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직원료로 적합한 육지면이 재배에 성공한 것은 1904년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목포에 부임한 일본영사 와카마츠 멘사부로에 의해서 1898년부터 시험 재배했다. 면화재배의 경험이 있는 그가 목포에 부임한 후 면화의 작황을 조사하고, 고하도가 일본의 육지면 재배지역보다 유리한 조건임을 확인하고 목화 재배를 시도 했다.

목화묘목

1898년 고하도는 일본영사에 의해 미국산 육지면이 시험 재배되기 시작했다. 시험재배가 성공함에 따라 전국에 보급되어 목화 수확기에는 목포항이 온통 흰 목화솜으로 뒤덮일 정도였다. 한반도에 처음으로 면화가 도입된 것은 고려 공민왕 때 문익점이 중국에서 재래면 종자를 가지고 온 것이다. 하지만 육지면은 열대지방이나 온대지방의 강우량이 적은 곳에서 자라는 작물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목포지역이 가장 적지였기에 고하도에서 육지면 재배가 시작되었다.

육지면 시배지 고하도

고하도 육지면 목화단지

목포의 진산인 유달산 아래 서남쪽으로 길게 드러누운 섬을 고하도(高下島)라 부른다. 예전에 목포 사람들은 이 섬을 ‘용섬’이라 부르기도 했다. 산의 형상이 솟거나 낮아지기를 반복하다가 위쪽으로 갈수록 용머리를 닮았기 때문이다. 이곳 목포항의 관문인 고하도는 국내 최초의 육지면(陸地綿·목화) 시배지다. 고하도는 1898년 일본인들이 미국 면화의 한 종류인 ‘육지면’을 처음 들여와 재배에 성공했다. 고려시대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들여와 경남 산청에서 재배한 것이 재래면이라면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육지면은 남미가 원산지인데, 당시 고하도에서 육지면을 많이 생산했다. 이후 목포는 면화 시장의 국내 생산량 30∼40%를 차지하게 되었고 ‘삼백(三白·목화, 소금, 쌀)의 도시’라는 명성과 함께 전국 3대항 6대 도시로 급성장했다.

목화는 크게 해도면, 육지면, 인도면, 아시아면으로 나뉜다. 해도면은 열대 남아메리카가 원산이며, 육지면은 과테말라, 페루, 멕시코 남북에서 재배되는 만생종으로 미국 남부의 목화지대에서 주로 재배되는 것으로 방적용으로 최고품이다. 인도면은 인도, 아라비아, 아프리카에서 재배된 것으로 현재 인도 외에서는 재배되지 않으며, 아시아면은 이란,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서 재배됐다. 면화는 전남, 경북, 평안도, 황해도가 주산지였는데, 1905년 육지면이 완전 도입된 이후에 생산이 급격히 증가하여 광복 당시에는 33만 정보에 11만 톤이 생산되었으나 이후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문익점에 의해 도입된 재래면은 아시아면이었다. 경기도 이북에서는 주로 아시아면이 재배되었고, 경기도 이남에서는 육지면이 재배되었다.

고하도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전략지로 활용하면서 왜적의 침투를 막아낸 곳이기도 하다. 충무공 이순신은 1597년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다음 10월 29일부터 이듬해 2월 17일 완도 고금도로 옮기기까지 이곳에서 107일간 주둔하며 전력을 재정비했다. 그래서 고하도는 섬 전체가 충무공 유적지다. 고하도에는 사당인 모충각, 흔적만 남은 고하도진 성터, 임란 당시 조선수군이 사용한 선박을 건조한 선소터 등이 아직 남아있다. 고​하도는 2012년 목포 북항과 연결되는 목포대교 개통으로 육지와 이어졌다.

