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29, 희생 번트. 타자라면 누구나 홈런을 치고 싶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번트를 댑니다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은 매일 3시간씩 1만 시간을 할애하면 자기가 되고 싶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고 했다. 이 ‘1만 시간의 법칙’에 가장 적합한 문인화가가 김남기(57) 광주도시공사 기획재정관이다. 그는 당당한 문인화가이자 서예가이다. 35년 전 공직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림과 서예의 세계에 발을 디뎌 이제 전문가의 반열에 당당히 서게 된 것이다.

1970년대 말 여천시청에서 근무할 당시 남재 송전석 선생에게 서예를 배웠고 1986년 광주시청으로 전입해 온 뒤에는 남종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 선생이 설립한 연진미술원에서 그림을 익혔다. 장강 김인화, 석운 김재일 선생 등으로부터 사군자, 한국화를 사사하는 등 30여 년 간 시서화의 기초를 닦았다. 이를 바탕으로 김 과장은 전국공무원미술대전 대상, 대한민국 문인화대전과 대한민국 서예대전 등 전국 공모전에서 수차례 입선했다. 지금은 한국미술협회, 한국서예협회, 한국문인화협회 회원, 광주시미술대전과 전남도미술대전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미나고 기발한 생활 문인화의 세계

김 작가는 문인화가로서도 ‘법고창신’의 주제의식에 천착한다. 재미있고 기발한 생활 속의 소재를 붓끝으로 오려내어 화폭에 옮기는 파격미가 있다. 시서화를 활용한 현대적 파격으로 생활 속 문인화의 세계를 개척한 작가라고 그를 평가하면 틀림없다.

그림의 면면이 기발하다. 골프 치는 참새, 수영하는 참새, 보초를 서는 참새, K-1 대회에 나온 참새 등의 작품 소재들은 꼭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현재인의 자화상이다. 물론 전통 문인화가 개척해온 실경 산수에도 뛰어나지만 특별히 재미있는 문인화의 소재는 그런 기발한 착상에서 나온다.

예를 들면 기후 온난화로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는 시대 의식을 반영해 자전거 그림을 연작으로 그리거나,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반딧불, 장수풍뎅이 등을 야광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내어 장식한다든가 하는 아이디어를 발휘한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문인화의 아취에 은은한 미소를 짓게 된다.

동풍취란. 동쪽에서 부는 바람이 따뜻해서 차가운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다.

서정성 속에 담긴 희망의 그림

소재에서도 진흙과 수묵, 아크릴, 야광 등의 혼합 재료를 사용해 입체감을 도드라지게 한다. 그리고 화선지에 그리지 않고, 창문이나 부채 등에도 그림을 그려 넣는다. 수묵의 매체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다양한 시도가 빛나는 문인화를 창작해내고 있다.

작가는 또 시와 글을 좋아한다. 도종환의 ‘담쟁이’ 같은 현대시도, 퇴계 이황 선생의 ‘매화시’도 언제나 그림에 올릴 시제로 파일화되어 있다. 그림에 서정성과 함께 문기를 흐르게 하고, 그림을 보거나 소장하는 사람에게 삶의 따뜻한 용기와 희망을 주려는 의도를 담았다. 그러니 시집과 고전을 읽고 연찬하지 않을 수 없다.

김남기 작가는 서예와 문인화를 접목한 독특한 가훈 써주기 재능 나눔을 그동안 실천해왔다. 가훈이란 집안의 행복의 목표치이다. 그런데 글씨로만 가훈을 써주다 보니 점점 그 명언 명구가 현대 생활에 파고드는 힘이 약해진다. 그래서 그 가훈에 어울리는 그림도 그려 넣어 가훈을 작품으로 만들어 선물한다.

충장로 축제, 남구 고싸움 축제, 광산구 외국인 민속체험 행사, 담양군청 대나무축제, 창평 음식축제, 아름다운 가게 나눔 행사들을 찾아다니며 수만 점의 가훈 작품을 남겼다. ‘아름다운 가훈 갖기 보급 운동’으로 남구민상을 받았다. 광주도시철도공사, 담양군수, 나주경찰서장으로부터, 심지어는 부산 연제경찰서장과 나대용 장군 기념사업회장으로부터 감사패와 기념패를 받았다. 문인화와 서예 재능 나눔으로 행복을 전파할 수 있다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헌신이 만들어낸 칭찬이다.

문인화가 김남기 씨는 “문인화가로 당당한 자기 세계를 갖추고 시민들에게 희망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문인화의 품격 시민과 나누겠습니다

그 동안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문인화, 서예 체험 학습 지도 교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장애우,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서예 문인화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해왔다. 미래 주역들이 학교 공부와 컴퓨터에만 빠져 있는 현실에서 가장 훌륭한 인성 교육은 우리 것을 가르치고 배우게 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인 1특기, 1인 1예술 배우기’ 운동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당당한 문인화가로서 희망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 드믄 우리 현대인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그림, 교훈과 행복을 주는 글씨로 제가 가진 것을 나누겠습니다. 문화수도 광주의 공직자이자 문인화가로서 내 나름의 활력과 인생의 깊이를 찾아가겠습니다.” 그런 나눔의 정신이 지속되는 한 그는 언제나 현역 문인화가이다.

대동문화72호 [2012 9.10월호]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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