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3대시장이며 호남제일의 시장인 양동시장. 인근 7개 시장이 한마음으로 뭉쳐 양동 7개 전통시장 회장단협의회를 결성했다. 질과 양은 물론 놀이터 같은 시장, 공원 같은 문화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양동시장 문화벨트를 둘러보았다. 절이 굳이 오래될 필요가 있을까. 역사는 짧지만 의미는 깊다. 꽃보다 아름답고 문화가 흐르는 절집, 광제사를 찾아 무등산을 바라보았다.

호남제일의 양동시장은 인근 7개 시장이 한마음으로 7개 전통시장협의회를 만들었다

오랫동안 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양동통닭이 프랜차이즈 브랜드 통닭에게 떠밀린지 오래다. 그러던 양동통닭이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다. SBS ‘3대천왕’에 소개되면서 전국에서 통닭 사먹으러 오는 사람까지 생긴 진풍경이다. 어쨌든 시장에 사람이 온다는 것을 좋은 일, 양동시장에는 수일통닭과 양동통탉이 쌍두마차로 통닭 사러오는 사람들을 줄 세우고 있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유명해지면 그 하찮은 것이 귀한 것이 되고 그것으로 인하여 또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삶에 애정을 담고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문화의 씨앗을 잉태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 인심은 그 지역 장터에서 난다는 말이 있다. 최근 양동시장의 7개 상인회가 하나의 협의회를 구성하며 1,500개에 달하는 상가의 대표기구로 우뚝 섰다. 바로 양동지역전통시장회장단 협의회(회장 손중호)로 △양동시장 △복개상가 △수산시장 △건어물시장 △닭전길시장 △산업용품시장 △경열로시장 등 7개 시장이 한마음이 됐다.

또 전국 1,138개 시장 중에서 6개 전통시장이 우수시장으로 선정되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양동복개상가로 지난해 골목형시장육성사업비 5억 2천만원을 받았다. 야간에도 보기 좋은 LED간판교체와 놀이터 같은 시장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장에서 놀고 먹고 즐기고 쇼핑하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가능한 공원형 시장으로 만들어가자는 계획이다.

전통시장의 미래는 이웃같은 푸근함

시장사진전, 한복 패션쇼 등 다양한 마케팅 펼쳐

양동 7개시장연합회 손중호 회장

손중호 회장은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웃같은 서비스정신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전통시장의 역할은 푸근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곳이다. 정찰제보다 에누리가 살아있는 곳. 이모, 고모하면서 살갑게 대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손 회장이 꾸는 꿈은 잃어버린 과거가 아니라 인정이 살아 숨 쉬는 미래형 전통시장이다. 상인회에 대해서도 “영리만을 추구하던 상인회를 넘어서 고객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전통시장이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강조했다.

부산의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등을 견학하며 외부에서 광주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등, 7개상인회장연합회는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고 했다.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몸부림은 다양하게 표출됐는데 손 회장은 상인들 스스로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7개상인회협의회는 신세계백화점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마케팅에 접목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한복 패션쇼’라든가 상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사진전’, 유치원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그림그리기 대회’ 등을 개최하며 시장문화를 선도하여 왔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즉석에서 패션쇼를 한다니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여기에 또 상인들이 즉석심사를 해서 상품이나 상품권을 주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신나지 않는가.

“나는 특별해요! 내가 만드는 커튼은 특별해요”

양동시장의 7개 상인회가 연합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시장문화의 현주소. 손 회장은 “전통시장의 미래는 함께 어우러지는 소통의 공간으로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묻어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며 “양동시장을 문화 관광형 시장으로 또 지역사회의 랜드마크로 개발해 나갈 것이다.”고 다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700여개에 이르는 양동복개상가는 물론 7개 상인회가 한마음이 되어 양동시장의 활성화가 광주경제의 활성화라는 마음가짐으로 정진해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명불허전의 닭전머리가 아니라 통닭 한 마리의 신화를 만들어가는 양동시장, 시장상인들이 돈벌이만이 전부가 아니라 양동문화시장을 꿈꾸고 있었다.

