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상근이하고, 이석이하고 전교는 아니드라도 지그 학년에서 1, 2등을 다퉈라우. 긍게 상근이가 1등 허믄 이석이가 2등허고, 이석이가 1등 허믄 상근이가 2등을 헝께 지그들이 1, 2등을 안 다투요. 왜냐? 2학년이 전부다 해서 2명인께!

근디 상근이는 이석이가 전학을 가불든가 해불믄 지가 꼴찌를 허게 생겼응께. 절대로 이석이가 어디로 가믄 안 된다고 서로 사이가 각별허지라우. 요 녀석들이 인자 수염이 썩썩 자라서 사타구니가 거뭇거뭇해지믄 그랄꺼 아니요. 아야 우리는 학년에서 1, 2등을 했어야 잉. 안 그냐?

이석이는 작년에 지그 엄니가 전주로 일허러 감시롱 델꼬 갈라고 헌 것을 나가 안 잡았소. 지그 할머니도 있고 또 이석이가 군식구로 끼믄 지그 엄니도 돈 버는디 영판 옹삭시러울 거잉께.

상근이하고 이석이는 학년에서 1, 2등잉께, 공부 꺽정은 안 하지라오. 글고 학교에 오나 지그들 집에 가나 다 놀이터잉께 지그들 맘대로 놀지라우. 운동장이고 논이고 밭이고 산이고 들이고 지그들 맘대로 안 노요.

글고 다람쥐여 뱀이여 개구리여 염소여 갱아지여 미꾸라지여 피라미여 매미여 지그들이 델꼬 노는 친구들 글고 친구들도 많아라우. 글고 벼농사여 고추 농사여 지그들 할머니허고 동네 사람덜 허는 일을 전부 다 요것들이 한몫씩 헝께 일꾼도 되제라우. 지그들이 해봤자 을매나 허겄소야마는.

꾸러기들이여라우. 잠꾸러기, 웃음꾸러기, 장난꾸러기, 말썽꾸러기, 천덕꾸러기, 욕심꾸러기, 놀이꾸러기. 뭐든지 넘치고 어디가든 먹을 것이 있고, 어디서 가서 자도 되고, 친구들 많고, 다 클 때까지 낙이 많으니 이 정도 되믄 남 부럽지는 않을 거잉마. 함.

촌놈이라서 좋은 거이 한두 가지가 아닐 거이요. 지그들이 인자 커서 생각해보믄 그랴도 사람이 진자 사람맹키로 사는 것같은 추억이 고향에 있응게. 그 깨복쟁이 친구, 같이 벗고 목욕해도 아무렇지도 안허던 가시네들, 동네 사람덜, 할머니, 어머니, 지그 누이들과 함께 허고 자연허고 함께 헌 추억이 을매나 사람맹키로 사는 것같었는가를 깨닫겄지라우.

글고 요놈덜은 얼굴만 봐도 똥 마려운지 오줌 마려운지 서로덜 잘 안께. 나쁜 짓을 허고 살 수가 없지라우. 글고 흙냄새 맡음스로 매미 한 마리하고도 서로 동무가 돼서 논께. 살아 있는 것이 을매나 소중한 것인지, 놈을 괴롭히믄 얼매나 자기도 괴로운지 고대로 배운께. 잘못되지를 안 지라우. 그라고 깨끗허고 순수헌 맴으로 어렜을 때 지내는지 도시 사람덜은 더 한번 생각해보시시오.

요것들도 인자 점점 커감스롱 연애편지도 쓰고, 더 높은 공부를 허러 도시로 가기도 허고, 돈 벌러 서울로 가기도 허겄지라우. 근디 지그들 있었던 고향이랑, 고향 사람덜이랑, 고향의 정한 고목나무들이랑, 지그 친구들이랑을 잊어불믄 안되지라우. 지그들이 그라고 커나가는 것을 지켜봐줬응께. 그 고향을 잊어부리믄 안 되지라우.

지그들 어머니와 할머니 모습과 마음을, 지그들 친구덜 모습과 마음을, 지그들 키워준 고향의 바람과 벌레들과 산과 들녘을 커서도 요것들의 마음하고 얼굴에서 볼 수 있을 거랑께. 그라고 지그들이 뭔 지랄을 고향 떠나서 해도 인자 늙어갔고 지그 고향을 닮을락 헐 정도가 되믄 다시 고향에 돌아오겄지라우. 고향 탁헌 얼굴을 해갔고….

1990년대 중반, 전남 순창의 시골 분교.

대동문화 72호 [2012년 9.10월호]

최옥수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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