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무엇인가? 숲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 가장 키가 큰 생명체인 나무로 구성된 생명 공간이다. 육지의 모든 생명체의 고향은 숲이고, 그래서 인류는 숲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도 숲은 이후 인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선물했다.

‘문화 없이 숲 없고 숲 없이 문화 없다’고 했다. ‘문명 앞에 숲이 있고, 문명 뒤에 사막이 남는다.’는 말도 있다. 반대로 숲이 무성한 곳의 문화는 찬란히 꽃을 피운다. 숲이 존중되는 도시라면, 문화도시 광주의 문화와 예술도 지금보다 아름답게 꽃필 것이다.

충효동 마을 어귀는 광주호 수변공원과 환벽당, 취가정, 식영정, 소쇄원 등의 정자 문화권의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항시 붐빈다. 그 분주한 광주호와 마을을 사이에 두고 왕버들 3그루가 위풍당당하다. 3그루가 연대하여 만들어낸 길고 넓직한 그늘 아래서 사람들이 쉬고, 인근 할매들이 보따리로 가져온 남새들이 좌판에 가지런하다.

마을 숲은 작은 쉼터요 놀이터이다. 굳센 당산이 있는 종교적 성소이다. 한여름에는 모정이 되고, 선비들의 거풍의 장소가 되고, 때로 시회가 열리는 작품 현장이 된다. 또한 사색의 공간이며, 한 마을의 풍수적 비보를 돕는 수구맥이 장소이고, 솟대 같은 ‘우주나무’, ‘하늘나무’와 마을 지킴이인 장승이 버티고 있는 민속의 고향이다.

왕버들은 암수나무가 딴 그루를 이루며 4월에 꽃이 피고 열매는 5월에 익는다. 우리나라 경기도 이남 지역과 일본 중부 이남, 중국 중부에 분포하며 풍치림(風致林)과 정자나무로 사랑을 받는다. 목재는 가구와 땔감 따위로 쓰인다. 유난히 물이 많은 곳을 특히 좋아하여 한자로 하류(河柳)라는 이름도 있다. 또 귀류(鬼柳)라고도 하는데, 왕버들의 오래된 고목은 나무 속이 잘 썩어 버려 큰 구멍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1470년 김덕령 장군의 4대 조부인 문손(文孫)이 이 마을에 살기 시작하면서 충효마을은 광산 김씨의 집성촌이 됐다. 충효동 왕버들은 3그루이나 원래는 일송일매오류(一松一梅五柳)라 하여 마을의 상징 조경수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마을의 상징이요, 지킴이이며, 방패막이였고, 자랑이었다. 여기 충효동 일대는 임진왜란 이전에 이미 양산보의 소쇄원을 비롯 원림, 정각 등이 많이 있어 한 고을에 세 곳의 뛰어난 경치(一洞之三勝)로 조경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곳이다. 이 나무들도 이 무렵에 심어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왕버들 뒤쪽으로 충장공 김덕령과 그의 부인을 기리는 ‘충효동 정려비각’이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충효마을 출신인 충장공(忠壯公) 김덕령 장군을 기념하기 위해 왕버들을 심었고 그래서 이 왕버들을 ‘김덕령 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1989년 광주시 기념물 제16호로 지정된 이 나무는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수령을 측정한 결과 430년(±10년)으로 1500년대 후반에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광주 충효동 왕버들’이 문화재청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전망이다. 지난 2005년 무등산 주상절리대(柱狀節理帶)에 이어 광주 지역에서 두 번째로 지정된 천연기념물인 ‘충효동 왕버들’은 광주에서 나무 종으로는 처음 지정되는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나무 천연기념물이 하나라도 광주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들이 많았는데, 그 소원이 이루어져 광주는 기쁘다.

대동문화72호 [2012 9.10월호]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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