면화박물관 전시실

수탈 목적이 된 면화산업

우리나라 목화의 전래는 고려말 1363년(공민왕 12)에 문익점이 원나라에 서장관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붓대에 목화 종자를 가져온 것으로 많이 알려졌다. 문익점이 가져온 것을 장인 장천익이 경남 산청에서 재배하였고, 장천익의 아들인 문래가 제사법을 발명하고, 손자 문영이 면포 짜는 법을 고안하면서 이불이나 옷에 넣는 솜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조선의 목화재배는 가히 혁신이었으나 방직 원료로 이용하기에는 품질이 떨어졌다. 방직원료로 적합한 육지면이 재배에 성공한 것은 1904년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목포에 부임한 일본영사 와카마츠 멘사부로에 의해서 1898년부터 시험 재배했었다. 면화재배의 경험이 있는 그가 목포에 부임한 후 면화의 작황을 조사하고, 고하도가 일본의 육지면 재배지역보다 유리한 조건임을 확인하고 목화 재배를 시도했다. 육지면 재배를 기념하기 위해 조선총독부는 1939년 일본영사의 공적비인 조선육지면발상지비(朝鮮陸地綿發祥之碑)를 세웠다. 그 당시 육지면은 전남 일대에 급격하게 보급되어 1920년대에는 이 지역 특산물로 소개될 정도였다. 1916년 목포항에 가까운 송도신사(현 목포시 동명동) 앞에 면화 재배 10주년 기념비가 세워졌지만, 지금은 비문과 사진만 전한다. 비문 내용에는 “명치 37년 목포 주재 일본영사가 거류민으로 하여금 미국 육지면을 고하도에 처음 파종하였다. 이듬해 조선 유지들이 면화재배협회를 창설하여 목포, 자방포, 영산포, 나주, 광주, 군산 등지 각지에 파종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명치39년 통감부와 한국정부는 면업을 두루 권장하였다. <중략> 목포는 확실히 육지면 재배를 시작한 땅이요, 百貨가 집한 곳이라 후에 산업이 육성하여 서민이 부자가 되어 사람에게 널리 미쳐서 해외에 까지 차고 넘침이 끝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기록 되었다.

중일전쟁과 같은 전시체제에 돌입하면서 많은 면직물이 필요했지만 일본인들은 면화를 재배하지 않고 면공업협회에서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값싼 조선 육지면을 사용했다. 조선에서 재배해 상품을 만든다면 만주 등지로 적은 물류비용으로도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일본은 더욱 육지면 재배를 강제했고, 일본의 종연방적이나 동양방적 등 섬유자본들이 대거 조선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하도의 육지면 시험재배는 조선침탈의 출발점이 되었다.

목화체험단

관광상품이 된 면화산업

품질 좋은 면사 산업이 발달한 근래는 목화재배가 의미 없는 산업으로 전락되었다. 그래서 목화밭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고하도에서는 목화가 재배되고 있어 농부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목포시는 고하도를 재조명하고, 역사ㆍ문화적 자원과 함께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목화밭을 조성했으며 매년 목화축제를 연다. 달동 일원과 목포해양청소년야영장 부지에 해마다 4월부터 땅을 고르고 종자를 파종하여 7~8월에는 목화가 만개해 이색적인 장관을 이룬다. 목포시는 고하도 목화재배를 관광코스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목포시가 추진하는 역사ㆍ문화 관광 코스는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머물렀던 '이충무공 유적지', 우리나라 최초 육지면 재배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1936년 설치한 '조선육지면발상지비', 다도해 섬들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면서 길을 걸을 수 있는 '고하도 용오름길' 등을 연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목포시는 1904년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남부지방에 보급한 육지면 시배지인 고하도의 역사적 배경 홍보와 함께 목화밭에 포토존을 만들어 사진찍기 좋은 장소로 활용하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목화따기, 목화솜을 이용한 인형, 휴대폰 걸이 등 소품 만들기 체험활동도 하고 있다. 어른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자녀세대에게는 새로운 역사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포시의 계획이 고하도 육지면 재탄생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대동문화 101호. 2017년 7-8월.

정지승 프리랜서  p61403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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