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원복 태극기

태극기를 든다는 건 죽음을 의미했다

대한민국을 품는 다는 것은 목숨과 바꾸는 일

그러나 총칼을 앞에 두고 태극기를 들었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무수한 팔이 잘라지고 감옥에 갇혔으며

모진 고문 끝에 목숨을 잃었다

이 어찌 개인의 영광이었으랴

조국이 없으면 민족도 없고 민족이 없으면 역사도 없어지거늘

살아생전 대한민국 만세를 외쳐보지 못한다면

죽어 지옥에 가서라도 두 눈을 감지 못할 거라고

거리로 뛰쳐나갔던 사람들, 백의민족 대한의 건아들이었다

그날 대한민국은 광복을 맞았고

한강의 기적처럼 신의 축복처럼

어버이의 부르튼 손마디에서 신명이 돋았다

마음 놓고 애국가를 불렀고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는 한국인이라 자랑할 수 있었다

어려운 시절 빈민국으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가난한 나라를 찾아가 의료 봉사하는 나라로

선비의 넉넉함으로 호연지기를 나눴다

아 물이 고이면 썩는다고 했던가

사대강에서 비린내가 오르고

파헤친 강산은 손발이 잘린 채 기계소리가 비명을 대신한다

아리랑 타령을 부르면 붉은 입술은 이지러지고

이웃집에 떡을 돌리던 풍습은 기피해야할 문화가 되었느니

이러다가 천지사방 십리 길에 사람 모습 안보이고 말리라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만 잘 살면 뭐가 대수란 말인가

소꿉장난도 유분수지

이거 참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이거 참 집안꼴이 희한하게 돌아간다

삼일절 태극기는 삼분의 일도 내걸리지 않고

니편 내편 중에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나라

부자지간에도 밥상머리에서 싸우는 동방예의지국

김삿갓이 다시 살아난다면 오호 통재라

세계 십대 경제대국이란 국제 망신이 따로 없구나

문을 열어라 열어라 바꿔라 하면서

정적 변해야 하는 것은 스스로가 아니더냐

언제까지나 위로부터 개혁을 꿈꾼다면 그동안의 희생이 물거품이로다

나는 죄가 없는데 돌은 던지고 싶으냐

진정 멍석말이 혼구녕이 나고프냐

금수강산 호랑이가 울부짖는다

이제라도 다시 한 번 호형호제 다정했던 그날

간절히 원했던 과거로 돌아가보자

더 빨리 더 많이가 아니라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껄껄 웃던 그 사이로

대한민국은 우리만의 조국이 아니라

자손만대 이어나갈 백의민족의 터전이다

집집마다 오순도순 태극기를 태극기를 사랑하자

목숨 걸고 지켜왔던 우리 민족의 미래가 아니더냐

그냥 그대로 있는 그대로

이 땅과 이 하늘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너도 나를 좋아하면 안되겠습니까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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