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분명 학교다. 이름도 ‘숲속문화 학교’다. 그러나 일반의 학교와는 다르다. 품이 넓다. 그 학교엔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든다. 전라남도 화순 우치마을에 우퍼들의 호스트 집 숲속문화 학교가 있다. 옛 우치분교 자리다. 크게 손대지 않았다. 분교 교실에 책을 들여놓고 작은 사진 소품으로만 공간을 꾸몄다.

‘숲속문화 학교’는 다름을 인정하고 같음을 발견하는 곳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홈스테이 시켜준다. 한국문화에 대해서도 알린다. 그곳을 찾은 우퍼들은 주변의 문화 관광지를 돌면서 지낸다. 우퍼들은 문화의 창을 매개로 세상과 소통하고, 여행과 문화예술을 통해 자신과 인생을 돌아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짧지만 아름다운 만남을 이어나가는 곳이다.

완전한 공짜는 아니다. 우퍼들은 공간을 이용하는 대신 호스트의 일을 거들어 준다. 서로가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또 받는다. 이 방식은 한국의 전통과 연결된다. 일종의 품앗이 방식이며 서로에게 이롭다.

서순복, 그는 7년 전 삶의 거처를 도시에서 흙으로 옮겼다. 화순에 뼈를 묻을 생각이다. 단시 자연이 좋아서가 아니다. 문화 해설사 교육을 받고 처음 배치된 곳이 운주사다.

우퍼들의 아늑한 문화 보금자리

‘숲속문화 학교’의 주인은 서순복(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 그는 늘 바쁘다. 이른 아침부터잡초 뽑는 일에 몸을 맡긴다. 잡초는 생명력이 대단하다. 뽑아낸 자리에서는 금방 잡초가 얼굴을 내민다. 둘러보면 공간이 아름답다. 숲속문화 학교 앞 개울은 언제나 마르지 않는다. 뒷산의 각수 바위는 풍경을 완성한다. 거기 있으면 좋은 향기가 은은하게 밀려온다. 작약이다.

“저수지에 작약을 심었어요. 색깔별로 피면 참 예뻐요. 작약을 처음 심던 날 장마가 졌어요. 한 달 동안은 가보지 못했어요. 다 죽었더라고요. 제 게으름 탓이죠. 근데 참 신기하게도 얼마 후 죽은 생명이 다시 살아났어요. 자연이 작약에게 다시 삶의 기회를 준 거죠. 자연의 섭리는 참 위대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자연 속에서 매일 깨닫고 새로운 메시지를 받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요. 그보다 행복한 일은 찾을 수 없죠.”

‘숲속문화 학교’, 잘 꾸며지진 않았지만 아늑한 집이다. 1층 분교 건물에 2층을 얹고,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다. 7평 황토방과 1.5평의 황토방은 우퍼들의 보금자리다. 여름과 겨울 방학 때는 조금 더 특별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2박3일 동안의 고전공부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모이면 행복해요. 6시에 기상해서 운동장에서 태극권으로 몸을 풀고 이튿날 저수지 위 계곡에 가서 가슴까지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구고, 이런저런 덕담들을 건네며 함께 삶을 나눕니다.”

‘숲속문화 학교’, 문화를 나누는 곳

서순복, 그는 7년 전 삶의 거처를 도시에서 흙으로 옮겼다. 화순에 뼈를 묻을 생각이다. 단시 자연이 좋아서가 아니다. 문화 해설사 교육을 받고 처음 배치된 곳이 운주사였다. 운주사, 그 은밀한 비밀의 영토에 그는 매료됐다. 평생을 공부해도 운주사의 깊이에 다가갈 수 없어 보였다. 그는 운주사의 땅에서 평생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숲속문화 학교’를 세운 것은 경험의 발로였다. “없이 살아서 외국에 나갈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나이가 좀 들어가 기회가 생겼죠. 유럽을 몇 바퀴 돌았어요. 여러 나라 호스트집을 찾아다니면서요. 세계 많은 나라와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행의 궁극적 목표가 바뀌었어요. 밖에서 안을 보는 거죠. 그럼 더 선명하게 보여요. 항상 다른 나라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을 찾았어요.”

오랫동안 찾고 다녔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 그곳이 바로 화순이다. 여행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타인의 문화와 인생의 대한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는다. 그는 이제 외국 나갈 일 보다 외국인 손님들을 초대하는 입장이다. 바람은 하나다. 더 많이 사람들이 ‘숲속문화 학교’를 찾아오는 것이다.

“집 나가면 고생입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오는 게 저는 좋아요. 유기농 음식을 함께 나눠먹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관광을 하면 마음이 넓어져요. 특히 이곳에 오시는 우퍼들에게는 우리나라 절밥을 먹게 합니다. 문화를 나누는 거죠.”

지금은 스웨덴에서 온 요세핀(26세)과 아그네스(26세)가 그와 함께 이곳을 지키고 있다. 같이 밭에서 풀을 뽑으며 주고받는 짧은 대화가 정겹다. 그 짧은 대화 속에 믿음이 있고, 삶의 아름다운 소통이 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홈스테이 시켜준다. 한국문화에 대해서도 알린다.우퍼들은 문화의 창을 매개로 세상과 소통하고, 여행과 문화예술을 통해 자신과 인생을 돌아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숲속문화학교 아침 밥상)

대동문화72호 [2012 9.10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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