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사람들에게 큰 병이 하나 있다. 바로 ‘빨리빨리’라는 ‘고속병’으로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인간 병리, 사회적 병리 현상이다. 근대이후 우리 사회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이라는 민족 비극의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어야만 했다. 그 질곡의 시련은 급속하고 무분별하게 산업화 서구화의 물결을 수용하도록 했으며, 이러한 결과가 요즘 다양한 양상의 사회적 병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밥도 빨리 먹고, 담박질도 빨리 하고, 공부도 빨리 하고, 돈도 출세도 빨리만 하려고 억지를 써왔다. 밥은 빨리 먹으면 체하는 법이고, 학문연마는 빨리 하면 날림 공부가 되고, 돈은 빨리 벌면 그만큼 망하기 쉽고, 출세도 빨리 하면 일찍 다친다.

일찍 출세하면 일찍 다친다

내용 보다는 결과를, 학문 연마보다는 시험을 중요시했던 일등 우선주의요, 어떻게 가든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결과 우선주의다. 이러고 보니 정치인도 자신의 임기 중에 반드시 뭔가 이뤄놓고 말겠다며 무리수를 둔다. 기초를 탄탄히 하려는 우답불파(牛踏不破)의 정신은 사라진지 오래고, ‘나는 괜찮겠지’ 하면서 요행을 바라는 것이 작금 한국인의 가치관처럼 되어버렸다.

사회는 갈수록 험악일로(險惡一路)이다. 성범죄 사건에 아니면 말고 식의 ‘카더라’ 까발리기, 막가파식 폭력 등의 연일 매체에 오르는 뉴스에 국민들은 분노와 허탈, 한숨을 지나, 감각 둔화 상태을 경험하고 있다.

그동안 곪았던 증세가 터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아들을 보면 인문 소양 정서의 부재가 불러 온 정신적 불균형으로 대중 사회생활에 실패한 경우이다. 정신장애자가 많아지고 고립 인간이 늘어나면서 불안 초조 우울 등의 증상이 우발적 범죄로 나타나고 있다.

달라진 기초 교육과 사회 환경도 한국 사람들의 인성 변화에 한몫 하고 있다. 인성 교육의 핵심인 문과 교육보다는 기술 위주의 이과를 최우선하게 되면서 학문과 사제(師弟), 부자(父子) 관계의 정은 사라졌고 교육 환경도 예전의 부드럽고 따뜻한 목재 교사(校舍)에서 차가운 시멘트 교실로 변했다.

연필과 책을 대신해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기계들이 중요한 자리를 점하면서 감성과 인성은 실종되어 버렸다. 어린 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주는 것은 아이의 장래를 망치는 것이라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

당국은 사회 병리에 대한 근본원인 치유책을 기초 교육에서부터 심각하게 강구해야 한다. 경찰 병력을 늘리고, 검문검색과 처벌을 강화하는 미온적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한국병 치유에 남도만한 곳이 없다

보릿고개 시절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격언을 생각하며 허겁지겁 쫓기면서 앞만 보고 일했지만, 요즘은 빵만 먹고 사는 시대가 아니다. 오늘 못하면 내일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여유롭게 즐기며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빨리빨리’라는 한국병의 근원을 조기에 발본색원(拔本塞源) 치유하는 처방약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필자는 전통문화와 인문학 속에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새 미술, 음악 치료사란 직업이 있다. 미술 음악 등 문화적 프로그램으로 심신을 치유하는 것으로 꽤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를 확산하는 것은 어떨까. 시와 그림, 서예(詩書畵)를 감상하고, 우리 가락을 따라 배우면서 여유로움과 풍류적 감흥을 일으켜보고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걷는 자유 치유법을 도입해 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요즘 심신불안과 스트레스, 우울증 등 심리적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화 치유 방법이 되지 않을 까 여겨본다. ‘여행은 행복 중에서도 최고의 복이다’는 말이 있다.

한문과 고전을 읽고 문화 체험, 답사여행 등 전통문화 속에서 환경의 변화에서 심신을 치유하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여유와 질서를 배우고 착한 성정을 온축해가는 것이다. 인문 자연은 사람을 겸손하게하고 심성을 순화하여 인간 병리현상도 자연스럽게 치유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의 바다와 섬, 해안과 내륙 등 방방곡곡이 사시사철 아름다운 금수강산 자연공원이다. 특히 광주․전남은 예향, 의향, 미향으로 전체가 유구한 역사 문화가 산재한 전통문화 박물관이자 인문학 공원이다.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데다 기온도 따뜻하고 풍요로워 사시사철 인기가 있다.

전국토가 전통문화 박물관, 인문학 공원

신안의 증도의 갯벌을 비롯 완도 청산도, 장흥 유치, 담양 창평 등이 슬로시티로 지역으로 몸과 마음을 휴식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심신(心身)건강 여행 지구로 이만 곳이 없다. 더구나 구수한 남도의 먹거리가 타 지역에 비할 수 없는 월등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전라도 전체가 심신을 치유하는 건강 요양원인 셈이다.

요새 심신이 병들어가는 사람들을 생태자연 환경으로 치유할 수 있는 최고의 자연 심신 건강 타운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오직 남도만이 성공 할 수 있는 천혜의 여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남도에서는 수많은 아름다운 섬과 내륙 등을 심심건강 치유의 섬, 곧 ‘심신 건강에 착한 남도 땅’, ‘남도에 가면 심신이 건강해진다.’ 등의 상징 슬로건을 선포 홍보하여 국민 건강에 선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어떨까. 요즘 사회적 정서와 향후 여행 패러다임에 좋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둘레길 올레길 등의 걷기 여행 프로그램의 광풍이 웰빙 여행을 입증했지만 이러한 열풍도 사그러들고 있는 때에 남도를 심신 건강의 섬으로 관광 상품화할 것을 제안해 본다.

거창한 건물을 지을 필요도 없다. 남도의 많은 폐교와 도시와 농촌 마을의 고택 등 있는 것을 잘 활용하여 프로그램을 잘 만들고 의욕적인 운영을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남도가 빨리빨리 한국 사회의 고속병도 고치고 한국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는 선도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한국을 재발견할 수 있는 최적의 땅이 남도이기 때문이다.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회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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