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유난히 망망이가 뜨거웠던 1위 기아타이거즈

프로야구 중상위권 싸움이 치열하다. 아니 뜨겁다. 9월 5일까지 KBO리그 상위권 판도는 최종 순위를 장담하기 힘든 안개 속 혼전이다. 

2위 두산베어스와 3위 NC다이노스, 4위 롯데 자이언츠는 각각 2경기 차 간격으로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두고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속이다.

여기에 5위 넥센히어로즈와 6위 SK와이번스, 7위LG 트윈스도 각각 1.5경기 차를 두고 ‘와일드카드’를 차지하기 위하여 연일 신경전이다.

현재까지 각 팀이 정규시즌 120경기 이상을 치렀다.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SK는 128경기, 잔여 경기가 가장 많은 LG는 120경기를 치른 상태다.  

144경기는 어느 팀에나 큰 부담이다. 선수층이 얇고 투수력이 취약한 팀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부상과 선수들의 체력 저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128경기에서 추가된 16경기를 잘 버티는 팀이 진짜 강팀인 이유다.

KIA는 9월 5일 현재 75승 46패 1무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매 경기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불펜과 마무리의 불안한 컨트롤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일(일요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7대2로 이기고 있던 9회말 8대7로 대 역전패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굳건한 선발진과 강한 타력의 도움으로 경기 초반에 획득한 점수를 불펜과 마무리에서 무기력하게 끌려가다가 결국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런 막판 역전극은 시즌 종반에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128경기+알파’의 법칙이 시즌 최종 순위표를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순서로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장기 레이스를 염두에 두고 길게 보는 운영을 해 온 팀들도 이제부턴 매 경기 승패에 전력을 다 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됐다. 모든 경기가 총력전이고, 피 말리는 싸움이다. 

그렇다면 남은 시즌 순위 싸움은 어떤 결과로 끝날까. 2위 두산과 4위 롯데는 후반기 가장 뜨거운 상승세를 자랑하는 팀이다. 두산은 후반기 29승 2무 11패 승률 0.725를, 롯데도 28승 1무 12패 승률 0.700으로 각각 후반기 승률 1, 2위다. NC도 23승 19패 승률 0.548(3위)로 나쁘지 않지만, 두 팀의 상승세가 워낙 강력해 상대적으로 ‘부진’해 보인다.

두산은 후반기 들어 2년 연속 우승팀의 위용을 되찾았다. 막강 타선이 위력을 회복했고, 김강률의 맹활약으로 불펜도 안정을 찾았다.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 1위 팀은 NC(3.39)가 아닌 두산(3.33)이다. 선발진도 평균자책 3.91(후반기 2위)로 여전히 강하다. 1위 KIA와 맞대결 연패로 선두 탈환은 다소 어려워졌지만, 2위 자리를 지키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반면 3위 NC는 좀처럼 2위 탈환의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철벽 불펜이 건재하고, 선발진도 후반기에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야수진이 시즌 막판 줄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석민이 부상으로 이탈한 데 이어,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 8월 이후 NC의 팀 득점은 138점으로 리그 7위. 2위 두산과 남은 세 차례 맞대결이 마지막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9월 5일 현재 팀 순위

롯데는 ‘창단 이래 가장 균형 잡힌 전력을 갖췄다’는 평이 나온다. 그만큼 투타와 공·수·주가 조화로운 모습이다. 안정적인 5인 선발진을 앞세워 후반기 선발 평균자책 3.72로 1위, 마무리 손승락을 앞세운 불펜도 후반기 평균자책 3.97로 리그 3위다. 

여기에 이대호란 확실한 기둥이 있는 타선도 점차 살아나는 중이다. 21경기 남은 잔여 경기도 대부분 5할 승률 이하 팀과 상대한다. 무엇보다 잇단 역전승과 극적인 승부로 선수단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선 3위 NC와 자리바꿈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한편 5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넥센과 SK는 불펜 불안이 고민거리다. 넥센은 3할 타자만 6명에 달하는 강타선과 안정적인 상위 선발진을 갖췄지만, 불안한 뒷문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는 중이다. 

지난해 세이브 왕 김세현 마저 KIA로 이적한 상황에서 넥센의 고민은 크다. 이보근, 김상수, 한현희 등 불펜과 마무리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불안은 여전하다.

SK 역시 불펜 문제가 심각하다.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 7.27로 리그 최하위. 블론세이브도 21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박정배(ERA 3.75)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나머지 불펜투수들은 누가 더 못 던지나 경쟁하듯 매 경기 위기를 자초하는 중이다.

한때 안정적인 4위를 달리던 LG는 이제 59승 2무 59패로 7위까지 추락했다. 이제는 5할 승률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태로운 처지가 됐다. LG의 가장 큰 문제는 타선. 11홈런의 박용택이 팀 내 홈런 1위를 할 정도로 공격력이 약한 LG는 리그에서 kt 다음으로 득점이 적은 팀이다.

올 시즌 내내 뜨겁게 달아오른 한국 프로야구, 각 팀마다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며 경기를 하는 열기만큼 순위 싸움 역시 뜨거운 관심사다.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