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서다, 90.9×60.6, oil on canvas, 2015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아이에게 엄마는 더 이상 답을 주지 않는다. 이제 세상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어린 아이가 엄마를 벗어나 바라본 세상은 어렵다. 부모에게 가장 의지하던 아이는 사회 안에서 혼자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심정이 복잡하다. 그리고 나의 모습을 남에게 의지하려는 나약한 자신을 발견하고 어찌 할 줄 모른다. 나약한 자아는 작가에게 쉽게 흔들리는 미성숙한 아이의 모습과 같고, 즉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정성은 큐레이터가 쓴 성혜림 작가 개인전 도록의 글 중에서 일부다.

2015년 12월 해와문화예술공간에서 성혜림 작가는 ‘어제의 나에게 오늘을 묻다’로 전시회를 가졌다. 이번 전시는 위의 글에서 보듯이 작가가 어린 시절을 지나온 흔적이다.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을 수 있는 내면의 상처를 보듬고, 기억의 파편을 엮어 작품화했다.

왠지 불안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또한 두렵고 상처받기 쉬운 상황의 설정, 어린 시절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문자답하게 만든다. 나는, 그리고 너는, 그래서 지금 우리가 향하는 방향은 어디인가.

선택과 집중, 91.0x91.0, oil on canvas, 2015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자주 회자되는 트라우마(정신적 상처),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처를 피해서는 안된다. 성혜림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어린 꼬마인데 실은 성숙한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가 때론 무던히 지나왔던 일상이 저마다의 표정으로 제목을 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생각이 많은 어른은 겁이 많다’, ‘선택 회피’, ‘혼자이고 싶지 않은 나를 위해’, ‘정답은 없다’ 등 그림을 한마디로 압축하는 제목에서 또 한 번 감성을 부여하고, 스스로의 트라우마에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있다.

해와문화예술공간

광주 동구 의재로 109(학동 253)062-233-9011

[대동문화 92호. 2016년 1,2월호]

김을현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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