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을 상세하게 소개한 책이다. 처음 읽을 때는 참으로 대단한 책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저자 자신이 인문고전 독서를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뼈를 깎는 각고의 자세로 읽어냈으니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가 인정하는 내로라하는 천재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평범했거나 혹은 둔재였던 이들이 인문고전 독서를 통달하여 천재의 반열에 올랐다는 이야기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이었다. 대부분 가문 좋고 부모가 엘리트들인 부자들의 이야기여서 위의 것들이 밑받침이 되지 않으면 가망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부자들의 천재 만들기 독서 교육

19세기나 20세기 초반에는 책을 구해 읽는다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니 명문가나 부모들이 대단한 학자나 교수가 아니고서는 사실 엄두를 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천재가 탄생하려면 사회 환경이나 가정환경이 얼마나 중요할 것인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일이다.

천재를 만들어내는 일도 그만큼 사회가 성숙해야 함을 알았다. 우리처럼 입시 위주의 교육을 통해서는 천재가 탄생할 수가 없다. 인문고전 독서는커녕 학원이나 과외수업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독서를 할 수 없다. 천재 탄생은 교육 환경을 바꾸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서란 꾸준히 읽어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되어 이제 사회명사들이 권하는 필독서를 읽겠다고 작정해도 평소의 독서력이 쌓이지 않으면 읽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책읽기가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나는 문자를 깨우치면서부터 60대 후반의 지금까지 평생 책을 읽어왔다. 책 읽는 것보다 즐거운 일을 나는 알지 못한다. 독서에 방해가 된다면 어떤 일도 계획하지 않았고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이지성처럼 각고의 자세로 읽지도 않았고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 위하여 자신을 담금질하는 독서는 하지 않았다. 그저 책에서 세상을 만나고 사람을 알아가는 지혜 정도는 터득하였다.

변화할 것이냐, 즐길 것이냐 그것이 문제

호기심이 워낙 많아서 누군가의 권유대로 한 분야에 정진하라는 충고도 듣지 않았다. 그러니 한낱 독서가일 뿐이다. 독서가란 명칭도 나 스스로 명명했을 뿐이다. 지구 환경의 위기를 알기 위해서 환경 도서를 많이 읽어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길렀고, 지난 세대의 역사를 알기 위해 역사서를, 위인들의 행적이 궁금해 평전을 읽었을 뿐이다. 알고자 하는 열망으로 필사도 하고 메모도 하여 수십 권의 노트를 만들었고, 그것 자체가 재미있어 혼자 즐겼을 뿐이다.

명사란 사람들은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살라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삶이 무의미하고 건조하다고 충고한다. 그런데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살려면 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단순한 삶을 살고자 하여도 적당한 부가 바탕이 되어야 실천할 수 있다.

하물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면 이것이 직업으로 이어져 생업이 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영화감독이 꿈이라고 해서 감독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도제 시절을 10년은 보내야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요즘은 영화 기획사를 재벌들이 독점해서 도제 수업도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만큼 각박해지고 어찌 보면 살벌해졌다. 영화에 돈을 댔으니 작가 정신보다는 흥행을 우선으로 해서 감독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영화 제작 중도에 갈아 치우는 세상이다. 꿈을 향해서 매진하면 이뤄진다는 말이 난무하지만, 과연 얼마만한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저자는 독자를 다그친다. 세상을 지배하려면 0.1 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를 해라. 깨달음이 올 때까지 읽고 또 읽어라, 필사해라, 원전으로 읽어라, 지혜를 갖기 위하여 인문고전을 독파하여 변화하라, 반복적으로 읽고 외우며 메모하라.

인생 경영 인문고전 독서로 독파하라

사실 숨이 막혀 혼났다. 구구절절 좋은 말이기는 했다. 그동안 즐거움으로 알고 했던 독서가, 올바른 삶을 살고자 했던 독서가 아무 것도 아니게 되는 것 같은 혼란도 왔다. 나의 독서법은 틀렸단 말인가. 나처럼 책을 읽는 무수한 독자들은 도로(徒勞)의 엉터리 독서를 했단 말인가. 저자의 목소리는 질타의 수준이었고 너무 강압적이었다.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청소년이 지혜로워지고 사회가 변화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천재적인 인물이 많이 나오는 것도 사회 발전을 위해서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보통 사람의 성실한 삶의 태도에 의해서도 굴러간다는 것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유일하게 나를 위로했다.

“퇴계 이황의 글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 이 책의 독자들이 인문고전을 읽어서 두뇌가 변화하고 천재가 되고 위인이 되는 것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퇴계 이황처럼 여유롭고 자유로운 마음을 지닌 독서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대동문화72호 [2012 9.10월호]

문향선 수필가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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