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전통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대대로 전해오는 민족의 근본이라 생각해볼 수 있겠죠. 민족의 근본은 무엇일까요?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 그 무엇이라 생각합니다. 21세기에 들어서서 세계가 유기적인 하나의 소통 구조로 긴밀하게 엮어지면 엮어질수록 더욱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이 전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5년 전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부임했을 때, 저는 한국이란 나라의 문화부라면 당연히 민족의 근본인 전통을 바로 세우는 일이 본령이라는 생각에서 전통 예술팀을 신설하고 체계적인 전통 문화예술을 진흥하기 위한 법안 마련, 그리고 한(韓)스타일 진흥을 위한 정책 마련 등 여러 가지 일을 한 바 있습니다. 우리의 오랜 역사와 함께 한 전통이 미래 사회에 우리에게 가져다 줄 유용성이나 가치는 절대적으로 무궁한 것이란 신념에서 적극적으로 그 정책에 힘을 쏟았습니다.

전통의 가치와 미래는 무궁한 것

가령 예를 들면 한 스타일로 해서 특별하게 진흥 정책을 마련한 한옥, 한복, 한글, 한국 음악, 한식은 우리의 전통이지만 세계적으로 우리의 가치를 더욱 드높일 수 있는 것이며 이를 자산으로 산업화한다면 무궁한 국부의 창출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전통문화 진흥을 위한 정책적 배려는 중요한 것이며, 전통은 곧 우리의 미래요,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근본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중국에서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문화적 사건들을 보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리랑의 중국 국가문화재 등록이나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된 진행을 보면 비단 아리랑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가야금, 농악, 판소리 등 무려 12가지 이상의 우리 문화유산이 중국문화재로 등록되어 있고,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그 문제는 중국에 사는 우리 조선족의 이해관계와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 조선족들이 자신들의 전통 문화를 버리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입니다.

중국은 소수민족 동화 정책과 함께 소수민족의 문화를 국가문화재로 등록함으로써 중국 국가문화재를 아시아 나아가서 세계를 대표하는 문화로 발전시키겠다는 문화 정책을 세워놓았다고 합니다. 중국 소수민족의 문화가 곧 아시아 각국의 전통문화임일 생각해볼 때 이런 정책은 여러 국가와 상충되는 갈등을 빚을 것입니다. 중국이 아시아 여러 국가와 벌이고 있는 영토 분쟁처럼 전통문화 관련 분쟁도 격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아리랑은 한국인의 공동심이다

저는 중국에서 아리랑을 국가문화재로 그리고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록하려 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사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리랑이 무엇인가요? ‘아리랑은 한국인의 공동심(共同心)이다’ 말하겠습니다. 우리 민족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하는 그래서 세계적인 보편성을 얻고 있는 그 무엇 말입니다.

고향마을에 피어있는 살구꽃처럼 아니면 마을 정자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느티나무처럼, 그냥 있지만 없으면 무언가 허전한, 그래서 늘 옆에 있었으면 하는 것, 그리고 살구꽃처럼 이곳저곳에 피어있지만 동네마다의 기질과 정서에 따라 다양하게 꽃을 피우는 것. 한국의 아리랑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인을 생각할 때 연상되는 아리랑이 중국의 이미지 중 하나로 세계인에게 각인된다면, 우리는 심각한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올 것입니다.

제 삶에 있어 주요한 단어 몇을 꼽는다면 ‘광대(廣大) 정신’과 ‘아리랑’입니다. 제 딸아이 이름도 아리인데, 제가 처음 만든 극단도 <극단 아리랑>이고, 제가 직접 대본을 쓰고 출연해서 공연한 창단 작품도 <아리랑>이고, 극단이 운영하는 소극장도 <예술 극장 아리랑>이었죠. 그런 면에서 아리랑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주인공 유봉 역을 연기한 영화 <서편제>도 아리랑 광대라 할까요, 아리랑 역사처럼 판소리꾼의 영욕의 삶을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그런 ‘아리랑’에 담긴 세월처럼 우리 민족의 삶 또한 굽이굽이 한과 신명의 아리랑 고개를 넘어왔고, 그런 면에서 결론적으로 한국의 아리랑은 우리들의 삶과 역사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아리랑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한 결론은 올해 11월쯤 결정될 듯한데, 그런 면에서 2012년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있는 아리랑 관련 축제와 또한 오는 10월에 이루어지는 광주세계아리랑축전의 중요성이 있습니다. 이런 행사들을 계기로 아리랑이 진짜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하는 문제를 좀 더 신중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아리랑이야말로 한국인이 세계에 자신을 드러내는 자화상이고, 앞으로 이런 자화상이 될 것이며 그런 자화상 속에 인류 보편의 가치가 있는 것임을 심도 있게 고민해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 올해 제가 총감독을 맡고 있는 ‘2012광주세계아리랑축전’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는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전국에서 치러지는 아리랑 축제의 총결산이 될 것입니다. 또한 아리랑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 등록 관련 심사가 바로 11월에 있으므로 이때 맞추어 국민적인 염원을 모으고, 또한 아리랑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 등록 심사에 즈음한 가장 강력한 이슈 파이팅이 될 것입니다.

세계에 울려 퍼질 아리랑과 한민족 한 마당

우선 광주세계아리랑 축전에서 주제 공연 <빛고을 아리랑>을 통해 아리랑의 민족성, 예술성, 역사성을 보여줄 것입니다. 주제 공연과 함께 아리랑으로 모든 세대가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연과 교육, 체험의 장이 마련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행사와 함께 제가 가장 비중 있게 생각하는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입니다. 이미 광주에서는 1만 5천명이 모여 아리랑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재 등록을 위한 흙피리(오카리나) 대합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광주 다섯 개 구청을 중심으로 하는 아리랑 부르기 경연대회 등 많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광주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전 국민의 그리고 전 세계 한국인의 참여로 확대되는 것을 염원합니다.

아리랑을 통해 전 국민이 그리고 세계의 한민족 동포가 하나 되고 나아가 아리랑을 통해 한국과 세계가 소통하는 것이 바로 전통 문화예술의 본령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왜 전통문화를 소중하게 가꾸고 발전시켜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세계아리랑축전은 바로 이와 같은 정신의 본령에서 민족을 바로 세우고 우리를 세계에 드러내는 바른 길을 만들고 합니다. 전통문화의 미래 또한 이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생각합니다.

대동문화 72호 [2012 9.10월호]

김명곤 동양대학교 석좌교수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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