쓰이는 문화는 외국말 ‘culture’를 번역한 것으로 볼 경우 캐나다 사람 폴 쉐터라는 사람은 이 낱말이 256가지 말과 뜻으로 쓰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이 본딧말은 ‘재배’ 또는 ‘경작’의 뜻으로 쓰였고 뒷날 정신적 문명, 또는 자연을 극복해온 인간 생활의 지혜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에 견주는 말이나 좁은 뜻의 문화에 대칭되는 ‘Art’는 ‘미술’ 또는 ‘예술’로 꾸밈, 장식, 솜씨, 기술, 술책 등 뜻으로 쓰이며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기술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자연을 경작하는 인간 지혜의 소산이나 이 소산에 아름다움을 덧붙여 솜씨 내는 재주는 다 같이 인간 행위임은 틀림없으나 넓은 의미의 문화는 ‘실용’을 근본으로 해 예술과 차별되고 예술은 ‘장식성’을 기본으로 하여 비교된다.

결국은 예술도 인간 생활의 이용에서는 같은 기능을 하지만 실용보다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장식 가치 추구’라는 점에서 창조 예술은 ‘개성적 창조성’에 더 높은 비중을 둔다. 이것은 문화 전통과 예술 창조로 빗댈 만하다. 이 때문에 문화가 보편성을 중시하는 것과 달리 예술은 순수예술과 대중예술로 구분해 사회성 논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건축, 사진, 국악은 예술이 아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문화 개념과 국민의 인식이다. 국내법에서 문화를 정의한 법률은 ‘문화예술진흥법’이 유일하다. 이 법 제2조에 ʻ문화 예술이라 함은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 및 출판에 관한 사항을 말한다ʼ 고 한정하고 있다.

이 8개 항목은 63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발족해 활동 중인 ʻ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ʼ의 10개 협회 중 건축·사진·국악협회가 제외된 대신 출판협회를 포함하고 있다.

오늘날 ‘예총’이라고 줄여 부르는 이 단체는 광복 직후 사회주의 계열의 예술단체에 대응해 발족했던 정치성 단체로 가입 자격에 제한을 가하고 있으며 예술 문화인들의 친목‧권익 옹호를 주된 목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회원 수가 38만 명을 웃돌고 있다.

미국에도 유사한 예술 단체가 있지만 한국보다 늦게 1977년에 창설되었고 정부와 뉴욕 주가 예술계에 보조하던 국립예술기금(NEA)의 정치적 분배를 목적으로 태동하였다. 미국의 국립 예술 기금이나 예술위원회는 모두 60년대에 발족한 기금과 기구이므로 한국의 72년에 제정한 문화예술 진흥법이나 문화예술진흥원보다 앞섰다.

미국은 예술과 인문 진흥을 구분해 ‘국립예술기금’과 ‘국립인문진흥기금’을 분리 운영하고 있고 별도로 문화 전문의 보조센터도 운영 중이다. 미국은 문화와 예술을 구분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데 한국은 문화를 문화예술에 포함시키고 79년 뒤늦게 학술 진흥법을 신설했으나 미국의 인간 중심 문화적 성격을 가진 문화 및 인문진흥 사업을 제외시키고 말았다.

예술 정책에서 실종된 인문 진흥

이때부터 국내에서 문화예술이라 함은 미국의 예술문화를 대신하는 개념으로 쓰이면서 문화예술진흥법이 목적으로 하는 전통적인 문화예술의 계승이나 새로운 민족 문화의 중흥과는 거리가 적은 예술 행정을 지속하고 있다.

인간 활동의 과정과 성과, 생활문화 따위를 다루고 진흥해야 할 문화를 실종 기키고 에술 위주의 문화 행정이 되면서 한국전통은 소홀히 대접을 받아왔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국민들에게 문화란 예술을 대신하는 낱말로 착각시키고 만 점이다. 이 오류 때문에 지방까지 파급시킨 지방문화예술위원회나 문화재단들이 한결 같이 예술 위주의 한국예술진흥위원회의 흉내를 내고 지역문화 정체성 진작에 소홀하고 있다.

전통 없는 미국에도 예술기금 외에 문화단체를 지원하는 문화보조 센터(Culture A.C)가 따로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한다. 전통성을 존중하는 독일 같은 나라는 문화(Knltus) 중심 정책이 예술 정책에 우선하고 있다.

이 같이 잘못된 한국의 법률 정의가 지방 문화 시책에 파급되어 광주에 세워지고 있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의 문제점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 사업의 중심은 아시아예술극장이라 할 수 있으며 부수적으로 문화정보원‧문화창조원 등을 부설하고 있으나 광의의 문화를 다를 수 있을 것인가 걱정이다.

광주 읍성 복원이 전통 회귀인가?

광주는 민주화 성지라는 브랜드와 함께 첨단 예술이라 할 비엔날레와 디자인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세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유치했다고 기뻐한다. 광주 문화의 정체성을 자랑할 만한 옛터들은 허물거나 방치하고 지역의 문화를 담을 대표적인 시설인 지역 특성 박물관 건설 따위에는 관심이 적다. 낯익은 문화는 자리를 비겨서고 낯선 예술만 기승을 부린다.

세계의 대학생 1만여 명이 몰려왔을 때 보일 광주의 역사와 문화 자랑거리는 무엇인가? 외국작가들을 불러 설치한 디자인비엔날레 작품과 5‧18민주화기념관 정도로는 신생 도시의 위상이 될지언정 유구한 광주의 역사 문화를 설명할 수는 없다.

시민은 소화불량 상태인 박제 첨단 예술로 광주의 인상을 포장하는 것은 졸부들의 열등의식이라고 비판 받을까 안타깝다. 비엔날레 한번 거르면서 광주 도심지의 옛 성문 두‧세 개 정도를 복원해 광주가 역사 문화가 있어온 전통이 있음을 외형으로 알릴 상징물로 삼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대동문화 68호[2012년 1.2월호]

김정호 진도군관광진흥협의회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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