20여년 커튼점포를 운영하는 시장상인을 찾아보았다. 학생복을 하다가 커튼집을 하게 되었다는데 그는 “나는 특별해요. 내가 특별하니 내가 만드는 상품은 특별할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기술에서 오는 자부심, 똑같은 커튼이라고 해도 나의 커튼만큼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특별함, 양동복개상가가 천변의 노점상에서 시작하여 지금의 신화를 쓰고 있는 것은 장사하는 시장상인들의 자부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닭전머리를 돌아 오래된 상가를 그리움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치고 갔을 시장골목에는 그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살아있을까. 숨이 차오르듯 시장냄새가 턱밑까지 차오른다. 대통령 입후보자에서 당선자, 명인명사, 유명인들이 광주에 오면 꼭 찾아오는 양동시장, 지역의 명소이자 문화시장으로 명맥이 영원히 유지되길 바란다.

문화가 있는 절, 꽃보다 아름다운 광제사

꽃보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광제사

도심 한복판에 이런 사찰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광주천 양유교를 건너 서구 양동시장과 돌고개역 중간 오른편에 양동초등학교가 있고 양동초등학교 곁에 광제사가 있다. 사찰이 앉은 산은 연화산으로 연꽃 봉우리 부분에 해당한다. 이곳에 올라보면 광주시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무등산의 날개와 정수리도 훤하다.

광제사는 대웅전과 요사채가 한옥 건물이다. 나무들이 민간원림처럼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데, 대웅전 연등이 은은하게 밤을 밝힌다.

도심 속 사찰 광제사는 올해 창건 12년이 됐다. 광제사(주지 광제 석두) 대웅전은 100여년 전 지어진 한옥이다. 건물 주인은 유은학원을 설립한 광주 지역 만석꾼 고(故) 최선진. 이 분은 올해 개관 80년을 맞은 광주극장 설립자이기도 하다.

당초 한옥이 들어선 곳은 광주시 동구 금남로 5가 덕영빌딩 인근이었다. 1960년대 금남로 확장 공사가 진행되면서 인근 건물이 모두 철거됐고, 7채로 구성돼 있던 한옥 가운데 2채를 현재의 자리로 옮겨왔다. 이후 지난 2003년 화엄사 종고 스님에게 기증됐고, ‘광주 사람들을 다 편안케 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광제사(光濟寺)가 되었다. 광제 석두 스님이 이 사찰을 여실하게 가꾸었다.

현재 대웅전으로 사용하는 한옥 본채는 독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했던 몽양 여운형 선생과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다 간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또 한 채는 요사채로 다실과 다담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1993년 화엄사에서 출가한 주지 석두 스님은 천은사에 머물 때 최씨 가족과 인연을 맺은 후 광제사 창건 작업을 진행했다. 나무를 심고 꽃을 가꿨다. ‘꽃보다 아름다운 절’을 기치로 광주 도심 포교 사찰로 자리를 잡아가도 있다.

2014년부터 광제사는 ‘사계 음악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지난해 바이올리니스트 임재홍의 독주회가 대웅전 법당에서 열렸다.

석탄일 즈음에 열린 봄 음악회는 무지크바움 챔버 오케스트라가 다양한 음악회를 선사했고, 절밥과 차를 함께 나누며 추억을 만들었다. 가을 음악회는 ‘다카포 IN 休’를 주제로 아첼 7중주 음악회가 있었다. 이형우 화백, 은석치과, 유은학원, 가촌, 곽민섭 법률 사무소, 옛홈 등에서 재능을 기부했다.

광제사는 북카페도 만들고 둘레길도 만들며 광주 중심부의 사찰로 도심 속에서 쉬고 명상하는 문화 허브의 역할을 하는 사찰을 꿈꾸고 있다. 바른 먹거리 운동과 마을 공동체 운동, 노인 복지와 환경 생태의 사찰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마음 훌쩍거리는 날. 광제사를 걸어보며 우리의 도시 광주를 내려다보자. 그리고 마음을 풍경 소리에 맡겨보자.

[대동문화 92호. 2016년 1,2월호]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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