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코리아뉴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내 생애 가장 빛나던 순간’, ‘기러기는 차갑다’, ‘백석 평전’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시인, ‘연탄재 시인’이라는 애칭까지 갖고 있는 안도현 시인이 ‘빛고을문화대학’ 강연으로 오는 27일 화요일 저녁 7시 광주에 온다. 광주 서구청 대강당이다.

안도현 시인

안도현(우석대학교 문창과) 교수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인기 절정의 시인이다. 그의 ‘연탄재’는 쓸모없는 쓰레기를 넘어 더없이 뜨거운 빛을 발하고 있다. 연탄재뿐만이 아니라 그가 어루만지는 일상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고 있다.

안도현 시인은 2012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절필을 선언한 바 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그는 ‘시를 읽고 쓰는’ 뜨거운 가슴을 전달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가 절필했던 4년여의 시간, 안도현 시인은 “충전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했다.

(사)대동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의 각분야 전문가를 초청하여 ‘빛고을 문화대학’을 열고 있다. 제14기 빛고을문화대학은 베르너 사세 교수의 ‘동국세시기의 호남세시풍습’을 비롯하여 허시명, 손철주, 이이화, 임동창 씨 등의 강연 이어졌다. 안도현 교수의 ‘시를 읽고 쓴다는 것’ 이후에 심경호 교수 ‘국왕의 선물’(7월 4일), 조상열 대표 ‘남도 인문스토리’(7월 11일)의 강연을 남겨놓고 있다.

문의 062-674-6567

재테크 _ 안도현

한 편 남짓 얼갈이배추 씨를 부렸다

스무 날이 지나니 한 뼘 크기의 이파리가 몇 장 펄럭였다

바람이 이파리를 흔든 게 아니었다, 애벌레들이

제 맘대로 길을 내고 똥을 싸고 길가에 깃발을 꽂는 통에 설핏 펄럭이는 것처럼 보였던 것

동네 노인들이 혀를 차며 약을 좀 하라 했으나

그래야지요, 하고는 그만 두었다

한 평 남짓 애벌레를 키우기로 작심했던 것

또 스무 날이 지나 애벌레가 나비가 되면 나는 한 평 얼갈이배추밭의 주인이자 나비의 주인이 되는 것

그리하여 나비는 머지않아 배추밭 둘레의 허공을 다 차지할 것이고

나비가 날아가는 곳까지가, 나비가 울타리를 치고 돌아오는 그 안쪽까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